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일본 소설 바람이 서점가에서 충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90년초부터 국내에서 세력을 확장해 온 일본 소설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출판시장에서 이미 확고한 입지를 구축, 현재 한 해에 300여종의 신간이 국내에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소설 열풍이 충무로에까지 번져 일본 소설을 영화화하려는 국내 제작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영화가에 부는 일본 소설 바람 = ‘반짝반짝 빛나는’(에쿠니 가오리) ‘어깨 너머의 연인’(유이카와 게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네시로 가즈키) ‘프리즌 호텔’(아사다 지로) ‘검은 집’(기시 유스케).
모두 최근 국내 제작사들이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일본 소설들이다.
이문식, 이준기 주연의 영화로 제작 중인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소설은 이준기 주연의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과 함께 2월 개정판이 나오면서 국내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2002년 국내에 번역된 유이카와 게이의 소설 ‘어깨 너머의 연인’은 이미연, 이태란 주연의 영화로 이언희 감독에 의해 제작된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32살 동갑내기 두 여자가 ‘현대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법’을 그리고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 ‘도쿄타워’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도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
일본에서 1990년대 초 출간된 이 소설은 동성애자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 아내, 남편의 애인이 펼치는 삼각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02년 번역돼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밖에 ‘철도원’과 ‘파이란’의 원작자로 유명한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우리문학사 펴냄), 기시 유스케의 호러소설 ‘검은집’(창해 펴냄) 등도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된다.
◇ 작년 일본 번역소설 300여권 쏟아져 = 출판시장에서는 이미 일본 소설이 견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에 따르면 1990년 국내에 번역된 일본 소설은 31종에 그쳤지만 이후 급증해 2002년에는 278종에 달했으며 작년에는 300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보문고의 지난해 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일본 소설은 10위권 내에 3종, 100위권에 15종이 포함됐다.
올해 3월 소설 베스트셀러 목록(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에서도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일본 소설은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네시로 가즈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츠지 히토나리)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도쿄타워’(에쿠니 가오리) ‘SPEED’(가네시로 가즈키) 등 5종이나 된다.
국내에서는 1989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문학시장에서 일본 소설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하루키를 비롯,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등 인기 작가군을 중심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히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일본소설의 특징.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일본 작가의 몸값도 급등하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각종 문학상 수상작과 인기 작가군을 중심으로 한 일본소설 번역 판권 경쟁은 전쟁터 같은 양상이라며 일본작가들이 해외에서 가장 대접받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소설이 국내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일본소설의 개인주의적이고 도시적인 감수성과 개성적인 문체가 국내 소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백 연구원은 80년대까지 거대 담론에 주목했던 시대적 풍조가 개인주의적인 풍토로 바뀌었지만 국내에서는 젊은 독자들의 감수성을 대변해주면서 속도감 있게 읽힐 만한 소설들이 나오지 못했다며 이 같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들어온 일본 소설들이 젊은 층에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국내에 일본 소설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나 작가가 눈에 띄지 않고 있어 소설 일류(日流)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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