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된다. 24만 달러라는 한인회 사상 최대의 자금을 확보한 선거치고는 운영 미숙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주1회 모임을 가졌고 선거에 임박해서는 매일 오찬 회동을 개최해 선거를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만하다.
지난 5월13일 치러진 제28대 한인회장 선거를 지켜보면서 선거 관리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운영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역대 최다인 4명의 후보가 깨끗한 선거를 다짐하며 오랜만에 불질렀던 한인회장 경선의 뜨거운 열기를 선관위는 내내 찬물을 끼얹으며 불끄기만을 연구한 것 같았다. 무려 8만여명의 유권자가 등록했고 각 후보진영의 이중 등록, 다중 등록, 사자(죽은사람) 등록등 온갖 거품을 빼고서도 4만여명 이상이 선거를 하겠다고 나섰는데도 선관위는 고작 수천명 규모로 준비했다.
총 투표자는 8,046명. 등록 유권자의 12%, 거품을 빼더라도 투표율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8개 투표소가 하루종일 투표하려는 한인들의 발길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은 더욱 분볐다. 동양선교교회와 서울 국제공원은 오전9시부터 마감시간인 오후7시까지 수백명의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수시간동안 기다려가며 투표에 참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갔고 오래기다려야 한다는 라디오방송 보도로 아예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 후보들이 쓴 돈도 역대 최고일 것이다. 한 후보는 100만 달러를 넘게 썼다고 밝혔고 또다른 후보도 선거 1주일 동안 무려 20만 달러를 꾼들에게 뜯겼다고 했다. 또다른 후보도 수십만 달러를 썼다고 하니 이번 선거에 동원된 선거비용이 가히 상상을 초월한 수준에 육박하지 않았을까.
선거비용을 200만달러로 추산하고 이를 투표자수로 나누면(2,000,000만원÷8,000명) 후보들은 투표자 1명에게 무려 250달러를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표자 1명을 구하기 위해 후보들이 200여달러를 썼다는 이야긴데..... “차라리 돈을 주고 표를 사는 것이 낳을 뻔했다”는 한숨 소리가 들릴 만도 하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선관위는 4명의 후보들이 입후보때 내놓은 등록비와 공탁금등 총24만 달러를 아껴두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선거당일 컴퓨터 과부하로 진행이 늦어지고 혼란이 가중되자 한 한인회 관계자는 “말을 듣지 않아요. 돈을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컴퓨터를 늘리자고 했는데도 충분하다는 거예요.”라며 푸념하듯 털어놓기도 했다. ‘돈을 돌려주겠다....’ 후보들이 돈을 돌려 받는다고 선관위에 고맙다고 인사를 할까. 아무튼 2만달러 정도는 돌아간다니까 후보들 반응이 궁금하다.
발상만은 신선했다. 경비를 절약하는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흥청망청 후보들의 공탁금을 다 써버려 말도 많았던 옛 모습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도 일리는 있다. 이번에는 공명하고 투명하게 선거 비용을 집행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실제 지출 내역에는 하자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돈 관리를 잘했다는 것이 선관위 주변의 공통된 이야기다.
하지만 멀리 보는 예지가 부족했다. 처음 실시하는 컴퓨터 인터넷 유권자 등록이었는데도 용량 측정과 가동 속도를 참고하지 못했다. 투표소에 몰려드는 유권자들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8개 투표소에서 전선을 통해 한꺼번에 몰려는 유권자 확인 작업이 주컴퓨터를 마비 시켜버렸다. 평소라면 수초 이내에 확인이 가능할 작업이 2~3분씩 소요되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울 수밖에... 더군다나 경비절약 차원이라며 투표소 운영버스도 각 후보에 맡기다 보니 후보별로 동원한 차량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유권자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 상태였다. 하루종일 ‘그로키’상태였다.
어차피 후보들마다 “결과를 승복한다”고 밝혔으니 결과가 뒤집힐 일은 없을 것이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오랜만에 달아오른 선거 열기가 선관위의 운영미숙으로 싸늘하게 식어갔다는 사실만은 정확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정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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