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가 이달 초에 30개째 나이테를 둘렀다.
이 회사의 창업과 쇠퇴, 재기는 한편의 드라마보다 더 드러매틱하다.
애플은 1976년 4월1일 만우절에 당시 21세이었던 스티브 잡스가 고교 선배 스티븐 워즈니액과 함께 창립한 회사다. 약 700달러를 가지고 자신의 차고에서였다.
‘애플 I’이라는 컴퓨터를 선보이면서 출항한 이 회사는 그 후 애플 II, 매킨토시 등을 선보이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세상을 바꾼다’는 깃발 아래 혁신적인 운영체계와 디자인을 무기로 미국 가정들을 무섭게 점령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 기업 역사상 최단기간에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애플은 80년대 중반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독불장군적 경영을 고집하다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결국 잡스는 1985년 경영권 싸움에서 패해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비운을 맞는다. 90년대 들어 애플의 몰락은 가속화됐다. 한때 16%였던 시장 점유율이 4%까지 떨어졌다. 97년 중반까지 적자행진의 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고사상태의 애플은 잡스를 97년 임시 CEO로 경영일선에 복귀시킨다. 그리고 잡스는 회생불능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기적을 연출한다. 그해 말에 10억달러 적자를 1억달러 흑자로 역전시킨 것이다.
애플은 기사회생했고, 그 후 내놓은 아이맥, 맥미니, G5 등이 참신성과 고성능 덕에 연이어 히트했다. 새로 진출한 MP3 플레이어 분야에서 아이팟이 세계 시장의 74%를 장악할 정도로 날개를 달고 디지털 음악 판매에서 큰 수익을 낸 점도 큰 몫을 했다. 주가는 2001년 초 주당 7.44달러에서 지난 1월 중순 86달러까지 비상했다. 물론 여러 도전이 앞에 있지만 애플이 앞으로도 컴퓨터 역사를 써 갈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이같은 성공을 가져온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잡스가 컴백하면서 내건 캠페인인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를 꼽는다. 이 문구를 카피로 삼아 에디슨, 간디, 아인슈타인 등 남들과 똑같이 생각할 것을 거부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켰던 인물들의 흑백 사진과 함께 펼쳤던 마케팅은 광고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몇 년 전 한인타운 윌셔가의 빌딩 벽에 그려졌던 이 광고를 기억하는 한인들도 많을 것이다.
애플은 역발상의 힘을 바탕으로 속 보이는 컴퓨터, Y세대의 감각에 맞는 다양한 색상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등을 모두 모니터 안에 포함시킨 컴퓨터 등을 개발, ‘혁신의 외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적군으로 여겨졌던 MS의 윈도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발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애플의 부활을 가져온 것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애플의 눈’으로 한인타운을 바라본다. 경제 섹션에 연재되는 ‘타운 샤핑몰 시리즈’ 취재를 위해 몇주 전 웨스턴가의 한 샤핑몰을 찾은 일이 있다. 17개 입점 업소들을 일일이 방문, 비즈니스에 대해 듣고 주인들의 사진을 찍었다. 이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대다수 업주들이 고객들이 왜 당신 업소를 찾아야 하느냐, 마케팅은 어떻게 하느냐, 비즈니스 철학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업주들은 비슷비슷했다. 공짜로 찾아온 홍보기회에 시큰둥해 하는 것도, 고객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듯한 소극적인 모습도. 결국 눈에 확 띄는 색다른 업소가 있으면 좀 더 부각시켜 주고 싶었던 기자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장사가 안 되면 어떻게 사나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아팠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헤밍웨이의 유명한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의 첫머리를 기억하자.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에는 말라서 얼어죽은 한 마리 표범의 시체가 있다.
표범이 무엇을 찾아 이처럼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표범은 잘못 가던 길을 돌이키지 못해 죽었던 것을 잊지 말자. 역발상의 방법을 찾는 것은 업주들의 몫이다.
김장섭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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