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학부모들이 지난 28일에 열린 PESA 부모교실에서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진천규 기자>
지경희 LA고교 카운슬러가 PESA 부모교실에서 바람직한 자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존중·인정위에 규칙 세워라”
“엄마한테 말해봤자 어차피 허락 안 할 거잖아.”지난달 말 LA카운티 교육국 주최로 열린 학부모 교실에 참석한 한인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K씨는 대화를 하려고 해도 딸이 소용없다며 기피하고 가까이 하기 위해 접근하면 오히려 싫어한다고 호소한다. S씨는 자녀와 관심사가 달라 대화를 하지 않게 된다고 고민한다. 아들이 공상과학 책을 너무 좋아해 일주일에 몇 권만 보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어겨 한판 붙었다는 그는 아들에게 어느 정도 허용하고 얼마만치 엄격하게 해야 하지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처럼 잡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W씨는 자녀를 어느 만큼 믿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한지는 알지만 어떻게 해야 대화를 열 수 있는지 고민이다. LA카운티 교육국은 “학부모의 관심이 학업성적을 돕는다”(Parent Expectations Support Achievement)라는 철학으로 학부모에 대화 기술을 가르치는 PESA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주최하고 있다. 지경희 LA고등학교 카운슬러가 한인 학부모들을 위해 한국어로 지도한 PESA 부모교실을 계기로 자녀와의 효과적인 대화방법을 모색해 본다.
부모-자녀관계는 줄당기기
배합·균형 맞춰야
“한국에선 학생들이 밤 8시까지 학교에 있고 자정까지 학원에 맡길 수 있는데… 미국에선 아이들이 시간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과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PESA 세미나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자녀 교육에서 부모가 맡은 역할이 미국에서는 훨씬 크고 어렵다는 것이다.
LA고교 지경희 카운슬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기회가 명문대학에 가는 것 하나이므로 그걸 잡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입시지옥에 던져져 경쟁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회가 다양하므로 자녀에게 맞는 기회를 찾으면 성공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큼 부모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얘는 다르구나”하는 자녀에 대한 인격체로서의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이는 모두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뤄진다.
지경희씨는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과 식탁에 같이 앉아 얼굴을 마주보면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자녀의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인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 자녀가 부모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녀와의 관계는 줄다리기와 같아 그냥 놓아버리면 오히려 자녀에게 치명타를 주게 된다. 당기기도 하고 끌려가 주기도 하는 배합을 잘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 카운슬러는 “인정과 허용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며 “아이들을 방치하면 안되고, 가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행동에 따라 상과 벌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PESA 세미나에 참석한 학부모 김미옥씨는 “한인 부모들이 자녀를 대하는 것이 진정한 대화보다 일방적인 명령이나 강요인 경향이 있는데 저도 아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엄마 생각대로 주입했었던 것 같다”며 대화를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들어줄 때 인정받는다고 느끼고 적응하기 쉬워진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학교가 재미없다거나 친구가 없다고 불평을 할 때 어떻게 해줄 수 없지만 들어주는 것 자체만으로 딸의 스트레스가 풀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경희 카운슬러 PESA 세미나
학부모 대화 통해
자녀학습 돕는다
■ PESA 부모교실은
PESA 부모교실은 LA카운티 교육국이 학부모의 교육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초중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해온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부모가 대화를 통해 자녀의 자긍심을 키우고 학업 성취를 가져오자는 취지가 있다.
지경희 LA고교 카운슬러가 진행하는 한국어 부모교실은 지난해 4월 처음 실시된 후 지금까지 3차례 열렸다.
이틀에 걸쳐 12시간 동안 열리는 단기집중 프로그램으로 부모들은 그룹 액티버티 등 웍샵에 참여해 자녀에 대해 더 알고 대화기술 등을 익힌다.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20%만 진행하고 80%는 참석자들과의 토론으로 이뤄지도록 구성됐다. 참가 인원은 10∼15명으로 한정돼 학부모가 자녀교육에 관한 고민을 심층적으로 파헤칠 기회가 된다.
교육국은 이 훈련을 받은 학부모들이 각 학교로 돌아가 얻은 정보와 기술을 다른 학부모들에게 전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경희씨는 PESA 부모교실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의 모임 ‘페사러브’를 결성해 지난 6일 모임을 갖는 등 매달 한번씩 만나고 있다. 그는 또 웹사이트(www.pesalove.net)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학부모들이 글을 올려 상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한국어 PESA 부모교실은 연 두 차례 열리는데 제4기는 11월에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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