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대 LA 한인회장에 남문기씨가 당선됐다. 개표 결과 모두 2,981표를 얻어 37.05%의 지지율을 보이며 2위인 김남권씨에게 1,082표 차이로 1위에 올라 당선이 확정된 것이다. 이로써 두 달여 지속되어 온 선거전은 끝나고, 남문기 당선자는 앞으로 2년 동안 LA 한인회를 이끌고 나가게 됐다. 먼저 남문기씨의 당선을 축하한다. 그리고 끝까지 선전한 김남권씨 등 나머지 후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상당히 어려운 선거전이었다. 4명의 후보가 출마한 것부터가 그렇다. 4파전은 자연 치열한 경쟁을 유발했고 그 결과 보다 많은 유권자 등록이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선거가 남긴 좋은 기록이다. 중도탈락 후보가 없었다는 점도 그렇다. 일부의 예상은 약세로 점쳐지는 후보가 막바지에 강세의 후보와 모종의 흥정을 하고 사퇴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태는 그러나 발생하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열에, 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든 선거였다’-. 이번 선거에 대한 총평이다. 거기다가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노인표가 당락을 결정짓다시피 했다. ‘과열·금권·노인표.’ 역대 한인회 선거가 보여온 문제점을 요약하면 이 세 단어로 압축된다. 이번에도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지적되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관위의 무능력이다. 사상 최악의 선관위란 말이 나올 정도다. 온라인 유권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 진행요원이 모자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 당일 오후까지 투표소도 제대로 마련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수천명의 유권자들이 한 표 행사를 못하고 발을 돌렸다. 선관위 자체가 2,400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투표소까지 나왔다가 투표를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는 끝났다’- 이 말을 재차 하는 건 ‘선거 후 당선자와 패배한 후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는 ‘최악의’ 혹은 ‘좋은 전례가 되는’ 선거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부분적으로 문제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마무리가 좋으면 제28대 LA 한인회장 선거는 좋은 선례로 기억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다음에 오는 사태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한인사회는 분열이라는 또 한 차례의 악몽을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해 당부할 것이 있다. 남문기 당선자가 경선에 나섰던 후보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후 겸허한 자세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봉사의 최일선에 서야 한다. 이것이 한인회장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패배 후의 몸가짐이 더 중요하다. 패배를 했다. 그것도 석연치 않은 패배다. 그러나 군말을 않고 깨끗이 승복한다. 그리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패배를 극복하는 리더십이다. 아름다운 패자에게는 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한인회는 28대로 끝나는 게 아니고 29대, 30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잔치는 이제 끝났다. 남은 일은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서로를 용납해야 한다. 그런 후 새로운 한인회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새 한인회 팀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다. 한인회장 당선자의 리더십과 건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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