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우루과이대회(1930년)

우승 우루과이,준우승 아르헨티나
국교단절 뒷몸살…미국 3위 기염

1930년, 신흥 수퍼파워 미국은 대공황 몸살이 깊어지고, 독일 등 유럽에도 그 어두운 그림자가 덮치고, 1917년 붉은혁명으로 새나라가 된 소련은 스탈린체제 구축과 함께 참혹한 독재늪으로 빠져들고, 동방의 작은 나라 조선에서는 일제 식민통치가 한층 교활해지던 그 즈음, 인구 200만명도 안되는 남미 밑자락 우루과이서 열린 월드컵축구가 온 세상을 그토록 휘어잡는 괴물이 될 줄은 거의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1929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창설결정 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그때나 지금이나 축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라들의 제1회 월드컵 유치경쟁이 만만찮은 가운데, 객관적 성적표(1924년, 1928년 올림픽 연속우승)를 앞세우고 1930년이 독립 100주년이라는 정상참작 호소에다 모든 선수단의 교통비 숙박비 전액제공과 결승전경기장 신축약속까지 곁들여 유치에 성공한 우루과이조차도 자신들이 유사이래 단일종목 최고최대이자 불멸의 축제가 될 이벤트의 서막을 올린다는 역사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서로들 못나가서 안달인 월드컵에 그때는 안나가겠다는 나라들이 많아 이들을 달래느라 FIFA와 주최측이 애먹은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비롯해 영연방4개국은 FIFA에서도 탈퇴해 자기들끼리 놀던 처지라 월드컵 개막대회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일제 채찍질에 채인 동아시아와 서구열강 힘자랑에 주눅든 아랍권에서는 제코가 석자라서, 아프리카에서는 몇군데 빼고 문명의 세례를 못받아 세상물정에 어둡던 터라, 월드컵이 열리는지 닫히는지 잘 알지도 못했다.
사정사정 불러모은 인류최초 월드컵 출전국은 모두 13개국. 구대륙 유럽에서
4개국(프랑스 벨기에 유고 루마니아) 신대륙 아메리카에서 9개국(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볼리비아 칠레 페루 멕시코 미국)이었다. 선수교체 룰(70년 멕시코월드컵 때 도입)이 없어 부상으로 실려나간 골키퍼 대신 필드플레이어가 골문을 지키고(프랑스4-1멕시코), 시계를 잘못본 주심이 6분이나 남겨놓고
종료휘슬을 불었다가 나중에야 6분경기를 속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프랑스 0-1아르헨티나), 유럽출신이 많아 강팀이리라고 지레짐작해 미국에 탑4 시드배정을 해주는(결국 미국은 3위를 차지해 몽매한 주최측의 체면을 세워줬다) 등 배꼽잡을 사태가 연발한 가운데 신축스테디엄에서 최후의 승부를 벌이게 된 팀은 축구앙숙 이웃사촌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올림픽챔피언(우루과이)과 남미챔피언(아르헨)의 왕중왕전 성격이기도 했다.
우루과이로 몰려든 아르헨 축구팬만 3만여명. 이들에게 인심을 베풀 우루과이가 아니었다. 아르헨측에 준 입장권은 고작 1만장. 전반 12분, 우루과이 도라도 선제골. 20분, 아르헨 페우세예 동점골. 35분, 아르헨의 전설 스타빌레(첫대회 득점왕, 8골) 역전골. 반환점을 돈 스코어는 2대1. 후반에는 독오른 우루과이의 파상공세. 13분만에 체아 동점골에 이어 23분 이라아르테의 역전골이 작렬했다. 조바심에 문단속을 소홀히한 아르헨의 뒷덜미를 낚아채 외팔이 카스트로가 종료 1분전 쐐기골로 최초의 월드컵 최후의 승부(4대2) 대미를 장식했다.
우루과이는 환희의 도가니, 아르헨은 비통의 도가니. 그들이 만나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거리에서 술집에서 주먹질로 발길질로 연장전패싸움. 양국 지도부도 열을 받았다. 6년간 국교단절. 월드컵이란 불덩이가 향후 지구촌을 얼마나 더 달궈놓을 것인가를 예고하는 상징적 서곡이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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