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특집 보도
주택 시장에서 들리는 이야기가 몇 달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둘만 모여도 집값 오른 이야기나 콘도 전매로 돈 번 이야기가 꽃을 피우더니 어느새 그런 소리는 쑥 들어가 버렸다. 대신 집값이 떨어졌다거나 팔리는데 오래 걸린다는 한숨 섞인 이야기가 새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런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터질 듯 기세 좋게 달려오던 주택 시장의 거품이 드디어 빠지고 있는 것이다. 포춘지는 최근 전기를 맞고 있는 전국의 주택시장 현장의 목소리를 특집으로 다뤘다.
주택 시장 실제 상황은 ‘거품 빠지는 중’
많은 도시서 가격하락 등 심각한 조정
경제 좋아 연착륙 가능성 높지만 타격 클 수도
▲샌디에고-지난 10월 신축된 48유닛 콘도 ‘포인트 92103’는 지금까지 단 두채만이 팔렸다. 개발업체는 원베드룸 콘도를 35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낮추고 외부 브로커에게는 5%의 커미션을 내걸었지만 그 이후 단 한채만이 팔렸다.
▲워싱턴 D.C. 교외- ‘브룩필드 홈‘은 6베드룸 콜로니얼 스타일의 집을 78만8천달러에 팔기를 원했지만 결국 3만 달러 깎아주고 클로징 비용 5천달러 내주고, 1만4,500달러 드는 지하실 단장을 해주고서야 팔 수 있었다.
▲보스턴 교외- 사이먼 리는 빅토리언 스타일의 자기 집을 지난해 123만 달러에 내놨는데 가장 좋은 오퍼가 95만1천달러였다. 그래서 지난 3월 포기했다. “물때를 놓쳤다. 지금은 바이어 마켓”이라고 리는 말한다.
이런 이야기는 전국적인 통계나 부동산 업계로부터는 듣지 못한다. 예를 들면 가장 최근의 공식적인 통계숫자는 신축 및 기존 주택 판매가 3월중 여전히 증가하고 가격도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기는 하지만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로 돌아본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계약은 취소되고, 거래가 고갈됐고,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도 완전 하향세며 하방 압력은 더 세지고 있다. 바이어들은 급할 것이 전혀 없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주택 시장이 전국적으로 붕괴하고 있다고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 시장은 언제나 지역마다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미전국 방방곡곡에 모두 부동산 열풍이 불었던 것도 아니고 또 전체 부동산 시장이 망가진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과열됐다고 하지만 맨해턴이나 LA, 오렌지 카운티는 지금도 여전히 절절 끓고 있다.
◆많은 도시 이미 데드 존
그러나 ‘갑자기’ 보스턴과 워싱턴, 마이애미, 샌디에고 네 도시에서는 한기가 몰아닥치고 있다. 서부주 3개 붐 시티- 피닉스와 라스베가스, 새크라멘토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애미와 보스턴, 북 버지니아, 샌디에고에서는 올해들어 월 판매가 11%에서 25%나 떨어졌다.
피닉스는 사정이 더 나쁘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판매된 주택이 4,500채에 그치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 6,100채보다 현격하게 줄었다. 새크라멘토서는 신축주택 판매가 첫 분기중 57% 폭락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주택 판매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6개월로 1년전보다 두배는 더 걸리고 있다.
쑥 올라버린 가격, 높은 모기지 이자율, 인상된 재산세로 인해 주택소유 비용이 극적으로 올라버렸다. 또 웬만해서는 집을 매입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캘리포니아를 예로 들면 평균가 56만1,000달러 짜리 집을 살 수 있으려면 연소득 13만4천달러가 돼야 하는데 7명중 1명만이 가능할 뿐이다.
이런 실정이기 때문에 바이어들은 옆으로 빠져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바이어는 가격을 낮게 내고, 셀러는 거절하다보니 판매는 지지부진해진다. 부동산 에이전트와 모기지 브로커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 거품이 일던 곳이 ‘데드 존’으로 변했다.
주택매입 가능 격차가 메워지고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가격이 내려가고 소득이 증가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 거품 존의 소득에 대비한 주택 가치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40%는 더 올라가 있다. 따라서 소득이 올라가고 가격이 떨어져서 조정이 이뤄지는 수밖에 없다.
◆조정의 두가지 가능성
그렇다면 이번 조정에서는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 과거에는 주택시장 하락이 경기하강과 함께 왔지만 지금은 주택 시장 하락이 경기 상승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GDP가 첫분기 거의 5% 성장했는데 이런 페이스라면 가계소득은 연간 4%는 증가하게 된다.
이런 조건이라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버블 지역에서 앞으로 12개월간 집값이 10%내지 15% 내려가 이 선에서 유지된다. 소득은 약 4년에 걸쳐 증가하여 이 선에 맞춰 균형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있다. 지난 수년간 주택 붐이 경제를 크게 부양시켜왔는데 주택 경기가 하락하면 소비하락, 고용감소를 초래 경제를 하강국면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소득 증가는 기대할 수 없고 그렇다면 주택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져서 주택구매능력에 맞춰지는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가격 하락폭은 30% 이상으로 수년에 걸쳐 하락이 진행된다는 가설이 세워진다.
◆최대 피해자는 투기자
어떤 경우가 되든 대다수인 개인 주택 소유주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살고 있으면 하강과 회복의 사이클을 타고 나와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게 된다. 단지 종이에 쓰인 숫자상의 이익을 잃을 뿐이다.
진짜 피해자는 최근에 오른 값에 집을 샀는데 팔아야할 입장에 몰린 사람이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이 다른 도시에 있거나, 모기지 이자율이 뛸 경우 페이먼트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또 재빨리 전매하여 한몫을 챙기려던 콘도 투기꾼들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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