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만명 반이민법 저지 도심 행진
한인 100여명도 동참
이민자 차별 철폐와 합법 노동 및 거주권 부여를 요구하는 40만 이민자들의 목소리가 시카고 다운타운에 메아리쳤다.
히스패닉뿐만 아니라 아이리시, 폴리시, 흑인,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출신의 이민자들은 시위 조직 단체들이 임대한 스쿨버스를 타거나 혹은 CTA 등 대중교통을 이용, 삼삼오오 집결지인 유니언팍(애쉬랜드&레익)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반이민법안을 성토하며 세를 규합하던 시위 군중은 정오가 조금 지날 무렵 두갈래로 나뉘어 그랜트팍(미시건&발보아)에 집결, 오후 늦게까지 집회를 가졌다.
시위대는 이민자를 합법화하라, 우리는 모두 미국인, 이민자에게도 인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으며 직장을 그만둘 수 없어 미처 시위에 참가하지 못한 이들은 경적을 울리며 심정적인 동조를 보내기도 했다. 행진로 도중에 있는 여러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수업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길가로 나와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특히 히스패닉계 학교인 Dr. Pedro Albiza와 Campos 고교에서는 재학생 1천여명이 모두 시위에 참여, 시위대 중간중간 앳된 얼굴이 자주 보이기도 했다.
이 날 행진에는 지난 3월보다 각종 단체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자신을 성실베스터 성당의 주임신부라고 소개한 마이클 허만 신부는 가톨릭은 언제나 이민자의 편에 서왔다며 오늘의 시위 참여는 나 개인적인 선택이 아닌 교단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민자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누구도 신이 주신 권리를 제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시민권자들이 이민자를 돕는 단체인 Prarie Clarifier의 앤 스태튼씨는 우리는 모두 이민자들이고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며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이 메이플라워를 거부하지 않았듯 우리도 이민자들을 차별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단체가 확성기나 북, 챔벌즈 등을 들고 시위대를 독려했으며 행진에 참가한 이들은 손마다 출신국 국기와 성조기를 쥐고 우리는 다르지만 하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피켓에는 내일 우리가 투표할 것이라는 구호가 빠짐없이 적혀 흑인을 제치고 미국내 제 1 소수인종이 된 히스패닉계의 거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너무나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겹겹이 설치하고 불상사를 경계하는 모습이었지만 랜돌프길의 폴리스라인이 잠시 무너졌을 뿐 곧바로 회복됐으며 시위대는 어떠한 폭력사태도 초래하지 않고 평화롭게 행진을 계속했다.
그랜트팍에서는 바락 오바마 연방상원의원과 루이스 구티에레즈·젠 샤코우스키 연방하원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 지지연설을 펼쳤다. 구티에레즈 의원은 여러분의 단합된 힘이 미국을 바꿀 것이라며 이민자의 권리를 인정받는 날이 올 때까지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샤코우스키 의원은 미국에 이민자 출신이 아닌 이가 어디 있느냐면서 이민자를 위한,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민자들은 다수가 히스패닉이었으며 동유럽계 이민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인 시위대는 모두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행진에 참가했다. 자신이 멕시칸이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호세 루이스(41)씨는 나 뿐만 아니라 내 친구와 동료들도 모두 일당을 포기하고 이 자리에 섰다며 회사에 타격이 있을 텐데 사장이 이해해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폴란드계 페인트공인 마치 골코스키(32)씨 역시 일을 접고 거리로 나온 경우. 그는 작업을 못했으니 돈을 못받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면서도 우리 이민자들이 안심하고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을 때까지 일 따윈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호언했다.
회사의 양해를 구하지 못하고 무작정 참가한 경우도 있었다. 아내와 함께 시위에 나선 과테말라 출신의 디노 구에발라(40)씨는 나도 아내도 회사에서 양해를 구할 수 없었다면서 할 수 없이 오늘 아침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무작정 ‘아파서 못나가겠다’고 우기고 행진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진에 참가한 1백여명의 한인들은 한인문화교육마당집과 한인사회복지회, 한인노인복지센터, 코윈 등의 단체와 함께 이민자 대열에 합류했다. 마당집 벨코어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는 라티노 뿐 아니라 범아시아 이민자들이 함께 모였다며 우리는 모두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의 행사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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