지원했던 대학의 대기자 명단(wait-list)에 올라 있는 학생들에게 기다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월1일로 제2지망 대학에 디파짓과 함께 등록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마음은 아직도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모든 것을 구석구석 다 생각해 봐도 제1지망 대학에서 입학허가서가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세상의 밑바닥에 처박힌 느낌이다. 자신의 한계를 약점이 아닌 유익으로, 긍정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자꾸만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북소리처럼 깊게 울려오는 절실한 소리가 있다. “그 대학에서 공부해 보고 싶었는데… 아니 그 대학에 가고 싶다”라는 울림. 이렇게 되면 거부할 수 없다. 사건의 핵심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와 직접 부딪혀보는 수밖에. 지원했던 대학의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는 고교 시니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등록률 예상외 높아 해당자 줄어
우선 합격한 대학에 디파짓 하고
“제1지망 대학에 관심 있음”보여야
새로 받은 상 등 업데이트도 도움
■ 대기자 명단이란 무엇인가 ?
복수 지원제인 미국에서 대학 당국이 입학허가서를 보냈다고 해서 합격자의 100%가 모두 그 대학에 등록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에서 입학허가서가 왔을 때 학생과 학부모들은 재정지원, 거리, 환경, 전공 여부 등 여러 이유로 한 곳만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보통 명문대일수록 등록률(yield: 입학허가서를 받은 학생 중에 실제로 그 대학에 등록하는 학생의 비율)이 높지만 아이비리그도 80% 수준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경우 등록률이 50%선에 머무는 대학들도 있다.
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각 대학 입학 행정처에서는 백업 그룹인 대기자 명단을 만든다.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들은 등록률을 높여주는 쿠션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학교측에서 신입생 클래스를 ‘무지개’로 채색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 필요하거나 특별한 전공자가 필요하거나 혹은 주별 쿼타를 맞출 때도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이 선택되곤 하는 식이다.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의 경우 합격통지서를 받은 학생들의 등록이 끝난 4월 이후 합격통지를 받게 되며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다가도 통지서를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영 통지서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제1지망 대학의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이라고 해도 반드시 제2지망이나 제3지망 대학에서 합격통지서가 온 대학 중 하나를 골라 디파짓을 해놓아야만 한다.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학생의 경우는 그해의 운도 많이 작용한다. 이는 입학사정이 파도를 타기 때문이다. 한해에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는 학생이 대폭 추후 입학통지서를 받았다면 그 다음해엔 대기자 명단학생이 올라올 기회가 줄어들기도 한다.
■아직도 관심이 있음을 보여줘야
도전에는 항상 실패의 가능성이 뒤따른다. 이 실패의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회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정면으로 통과하고 싶다면 “불러만 준다면 무조건 간다”라는 의사 표시를 해둘 필요가 있다.
입학 사정관들은 이미 마음이 떠난 학생들에게 입학허가서를 보내기를 원치 않는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경우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 있는 학생의 등급을 1∼4로 구분하고 있다. 1등급이 입학허가서를 받을 찬스가 가장 많다. 이 대학의 수석 입학사정관 리 스테슨에 따르면 어드미션 오피스에 전화나 노트로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꼭 입학이 허락되기를 바란다”라는 사실을 알려 놓으면 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올라간 성적표, 새로 받은 상, 새로운 추천서 등은 가장자리에 머물고 있던 자신의 위치를 스팟 라이트가 비치는 중심으로 옮기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스와스모어 대학의 한 대기자 명단 학생은 자신이 왜 입학이 허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청원서를 작성, 캠퍼스를 방문해서 학장의 서명까지 받았다. 이 학교측은 이 학생에 대해 ‘창조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귀찮게 굴어서는 안 된다
지금쯤은 스스로의 생각에 시달려 녹초가 될 지경이겠지만 집념이 너무 강해서 입학 사정관들을 매일 전화나 전자메일로 괴롭히는 수준까지 가면 오히려 손해다. 조지타운 대학의 수석입학사정관 찰스 디칸은 “매일 계속되는 몇몇 학생들의 성화에 질릴 정도”라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는데 그는 “이미 어드미션 오피스의 스태프들과 친분이 쌓여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가이던스 카운슬러가 중간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올해의 현황
지난해에는 풍작이었고 올해는 흉작이다. 미 전국 대학들이 올해는 대기자 명단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에 대한 문호를 대폭 줄였다. 이는 지난해 대기자 명단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아 클래스가 넘치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기록적으로 많았던 올해, 입학사정관들은 등록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클래스를 탑 수준의 학생으로 꽉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곤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등록률이 높아 대기자 명단을 별로 건드리지 않고도 클래스를 채울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지난해에는 28명을 대기자 명단에서 입학시켰으나 올해는 5∼10명 수준에 그칠 전망이며 조지타운 대학은 작년에는 70명이 대기자 명단에서 올라왔으나 올해는 10명에게만 추가 입학통지서가 나갔다. 프린스턴과 오하이오 스테이트 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 한 명도 대기자 명단에서 입학되지 않고 있으며 시카고 대학은 지난해에는 34명이 올라왔으나 올해는 7명으로 그치고 있다. 존스 합킨스 대학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몇 명 수준에 머물고 있고 대기자 명단에 1,400명이나 올라 있는 펜실베니아 대학은 겨우 10∼15명 정도만 오퍼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보다 대기자 명단에서 입학허가를 받게 될 학생이 늘어난 대학이라고 해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예를 들면 지난해에 23명을 대기자 명단에서 뽑았던 하버포드 대학은 올해는 40명에게 오퍼를 넣고 있는데 대기자 후보가 지난해 200명이었지만 올해는 305명이라 더 ‘좁은 문’이 됐다.
하버드대 5~10명
조지타운대 10명
프린스턴대는 0명
지난해에 28명이 대기자 명단에서 입학이 허락됐으나 올해는 5~10명 수준에 그칠 하버드 대학.
지난해에는 25명을 대기자 명단에서 입학시켰으나 올해는 한 명도 올라오지 못한 에모리 대학.
<정석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