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와 편리, 둘 다를 희생하고 얻은 존재치고는 ‘완벽한 충만’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면서 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가 자라는 동안 반복되는 헛다방 질문은 “이 녀석 커서 뭐가 될까?”라는 것이다. 발이 큰 걸 보니 키가 클지도 모르겠다고 지레짐작을 하고 손가락이 긴데 피아노를 잘 칠까? 은근히 기대도 된다. “눈빛이 깊고 명료한 걸 보니 분명히 총명할 거야”라고도 생각한다. 이에 대해 아동의 신체 및 심리발달 전문가들은 “오버하지 마세요. 아직 너무 이릅니다”라고 부모의 들뜸에 쐐기를 박고 있다. 이제 조막 만한 아기의 발이 커야 얼마나 크고 손가락이 길어야 얼마나 길며 동서남북도 가늠 못하는 아기의 눈빛이 명료해야 얼마나 명료하겠는가? 그러나 요람속 아기를 두고 부모의 게싱게임(Guessing Games)은 계속된다.
게임-쇼 호스트 ?
미스 아메리카 ?
운동 선수 ?
음악가 ?
오페라가수 ?
스모 레슬러 ?
걸음마 녀석 두고 ‘즐거운 상상’
2세까지는 ‘떡잎’아직 몰라요
“발이 크니깐 키도 쑥쑥 클 테지…
잠 잘 자니 온순하겠지…”과연 그럴까?
일부 인성 기질을 예측할 수 있을뿐
지적 육체적으로 특별할 지는 판별 못해
이 아기, 장차 무엇이 될까?
엄마 아빠만 알아맞히기 게임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가끔 들리는 아이의 할머니는 “이마가 반듯하고 콧날이 오뚝한 걸 보니 장차 미스코리아 감이네!”라며 아기의 외모를 과찬하고 할아버지는 “클래식 음악 틀어놓으니 저리도 마음 편히 잠을 잘 자네! 나중에 바이얼린 가르쳐 보렴”이라고 엉뚱하게 가져다 붙이기도 한다.
정말 덩치 큰 아기는 커서 장군이 되는 것이고 이마가 반듯한 아기는 커서 쭉쭉 빵빵 8등신 미인이 되는 것일까?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아기의 체형과 기질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장래의 그림은 다음과 같다.
1. 큰 아기와 스모 레슬러는 상관없다.
아기들은 각기 다른 크기로 태어난다. 작고 연약한 아기가 있는가 하면 엄마 뱃속에서부터 치즈버거만 먹고 자란 듯 통실통실하게 태어나는 아기가 있다. 아기 때부터 큰 아기는 커서도 XXL 사이즈만 입어야 될 정도로 역시 클까? 여기에 대해 UCLA 메디칼센터 소아과의사 니가 가포리 박사는 “신생아 크기는 자궁 크기와 자궁 내 영양상태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더 많다”며 “아기의 장래 키는 유전적 요소에 의해 미리 설정된 대로 진행될 확률이 더 크다”고 말한다. 또 그는 아기가 똑바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정확하게 키를 잴 수도 없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대충 예측은 가능하다. 여자 아기의 경우 아빠 키에서 5인치를 뺀 다음 엄마 키를 더해서 둘로 나눈다. 남자 아기의 경우는 엄마와 아빠 키를 인치로 합산한 다음 둘로 나누고 여기에 2.5인치를 더 하면 장래 남자아이의 키를 유추할 수 있다. 이 둘 모두 편차가 2∼4인치 가량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미리 아기의 농구 유니폼을 준비해 놓는 일은 없도록.
2. 눈과 머리색은 더 짙어진다.
아기들의 색소는 아직 완전히 천착되지 않았다. 눈은 6개월쯤 돼야 제 색이 나타나지만 18개월까지 계속 진행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머리 색상은 평생 변한다. 아기의 머리 색깔은 시간이 감에 따라 더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
3. 잘 운다고 커서 더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신생아가 쌕쌕 잘 잔다고 조용하고 유순할 것이라 지레짐작하면 오산이다. 또 앙앙대며 빽빽 울어댄다고 해서 매사에 까다롭고 신경질 적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아기에게 ‘실례’다. 꼬물꼬물한 이 작은 것의 기질과 성질을 파악하는 데는 아직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유진에 소재한 오리건 대학의 기질실험 실장 메리 로스바트 박사에 따르면 “처음 몇 달간 아기가 보채며 많이 울었다고 해서 그게 곧 그 아기의 기질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아기가 울며 보채는 데는 너무나 많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굿 뉴스는 아기의 울음이나 보챔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
4. 일부 적성이나 인성은 예측 가능
게임 쇼 호스트라고 해서 뱃속에서부터 마이크로폰을 가지고 나오지도 않고, 도서관 사서라고 해서 엄마 뱃속에서부터 책을 들고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기질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제롬 카간 박사에 따르면 아기 때부터 잘 웃고 많이 움직이고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아이는 커서도 외향적이다. 이런 아이는 옹아리도 일찍 시작한다. 이런 아기는 세일즈, 미디어, 정치계로 진출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반면 새 사물이나 새로운 인물 곁에서 조용하고 변화에 주저하는 아기는 커서 시인이나 화가, 컴퓨터 전문가나 연구 분야로 진출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카간 박사는 이 예측마저 지금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목을 박는다. 그는 “이런 기질은 아직 벽돌조각과 같다. 그 벽돌로 그들이 어떤 건물을 지을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5. 영재? 혹은 천재?… 아직은 몰라
2세 전까지는 대부분의 부모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다. 자신의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고 천재성이 감지되며 위트도 있어 보이고 심지어 카리스마까지 느껴진다. 때문에 아기에게서 제일 좋은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에 과신에 ‘오버’에 주책까지 첨가된다. 그러나 뉴욕대학의 심리학 교수 캐런 아돌프 박사는 “이런 이른 시기에 아기가 지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가늠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걷는 시기만 해도 9∼17개월 사이로 개인차가 많으며 18개월이 됐는데도 아이가 못 걸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9개월보다 며칠 빨리 걸었다고 운동신경이 천부적으로 발달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옆집 아기가 18개월까지 이미 4,231단어를 입에 올렸는데 자신의 아기는 “마마” 발음조차 똑바로 못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열이 나기는 하겠지만 20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이 3세까지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
■결론
아기의 존재 자체를 그냥 생각 없이 즐기는 것이다. 크고 둥근 머리, 침 흘리며 웃어대는 스마일, 꼼지락대는 짧은 다리, 꼬물꼬물한 손, 투명하고 깨끗한 눈동자, 말랑말랑한 피부, 살랑 살랑 봄바람 같은 젖살, 우유 냄새, 젖 냄새 등등.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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