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시대 519년의 역사 중에는 27명의 왕과 많은 학자, 재상, 그리고 장군들이 있었다. 왕 중에는 세종대왕 같은 훌륭한 왕이 있었고, 학자 중에는 정몽주, 성삼문 같은 학자도 있었다. 그리고 장군 중에는 최영 장군, 이순신 장군도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는지 발전했는지, 우리나라도 여자가 국무총리 되는 시대가 왔다. 국무총리는 조선시대 영의정에 해당되는데 그 벼슬이 임금 다음가는 자리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 했다.
조선시대 훌륭한 재상으로는 황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성계 혁명에 반대하여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 번 고쳐 죽어”로 일편단심의 절개를 지킨 정몽주는 충신의 표본으로 역사에 남지만, 황희는 형조판서, 병조판서, 예조판서, 이조판서를 두루 거치고 우의정, 영의정을 지낸 재상이다. 90세의 장수를 누리면서 37년간을 재상을 지낸 청백리 관리로서 특히 유명하다.
정몽주의 忠은 임금을 위한 忠이었다고 한다면 황희는 나라와 백성을 위한 忠이었다. 임금이 곧 나라였던 시대였지만 한사람의 왕을 위한 충성과, 나라와 백성을 위한 충성은 다를 수도 있다. 황희는 지식이 정몽주보다 못하다 할지라도 도량이 깊고 넓은 인격과 덕을 갖춘 관리였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혁명정권을 잡는데 주체세력이 아니어서 이 씨 왕조 초창기에 경계를 받았었지만 이성계는 한 살 아래인 황희를 믿고 크게 기용했다.
황희가 정권의 세력 다툼으로 잠시 낙향하고 있을 때 농부와의 일화는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다. 밭갈이에 검정소와 황소를 부리는 농부에게 두 마리 소 중에 어떤 소가 일을 잘 하느냐고 물었다. 멀리 떨어져 밭을 갈던 농부가 소를 세우고 나와서 황희 정승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을 했다. “누런 황소가 검정 소 보다 일을 잘 합니다.” 황희는 농부에게 말했다. “거기 서서 큰소리로 말해도 들릴 터인데 여기까지 와서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할게 뭐요?” 농부는 대답했다. “선비님, 아무리 짐승이라 할지라도 똑같이 일을 하는데 어떤 소는 일을 잘하고 어떤 소는 일을 잘 못한다고 하면 그 소가 좋아하겠습니까?” 이때 황희는 무릎을 치면서 “내가 정승이 아니라 이 농부가 정승이로다”하며 감탄하고 크게 깨달은 바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황희는 사람의 옳고 그름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평하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모든 일을 이해와 용서로 다스려 재상 중에 명재상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들의 현실정치나 사회생활에서 남의 흠을 침소봉대 하고 없는 일도 꾸미고 조작해서 죽이고 끌어내리는 부끄러움을 황희 정승에서 배울 바가 많다. 이번에 여성 국무총리는 남의 잘못이나 흠을 치마폭으로 감싸주고 용서해주는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잘못은 잘못한데 있는 잘못보다 잘못 했다고 꾸짖는데 있는 잘못이 더 크다고 했다.
황희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어느 객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게 되었다. 밤에 달빛에 마당에 무엇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때 그 집에 집오리가 와서 그 반짝이는 것을 먹어 버렸다. 아침에 집주인 여자가 은반지를 잃어 버렸다고 수선을 피우면서 길손인 황희를 다그쳤다. 황희는 하루만 저녁까지 기다려주면 은반지를 찾아주겠다고 했다. 주인여자는 황희를 도둑으로 몰았다. 황희는 변명하지 않고 집오리를 내 옆에 묶어놓으라고 했다. 하루해가 지나고 저녁 무렵에 오리 똥에서 은반지를 찾아 주었다. 주인 여자는 왜 진작 오리가 먹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황희는 내 말 한마디에 저 오리의 목숨이 달렸는데 어찌 오리가 먹었다고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용서하고 참아주며 기다려 주는 황희의 높고 깊은 덕을 알 수 있다.
황희는 천성이 검소하고 가난한 청백리 관리로서 식솔을 거느리기도 힘들었다. 황희가 드물게 90살까지 장수 할 수 있었던 것도 탐욕 없이 깨끗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지나친 소유를 부끄럽게 여겼던 마음의 평화로 장수하는 건강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공무원들이 부정 부패로 배를 불리며 호의호식하는 자본주의 시대의 우리들은 황희의 검소한 생활과 욕심 없는 충성을 배워야 한다. 사람이 필요로 살아야지 사치로 살면 몸에 병이 생기고 송사를 면하기 힘들다. 음식을 사치로 먹거나, 소유를 분수 이상으로 가지면 아무리 좋은 보약을 먹어도 장수하지 못한다. 다산 정약용은 아들에게 훈계하기를 “옥토가 절약만 못하다”고 했다. 많이 거두기 보다 아껴 쓰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삶의 길이다.
예수나 간디는 무소유로 살았지만 풍요한 마음의 행복을 누렸다. 필요 이상의 소유는 남의 것을 뺏었다고 생각하는 양심으로 살아야 한다. 한명숙 총리가 황희 영의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윤학재/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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