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냐 마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고교 시니어들과 그들의 학부모들은 삶이 결코 환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희망 대학, 가능성이 있는 대학, 안정권 대학 등 3부류로 나누어서 지원, 가장 합격이 힘들다는 희망 명문대학에서 합격증은 왔는데 재정지원서를 열어보니 ‘꽝’이다. 대신 백업(back-up) 학교였던 2차 희망 대학에서는 합격증과 함께 호박넝쿨이 저절로 굴러오듯 든든한 재정지원서가 달려왔다. 1차 지망대학을 택하자니 부모의 빈한한 저금통이 울고 2차 지망대학에 가자니 그동안 수고한 대가치고는 허전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비 리그 등 명문 사립대 학비 연 5만달러 육박
등록금 면제·각종 수당·경비 지원 등 부담 적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몇 개의 대학 합격증을 받아든 시니어들은 이제 5월1일까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측에 의사를 밝혀야 하고 합격증은 왔으나 가지 않을 학교측에도 정중히 심중을 밝혀야 한다. 문제는 만만하지 않은 명문 사립학교의 학비에 있다. 이들 사립학교들도 학비지원 사정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보다 폭넓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보다 필요에 의한 재정지원(need based aid)을 대폭 늘였다.
실례로 하버드 대학은 최근 연소득 6만달러 미만 가정에 학부모 부담액을 전액 면제해 준다고 발표했으며 스탠포드는 4만5,000달러, 펜실베니아 대학은 5만달러 미만 가정에 같은 규정을 적용시킨다고 밝혔다. 일명 공짜 타기 프로그램(free-ride program)으로 불리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미 전국 명문대학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런 재정보조도 무상 원조보다는 융자쪽으로 방향이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필요에 의한 재정보조에 해당되지 않는 중산층과 중상류층 가정에 있다. 1인당 학비가 거의 5만달러에 육박하고 있어 자녀가 두 명 다 이런 학교에 다닌다면 연간 10만달러, 4년간 40만달러라는 거액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데 학부모들의 고민이 있다.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백업 스쿨의 성적위주 재정보조(merit aid)이다.
미전국 학생재정보조행정관리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Student Financial Aid Administrators)에 따르면 1993∼1994년에는 성적위주 장학금이 미 전국에서 12억달러가 지출됐으나 10년 후인 2003∼2004년에는 73억달러로 늘어났다.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명문대학들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메릿 스칼라십을 제공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뉴욕의 트로이에 위치한 렌실러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는 연간 학비가 4만달러인데 지난해 신입생 1,250명 중 25%가 평균 각 1만5,000달러씩의 장학금을 받았다. 또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도 학생의 45%가 연간 2만5,000달러까지 하는 성적위주 장학금 패키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추세에서 비용만 아니라면 1차 지망대학이었던 아이비리그를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학비 때문에 재정보조 패키지가 든든한 제2지망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한 걸음 물러서는 아쉬운 선택’인 것일까라는 의문이 미 전국 각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지원이 든든한 제2지망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지원사격이 되고있는 연구 결과와 증거 자료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대학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조사한 2005년판 ‘How College Affects Students’에 의하면 성취도가 높은 학생은 어디를 가건 상관없이 번창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명문대학이 교수법의 질, 학생의 학습정도는 물론 기타 여러 사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이오와 대학의 교육학 교수이며 이 책의 공동저자인 어니스트 파스카렐라는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라고 해서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쾌하게 결론짓고 있다.
또 특별한 명문대학이 교육의 질이 더 좋고 장차 졸업 후 학생의 소득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프린스턴 경제학자인 앨런 크루거와 매스매티카 팔러시 리서치사의 스태이시 버그대일이 프린스턴이나 예일 같은 아이비리그에 합격했지만 툴레인 대학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선택해야 했던 학생들의 졸업 후 소득을 비교한 결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물론 몇몇 자료들은 엘리트 대학들을 졸업한 학생들의 소득이 더 높다는 것을 밝히고 있지만 이도 “단순히 학교차이 인지 아니면 학생의 자질 차이 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하버드 대학 경제학 교수 캐롤라인 학스비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재정지원이 든든한 제2지망 대학을 선택하는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루카스 푸엔테는 스탠포드와 다트머스, 팬실베니아 대학에서 합격증이 왔다. 이들 대학의 연간 학비는 연간 4만8,000선이며 그는 필요에 의한 재정보조 자격에서 탈락되기 때문에 학교측의 재정지원은 전혀 없다. 이 과정에서 조지아대학에서는 타주 학생 등록금 1만6,000달러 면제에 그외 기타 경비도 지원한다는 패키지가 당도했다. 4년간 합산하니 12만5,000달러 패키지였다. 푸엔테는 부모의 돈을 대학을 위해 ‘거들 내지 않기 위해’ 조지아대학을 택했다.
오하이오주 노스캔톤에 위치한 노스 캔톤고교의 에이미 류양도 듀크, 코넬로부터 합격증이 왔지만 재정보조가 없기 때문에 휴스턴의 라이스 대학쪽을 택하고 있다. 라이스 대학은 메릿 장학금으로 연간 1만3,500달러를 지원하고 그 외 리서치 수당으로 또 2,000달러를 지원한다는 약속이다. 류양은 “어딜 가던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며 “의사가 되려면 갈 길이 먼데 대학부터 부모 주머니를 탈탈 털어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대학입학 담당자들이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재정에 관한 조언
◆대학입학 지원서를 보내기 전 자녀에게 대학 학비를 위해 얼마만큼만 지원할 수 있다는 그림을 제시한다. 주머니 사정의 밑바닥을 보여주라는 예기다.
◆대학 교육 학비를 계산할 때 대학원이나 프로패셔널 스쿨(법대 혹은 의대 및 기타 자격증 코스) 학비도 함께 계산해 본다.
◆대학 학비가 너무 비싸다면 제2 지망대학에 갔다가 대학원을 제1 지망으로 가는 것도 학비절약의 한 방법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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