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면서도 “나 배 아파요” “선생님이 싫어요”...
분노는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다.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관심의 표현일 뿐 사랑한다고 해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나, 엄마 미워요.”(I hate you!)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상세하게 풀어내는 기술이 아직 미숙하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는 흑이 아니면 백이다. 이 흑백 문장 안에 그들 감정의 진지함과 치열함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아동심리발달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니며 오히려 회색일 때도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와 대화하는 부모는 ‘언어의 탐정’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것. 아이들의 언어는 급하고 역동적이고 직설적이다. 항상 가속도가 붙어있고 사슴처럼 순한 눈매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멜로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잘 써먹는 몇 가지 문장, 해석하는 방법을 전문가로부터 들어본다.
프리스쿨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사용하는 문장에도 넉넉한 유머와 소소한 정보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말과 언어로 부모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서려 하고 규칙에 저항하고 책임의 한계성을 테스트하려고 한다.
부모로서의 의무는 어떤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의 가치를 실증해야 하는데 아이가 말하는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면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다는데 고민이 있다. 프리스쿨러나 킨더가트너들이 직설적으로 사용하는 말의 행간 짚기를 시작해 보자.
1. 선생님이 날 싫어해요.
(My teacher hates me!)
수업시간중 아이의 행동거지 살피는 계기로
◆무슨 뜻일까 ?
당혹감이 감추어져 있다. 시험을 잘 못 봤거나 발표시간에 지적을 받았거나 숙제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다고 브롱스의 아동심리학자 제니퍼 하트스타인 박사는 지적하고 있다. 혹은 수업중에 말을 하다가 교사로부터 벌을 받았을 수도 있다.
◆대처 방법
예기를 좀 더 들어본 다음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본다. “왜 그런 생각을 하니?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말씀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전에도 그런 말씀하신 적이 있니?”라고. 필라델피아에 임상심리학자 마이클 브래들리는 “선생님이 너를 미워할 리가 있니? 모두 다 너를 좋아하잖아!”라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침묵으로 시위할 것이고 진짜 이슈로부터 멀어지게 된다고.
오히려 아이의 행동거지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그는 언질을 주고 있다. 만약 아이가 쉬는 시간에 누구를 때리다가 선생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면 그건 선생님이 적절한 시간에 잘 간섭한 것이라고 일깨워 주라는 것이다. “네가 다른 아이로부터 맞는 것을 선생님이 봤을 때 선생님이 가만히 계시면 좋겠어?”라고 부드러운 역공을 가하는 것도 한 방법.
◆숙지 사항
아이가 지속적으로 선생님에 대해 불평을 한다면 이를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사에게 연락, 미팅 스케줄을 잡도록.
2.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I don’t have any friends.)
소외감 느낄땐 플레이데이트 친구들 초대를
◆무슨 뜻일까 ?
그룹에서 소외됐거나 파티 초청을 받지 못해 감정이 상했다는 뜻이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기분이 언짢은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대처방법
중재자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아이는 세상사는 ‘진실게임’에 진입해 있으므로. 대신 발상의 전환을 유도해 본다. 네가 게임을 만들어서 그룹을 모으던지 아니면 파티를 열어서 친구를 초청해보라고. 그리고 파티에 초청 받지 못하는 이유를 같이 분석해 보는 것도 괜찮다. 소외감은 뼈아픈 것이지만 누구나 모든 파티에 다 초청 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현실을 고통스럽지만 인정해야 하는 레슨 과정이다.
◆숙지사항
파티에 한 번도 초청 받지 못했다면 소셜 스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클래스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를 마련, 교실 밖에서 친해지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3. 하고 놀게 없어요.
(I have nothing to play with.)
“레고를 하면 어떻겠니” 등 의견만 던지라
◆무슨 뜻일까 ?
장난감은 쌓여 있어도 스스로를 재미있게 할 줄 모른다는 뜻이라고 브래들리 박사는 지적하고 있다. 플레이데이트, 각종 레슨 등으로 짜여진 스케줄에 너무 익숙한 현대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대처방법
의견만 툭 던지라는 전문가 조언이다. “레고로 탑을 쌓던지 퍼즐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니?”라고 제안하면서 20분간만 스스로 놀아보라고 언질을 준다. 그래도 불평이라면 그때는 부모가 몸으로 때울 차례다.
◆숙지 사항
아이와 함께 놀 때는 한눈으로 여성지를 보면서 한 눈으로 건성으로 놀아주지 말고 아이에게만 “올인”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모양새는 달라도 관심이니까.
4. 나, 이것 못해. 너무 어려워요.
(I can’t do this-it’s too hard)
좌절이나 실패 두려워하지 않게 배짱심어줄 것
◆무슨 뜻일까 ?
하트스타인 박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좌절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대처방법
“너는 뭐든 잘 하니까 이것도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면 압박감만 가중된다. 압박하기보다는 용기를 갖도록 유도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난다 긴다 하는 챔피언들도 누구나 처음엔 초보자였다고. 그리고 “엄마 처음 요가배울 때 서툴러서 넘어지면서 램프 깨뜨린 것 알지?”라며 실패해도 괜찮다는 여유를 준다.
◆숙지사항
새로운 시도가 아닌데도 계속하기를 꺼린다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다. 피아노 리사이틀 하지 않겠다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악보 잊어버릴까 봐 걱정된다고 하면 “전에 그런 적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없을 확률이 더 크지”라며 뱃심을 길러준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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