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살해사건 3가 학생 숨져
충격받은 아이들 위로하는 방법
공립학교이든 사립학교이든 학교는 그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사회에 이혼율이 높으면 학교에도 이혼가정의 자녀들이 많아지고, 사회에 범죄가 있으면 학교에도 그 영향이 끼치고, 사회에서 마약이 사용되면 학교에도 마약이 침투합니다. 반면에 그 사회에 봉사정신이 강하고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많으면 학교도 그만큼 좋아집니다. 어떤 지역사회는 학교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사기업체들이 학교에 기부를 하거나 Grant를 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지역사회의 학교들은 그 지역사회 가족 일원이 되어 보호받기도 합니다.
제가 13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의 행콕팍 지역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학교는 그 지역사회의 거울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학부모, 교직원, 학생들과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가 82년이나 된 긴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학교인지라, 80주년 생일파티를 했을 때에는 나이 많은 동창부터 젊은 동창들이 다함께 모여 학교 강당을 보수하라고 동창회에서 학교에 기부금을 준 일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학교 졸업생이 일하던 웰스파코 은행에서 5,000달러를 학교 부스터 클럽(Booster Club)인 Friends of Third에 기부하였습니다.
수년 전 영화배우 커크 더글러스(Kirk Douglas)가 운동장 개선기금(Playground Enhancement Grant)으로 5만달러를 낸 적이 있습니다.
대학 총장도 아니고 공립 초등학교 교장인데도 기금 모으는 커뮤니티 아웃리치 노력을 저도 학부모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주정부 예산만 받고 Title 1(타이틀 원)이라는 연방정부 돈을 한 푼도 못 받는 대체로 부유한 가정들의 자녀들이 재학하는 학교이므로, 공립학교라도 학부모들이 학교발전 기금을 1년에 17만달러 가량 거두어 모든 학생들을 위한 인리치먼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꼭 기부금뿐만 아니라 학교의 중요 안건 결정에도 학부모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인과 별거하던 한인 아빠가 자신의 아이 둘을 죽인 사건으로 세상이 경악했는데 그 두 아이들 중 남자애가 바로 저희 학교 4학년 학생이었던 것입니다. 그 남자애의 누나는 근처의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LA타임스에도 두 번이나 기사가 나고 한국 신문들에서도 물론 여러 번 기사로 다루었습니다. 교장으로서 그동안 지진, 9.11 테러사건 등 수차례 crisis를 다루었지만 재학생 하나가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은 처음이었습니다.
교육국의 Crisis Counseling and Intervention Team을 불러 카운슬러와 스쿨 심리학자들이 대동하여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카운슬링을 하고, 교장인 제가 모든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스쿨 맨털 헬스 본부(School Mental Health Division)의 정신치료 소셜 워커들을 불러 충격 받은 4학년과 5학년 학생들을 위한 카운슬링 세션을 가졌습니다.
분노관리와 갈등해소 스킬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꼭 배워야 할 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가정불화와 사업실패 등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한국 아빠가 저지른 이 사건은 미국 교육계에도 널리 알려져서 교육국의 교장회의에 참석하니 대부분의 다른 교장들이 저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어떤 한국 아빠가 방과후에 교통정리 봉사하는 엄마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야단법석을 한 일이 있습니다. 성질 급하게 잘못 주차한 자동차에 대해 언급했다고, 수고한다고 도와주고 협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원봉사자들에게 달려든 것입니다. 왜 몇몇 한국 아빠들은 이렇게 성급하고 분노관리를 잘 못할까 늘 생각하게 됩니다.
교육국의 Crisis Counseling팀들과 School Mental Health국에서 보낸 psychiatric social worker, clinical psychologist 등은 학생들이 평소에 하던 학교생활로 되돌아가도록 도와주어야 급우가 죽은데 대한 애도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게 슬픔을 표현하니 각자의 다른 방법을 심판하지 말고 존경해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슬픔을 표현하고 서로서로 support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덧붙여 카운슬링팀은 심리적 응급치료(psychological first aid) counseling으로 먼저 그룹 상담을 하고 난 뒤 개별적인 카운슬링을 하고, 학부모를 위해 information을 보내고 뉴스 미디어에게도 차근차근 설명을 했습니다. 또한 사건을 겪고 난 후 금방은 괜찮다가 얼마 후에 나타나는 ‘Post-Traumatic Distress Signals’를 유심히 살피도록 당부하였습니다. 위기를 당하고 난 뒤 그 영향으로 우울증, 분노, 부정, 불안, 불신감, 죄의식, 두려움 등을 느끼는 것이 정상적인 반작용이라고 했습니다.
National Organization for Victim Assistance에서는 학생들의 feelings를 글로 써보거나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쓰게 할 수도 있습니다.
(1) When you realized what had happened, what were your feelings?
(2) Do you have anything you regret?
(3) How are you, right now? What would help you, right now?
(4) What is your worst fear?
(5) What are your most disturbing, angry thoughts?
시, 편지, 저널, 등 writing은 grieving하는데 좋은 치유가 됩니다.
그리고 도움이 되는 책들은
1. Guiding Your Child Through Grief (by Emswiler)
2. Dealing with Death and Loss in the School Community (by Klicker)
10세 이상의 아이들은 죽음을 인식하고 또 죽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feeling을 드러내어 발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착하고 공부 잘하고 영작문도 가장 잘 썼던 10세의 4학년 학생에게 우리 학교의 교직원, 학생들, 학부모님들이 깊은 애도의 마음과 기도를 보냅니다.
sko1212@aol.com DrSuzieOh@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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