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색맹이다’(Constitution is color-blind) 라는 표현은 Plessy v. Ferguson, 163 U.S. 537 (1896) 으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법관들이 인종문제가 대두되는 사건에서 자주 인용한다. 그러나 위의 Plessy 케이스에서의 이러한 논리는 소수의견에 불과했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으나 1955년 Brown v. Board of Education, 349 U.S. 294 에서 Brown 이 승리함으로써 ‘헌법은 색맹이다’ 라는 이론은 미국의 헌법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개정헌법 14조의 ‘정부는 모든 이의 동등권(Equal protection)을 거부할 수 없다’ 라는 규정은 Plessy 당시에도 존재했고 Brown 때에도 존재했으나 시대에 따라서 해석을 달리했던 것이다. Plessy 때에는 흑인과 백인 승객을 객차에 분리해서 수용한다 하더라도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차별대우로 볼 수 없다(Separate, but equal)는 이론으로 차별적 수용을 승인했으나, 59년이 지난 후의 Brown 케이스에서는 흑인 아동이 백인지역 학교에 입학할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천명하면서 ‘헌법은 색맹이다’ 의 원칙을 판례로 정착 시켰고, 교육시설을 분리하는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평등을 의미한다 (Separation of educational facilities is inherently unequal) 고 판시, Plessy 판례를 뒤집는 이유를 명시했다.
이제 미국에는 ‘헌법은 색맹이다’ 라는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예제도로부터 시작해서 1882년의 중국인 제한법(Chinese exclusion act), 1945년의 일본계 미국시민 강제수용(Japanese impoundment), 1960년대에 발효된 인권법이 정착될 때까지 많은 정치적 사회적 소요와 역경을 거처서 창출된 금지옥엽 같은 헌법이다. 헌법이 이미 색맹인데 흑인을 또는 동양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법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헌법은 색맹이지만 실생활에 있어서 미국 국민전체가 완전한 색맹으로 변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정도의 국민적 색맹을 이루었다고 본다. 식품점(Grocery store)을 운영하는 사람이 필자에게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 말문을 열기를 “한 흑인이 가게에 들어와서” 로 시작한다. 필자는 그에게 한 손님이 가게에 들어왔다는 말씀이지요? 라는 반문으로 그의 시각을 색맹으로 바꿔보려고 시도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한국계 아이 James는 집에 와서 부모에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John과의 관계를 늘어놓는다. John을 만난 적이 없는 부모는 John에 대해서 친근감을 갖게 되었는데, 하루는 James가 부모에게 John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는 선뜻 이를 승낙하고 돌아오는 금요일 학교를 마친 후에 오기로 했다. 엄마는 귀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James와 함께 나타난 꼬마손님을 본 엄마는 놀랬다. John이 흑인아이였기 때문이다.
James는 부모에게 John이 흑인이라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James의 눈은 이미 색맹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피부색깔을 대함에 있어서 미국국민의 시각을 색맹으로 바꾸는데 있어서 현재의 수준까지 오는데는 Plessy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10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James 네와 같은 이민 1세의 가정은 최소한 한 세대가 필요한 것 같다.
미 개정헌법 14조의 동등권(Equal protection)에 준하는 조항은 한국 헌법에도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2장 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혼혈인 차별금지법을 만든다고 야단법석이지만 시도하는 법은 위의 헌법 조문으로 이미 완성된 것이다. 국민의 의식이, 특히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의 의식이 바뀌는 일만 남았다.
입법을 한다면 혼혈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신체장애자, 노약자, 가난한 사람 등을 습관적으로 냉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법이 마련되어 야 한다. 예를 들면 같은 직종의 근로자에게 같은 급료를 지급(Equal work-equal pay)해야 하는 법, 한국국민의 배우자에게 한국시민권을 부여(Citizenship of citizens spouse)하는 법, 공공장소에 휠체어 접근로(Wheel chair access)를 설치해야 하는 법, 노약자와 빈곤층을 위한 사회보장(Social security)에 관한 법률로서 차별 받는 모든 이를 구제하는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법이 제정되어야한다.
이 법은 혼혈인이라는 표현 없이 제정되어야한다. 혼혈인 운운하는 것 자체가 혼혈인의 동등권을 저해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intaklee@intaklee.com
이인탁/변호사.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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