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가진 고교 시니어들 번돈 관리는…
“내 돈 이예요. 내가 일해서 번 것이니까 부모님은 간섭 마세요!” 요즘 고교 시니어들은 5월 1일까지 가고 싶은 학교에 최종 통보만 하면 된다. 대학입학 준비로 중요한 제1 라운드는 끝이 났고 이제는 숨고르기만 하면 되는 제2 라운드로 진입한 시점이다. 이때 미 전국 시니어의 4분의3은 잡(job)을 잡고 있다. 대학 등록금도 마련하고 자동차 페이먼트나 보험의 일부라도 보태기 위해서가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은 번 돈의 상당부분을 옷값, 저녁 나들이, 전자소품 마련 비용으로 ‘탕진’해 버린다. 고교 시니어들이 번 돈, 부모가 어디까지 간섭해야 하는지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키즈 앤드 머니’섹션에서 다뤘다.
4분의 3이 일하고 이중 절반 이상 주50달러 벌어
40%가 옷·전자제품 구입·저녁나들이로 써버려
부활절을 앞두고 각 교육구마다 봄방학이 한창이다. 스포츠 용품을 판매 및 렌트하는 스포츠 샬레 같은 소매점, 야구 배팅 연습하는 배팅 케이지, 햄버거 샵, 주스 샵 등에는 요즘 앳되고 상냥한 고교 12학년 점원들이 열심히 고객을 맞고 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파트타임 잡에 나선 것이다.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대학의 서베이 리서치 센터에 의하면 현재 고교 시니어의 4분의3이 파트타임 잡을 잡고 있고 이들의 절반 이상이 적어도 주당 50달러씩은 벌고 있다.
돈은 부부간 대화의 가장 큰 쟁점이지만 부모와 틴에이저간에도 만만찮은 논쟁의 대상이다. 조사에 의하면 부모와 틴에이저간에 가장 불꽃 튀는 논쟁의 대상은 역시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이다. 주말이나 방학 때 틴에이저들은 샤핑 몰이나 극장가에 몰려다니기를 원하는 반면 부모들은 조신하게 집에서 책이나 보기를 원하는 것은 세대가 바뀐 요즘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쟁점은 돈사용이다. 미시간대학 조사에 따르면 50%의 틴에이저들이 부모와 이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 자연히 ‘갈등의 불씨’가 될 공산이 크다.
부모들은 ‘태산도 티끌 모아’를 강조하며 씨앗 돈을 모아야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가르치겠지만 자녀들은 소비와 지출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 불경기보다 더 무서운 스태그플레이션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이론으로 반박한다.
TV, 인터넷, 매스컴 등 삶의 곳곳에서 자본주의 욕망이 광포하게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소유의 미학을 논하는 부모는 십대들에게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처럼 돈 씀씀이는 옷을 어떻게 입느냐(25%의 틴에이저들이 부모와 이 이슈에 대해 의견충돌을 빚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라는 일상의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부모와 자녀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이럴 때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전문가들은 “많이 간섭하되 조심스럽게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많이 그러나 조심스럽게“라는 이 이중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현실부터 파악해 보자.
■파트타임으로 번 돈의 저축 현황
부모들 수입에 무대책… 대부분 은행 잔고 바닥
템플대학의 심리학 교수이며, 청소년 발달에 대해 8권의 저서를 쓴 로렌스 스타인버그 박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위에 지적한 긴장감으로 인해 부모들은 틴에이저가 벌어들인 그들의 수입에 관해서는 거의 무대책으로 임하고 있다. “저들이 벌었으니 저들 재량대로 쓰게 놓아두자”는 식이며 심지어는 관여할 권리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미시건대학 조사에 따르면 고교 시니어의 3분의2 가량이 수입의 대부분을 지출해 버리고 은행 저축구좌 잔고는 거의 바닥이 드러난 상태라는 것. 이들의 5분의2, 즉 40% 가량이 번 돈을 옷, 전자제품 구입, 저녁나들이로 날려 버리고 있다.
이런 조사를 1982년부터 계속해온 리서치 과학자 제잘드 버캠은 이를 ‘미성숙한 풍부’(premature affluence)라고 풍자하고 있다. 돈은 많은데 부모의 제재는 없으니 이제 겨우 17, 18세인 이들이 돈을 어디에 쓰겠느냐는 꼬집음이다.
돈이 제 손안에 있는 십대들은 보다 알콜, 마약, 밤나들이(미시간대학 조사에 의하면 일하는 십대들은 주당 평균 3∼4일 밤을 외출하고 있다.) 자동차 구입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특히 자동차 소유는 십대들을 어른으로부터 좀 더 멀어지게 하는 도구라는 지적이다.
버캠 박사는 24년간 유일하게 변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구매할 것이 더 많아진 것”이라는 것. 위의 지적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템플대학의 스타인버그 박사에 의하면 십대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공략하기 아주 쉬운 대상이다.
돈은 있고 부모 제재나 규정은 한쪽에 비켜서 있고 이제 16, 17세이니까. 이들이 얼마나 쓰느냐 하면 작년에 일리노이주 노스브룩의 마케팅 리서치 기관인 ‘틴에이저 리서치 언리미티드’가 내놓은 숫자에 의하면 자그마치 1,070억달러이다. 이 돈이 십대들이 벌어서 저들 마음대로 사용한 돈이라는 것이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운다.
버는 액수따라 차보험등 부담 먼저 정해야
미네소타 대학의 가족사회과학 교수인 윌리엄 도헤티는 시니어가 잡을 잡기 전 부모와 먼저 규정을 정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버는 액수에 따라 얼마는 저축하고 얼마는 지출할 수 있되 지출내역도 의류, 셀폰 서비스, 자동차 보험 등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라는 것.
예일대학 차일드 스터디 센터 국장 앨런 카즈딘은 주립대학도 연간 1만2,000달러의 비용이 드는 만큼 이를 위해 저축하라고 하면 너무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므로 목표 달성이 쉽게 가능한 것, 자동차 페이먼트의 일부나 보험비 등을 부담시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중간 중간 리뷰도 잊지 말되 “지나친 ‘좁쌀영감’은 되지 말고 친근미를 주되 분명한 방향 제시는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도헤티 박사는 또 가족의 가치관에 의한 지출 규정을 정해야 하는데 TV를 자녀 방에 둘 수 없는 이유로 “TV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녀가 TV를 살만큼의 충분한 돈을 벌었을 때는 부모의 발언권이 없어지게 되므로 스스로 함정을 파놓지 말라는 것.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음주·마약사용·행동·인생관 부모와 동일
굿 뉴스는 리서치에 의하면 십대들은 부모와 잦은 ‘국지전’은 벌일지언정 결국은 부모의 가치관을 그대로 흡수한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미시간 대학 조사에 따르면 십대들은 음주, 마약사용, 행동거지, 데이트, 정치, 인종, 인생관등에 대해 일반적으로 부모의 가치관에 많이 동의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버는 족족 다 써버리면서 자녀보고 저축하라고 강요하면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예일의 카즈딘 박사는 돈에 관해 장기목표를 가지고 자녀와 협상을 시작하면 마약이나 섹스 등 좀 더 심각한 이슈들도 차츰 협상 테이블에 들고 나오기가 서로 쉬워지는 장점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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