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원 학생이던 1960년대 중반에는 한국 신문들이 미국에 특파원을 파견하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동아일보에서 5년 동안 근무하다 온 나에게 ‘특파원’ 이름을 붙여주어 가끔 내 글을 동아일보에 실어주었던 게 그런 연유에서였다. 한번은 미국 병상 넷 중 하나에는 정신병자가 있을 정도로, 또 특히 참전했던 전역군인들에게 정신병 질환이 많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서울에서 어떤 분이 정중한 편지를 보내왔다. 자기는 미국에서 약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정신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을 발명 개발중이니까 미국 제약회사와 연결시켜 주면 후한 사례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나는 그 분야에 전혀 문외한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한 것 같다.
최근 마이클 케네디라는 18세 청년의 경찰서 총격사건 내용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왜냐하면 그도 또한 심한 정신병, 즉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다가 그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의 응사로 자신도 죽게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런 정신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이 정말로 있었다면 예방될만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젊은이가 카재킹을 한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간 후에 장총 한 자루 및 권총 다섯 자루, 그리고 많은 탄창을 장전해놓고서 경찰서에서 나오던 여자형사, 그리고 순찰차 안에 앉아있던 남자 경관을 마구 쏘아대는 과정에서 70여 발을 쏘았다면 정신병자라기보다 경찰에 대한 원한을 복수하려는 철저한 계산이 있었지 않았을까 라고도 상상된다. 특히 그의 집을 사후 수색한 결과 그 집 곳곳에서 발견되었다는 많은 총들과 탄환에 대한 보도를 읽어보면 그 젊은 청년의 문제는 부모들의 문제, 아니 한 걸음 더 나가서는 미국 사회의 문제인 것 같은 생각이다. 마이클의 아버지가 사냥을 즐기는 사람이라 해도 집안에 열 개가 넘는 총이 있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 청년이 이제 18세니까 자기 이름으로 총을 구입하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가 여름에도 까만 옷을 입고 친구들을 못 사귀며 영매술적인 컴퓨터 게임이나 웹사이트를 즐겨 봐 폭력성향과 마귀주의적 사고방식에 빠진 것이라면 마이클의 아버지와 어머니 책임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클과는 환경과 배경이 전혀 다른 패크릭 케네디 하원의원 사건도 연상된다. 패트릭 케네디가 누구인가. 저 유명한 존 F. 케네디의 조카이자 저 유명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아들이다. 젊은 나이에 로드 아일랜드 제1선거구에서 6선 하원의원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다. 그가 지난 주 어느 새벽에 하원 의사당 부근에서 자기 차를 몰다가 사고를 일으켰다. 의사당 전담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런 경우 으레 있는 취중운전 검사를 하기는커녕 그의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고 해서 편파성 있는 조사라고 비난을 받았다. 케네디는 자기가 취중운전을 하지 않았지만 사고 낸 기억도 없는 것이 처방약 등의 남용 때문인 것 같다면서 작년 12월에도 입원했던 미네소타의 유명한 메이오 클리닉에 입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그 전에도 코케인 남용 등으로 치료를 받은 바 있었고 알콜 남용의 역사도 있는 모양이다.
그의 경우도 부모를 거론해야 될 것 같다. 자기의 생모도 알콜 중독으로 고생했었고 케네디 상원의원과 이혼한 지도 오래 된다. 케네디 상원의원도 음주와 관련된 비극적 역사가 있다. 그는 1969년 6월 차파퀴딕 섬에서 매리 조 코페크닉이라는 29세의 여비서를 태우고 밤중에 운전하다가 차가 다리에서 밑으로 추락되었는데 자기는 헤엄쳐 나왔지만 코페크닉 양은 나오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몇 번 여자를 구하러 물밑으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정작 경찰에 연락한 것은 사건 발생 아홉 시간 후였으니까 수많은 의문점을 남긴 사건이었다. 케네디 상원의원이 대선의 꿈을 접은 주요 이유도 그가 출마하면 그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일부 언론사들의 계획을 그가 알기 때문이라는 설마저 있었다. 그런 부모 밑에서 패트릭 케네디는 얼마나 정신적 고뇌를 겪었을까. 좌우간 그의 증세가 메이오 클리닉에서 성공적으로 치유가 되었으면 다행이겠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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