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 살고 싶은 마음 뿐
언제부턴가 여대생들에게 선호하는 직업을 물으면 항상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상위권에 자리 잡게 됐다.
많은 여성들의 ‘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아나운서’ 임성민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그가 잠시 ‘외도’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일반의 환상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는 임성민에게 단순한 취미생활 이상의 것이다. ‘고고한’(?) 아나운서 직함을 버리고 서른을 넘긴 나이에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려 노력 하는 임성민에게 ‘연기’는 소명과도 같다. 큰 준비 없이 치른 탤런트 시험은 단 한번에 붙었지만 아나운서 시험은 3년이나 낙방한 끝에 합격한 것만 봐도 그렇다.
월수입 100만원, 그래도 연기가 좋다
“연기자의 길을 택한 후 수입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임성민의 수입은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는 백제예술대학에서 받는 100만원이 전부. 그래도 연기를 하는 요즘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하는 그다. 또 자신이 직접 연기하지 않고 남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이유 없이 힘이 들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연기를 하면 전혀 힘든지를 모르겠다고.
이 정도면 임성민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타고난 끼는 인정 받을만 하다.
“아나운서 하면서 품위유지 하며 살면 될 걸 왜 연기를 하겠어요. 연기를 하지 않으면 몸이 너무 힘들어지니까 ‘살기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연기자로 살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연기한 것이 ‘외도’가 아니라, 아나운서 생활이 외도
임성민은 이전까지 자신의 연기 생활에 대해 ‘아나운서의 외도’라고 표현한 많은 기사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두고 볼 때 오히려 아나운서 생활이 외도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자의 꿈을 키웠고, 아나운서 시험보다 먼저 탤런트 시험을 쳐서 합격했다. 집안의 반대로 연기자가 되지 못해고 아나운서 일을 하게 됐을 때에도 틈틈이 연기 수업도 받았고, 방송국에서 만나는 연기자들과 친분도 쌓았다. 2001년 프리랜서 선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연기에만 매진했다.
임성민은 아나운서 시절을 회상하며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 놓는다. 그는 “틀에 맞추는 생활이 맞지 않는데도 조직 생활에 조화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며 “그런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아 힘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 “남보다 10~20년 늦게 시작한 일,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
10대 때부터 양성된 수많은 군웅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리 연예계. 거기에서 30대에 전업 연기자 선언을 한 임성민의 연기 인생이 그리 순탄할 것만 같진 않다. 그런 어려움을 임성민 자신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남들보다 10~20년 늦게 시작해 힘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연기를 해야 하는 이상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세월을 돌이킬 수 없으니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아나운서 출신이기 때문에 역할을 많이 가릴 것이란 편견도 그가 앞으로 없애 나아야 할 과제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94년 KBS에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를 연기자로 대하기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임성민은 “어떤 역할도 할 자신이 있는데 내 전 이미지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사실 그간 내가 맡았던 역할들을 두고보면 성매매 여성부터 밤무대 가수, 군인, 자전거 퀵서비스맨 등 다양했다”고 부연했다. 어떤 역할도 자신이 있다는 표현인 셈이다.
결혼, 연기자로 인정 받으면 할 것
우리 나이로 서른여덟. 만 나이로 해도 서른 일곱의 나이.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그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다.
임성민은 이에 기자가 무안할 정도로 단호하게 “연기자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내 안녕과 부귀영화보다는 사회적 활동을 더 중시하는 성격”이라며 결혼보다는 사회활동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오로지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 뿐
임성민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치권 입문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정치고 뭐고 지금은 관심 없다”며 오로지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한다.
연기 생활을 위해 그는 최근 소속사도 옮겼다. 지난해 말 소속사에서 나온 후 혼자 활동하다 지금 소속된 에프엔이플래닛으로 옮겨 연기자로 재도약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 뮤지컬 연극 드라마 영화 등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면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MC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금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역할에 플러스알파를 더해 내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나운서’ 대신 ‘연기자’라는 수식어를 만들기 위해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임성민. 그가 어떤 연기 필모그래피를 그려 나갈 지 궁금함이 앞선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오미정 기자 om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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