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승엽이 일본리그에서 가까이 지내고 있는 일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샌디에고 - 서준영 기자>
일본과 숙명의 결전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한국선수들이 샌디에고 펫코팍에서 몸을 풀며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다. <샌디에고 - 서준영 기자>
선수들 연습·각오
미 기자들 이승엽 ML진출 관심
서재응 “고개 숙이지 않게 최선”
애나하임의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간직한 채 4강전과 결승전이 펼쳐질 샌디에고에 도착한 한국대표팀은 한일전을 하루 앞둔 17일 샌디에고 파드레스 홈구장인 펫코팍에서 몸을 풀며 필승을 다짐했다.
한국 선수들은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간 타격 연습과 러닝 등으로 컨디션을 점검했고, 이어 일본팀도 같은 장소에서 훈련을 펼치며 일전에 대비했다, 한국팀이 연습하는 동안 주류언론을 포함해 수십명의 기자가 치열한 취재 경쟁을 펼쳐 이번 대회를 달라진 한국팀의 위상을 반영했다.
미국 기자들은 특히 ‘라이언 킹’ 이승엽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대표팀 연습을 지켜보던 메이저리그 명해설자 피터 개몬스는 “이승엽이 플로리다 말린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도 전망이 매우 밝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승엽은 마이애미 해럴드 기자가 미국무대 진출 가능성을 묻자 “올해는 일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메이저리그 진출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고, 조건만 맞으면 진출하고 싶다”고 강한 희망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오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국 선수들은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신경전을 펼치며 18일 경기에 강한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다.
‘두 나라가 양키즈와 레드삭스처럼 큰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팀 4번 타자 마쓰나카 노부히코는 “애틀랜타 올림픽 때부터 한국과 경기를 했는데, 매번 한국 선수들에게서 지지 않으려는 강한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내가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전 선발로 예고된 서재응은 ‘한일전 태극기 세레머니로 일본 선수들이 자존심 상해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선수들의 마음까지 생각할 필요 없다. 우리끼리 자축한 것이니 일본 반응에 큰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기면 자축하고 지면 고개 숙이고 돌아가는 것이니 이번에도 고객 숙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감독·선수들 신경전
기자회견
17일 오전 샌디에고 펫코팍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서로 필승을 다짐했다.
서재응은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조상 때부터 라이벌 의식이 굉장했다. 젊은 세대에 와서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일본전에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번 준결승은 세번째 만남이다”라며 “일본이 다시 힘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은 이승엽은 “당초 목표로 잡았던 4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부담감을 갖기 보다 원래 하던대로 부드러운 타격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심타자로서 당연히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지면 일본에 2연승했던게 빛을 잃는다. 일본의 선발인 우에하라를 빨리 강판시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어부지리로 4강에 오른 일본대표팀의 오사다하루 감독은 이날 회견에서 “멕시코에 존경을 보낸다”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시했다.
오사다하루 감독은 이어 “우리는 최고의 투수진을 보유했고 그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던졌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그 이상으로 더 잘 던져줄 것으로 믿고 있으며 한국과의 3번째 대결에서는 최선을 다해 이기고 싶다”며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일본팀의 주포인 마쓰나카는 “내가 홈런 또는 장타를 치지 못해 상당히 실망스럽다. 하지만 출루와 득점타를 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아 치기가 힘들다. 3번째 대결에서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 득점타를 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분해서 밤새 술마셔 이치로 “3번 내리 질수는 없다”
일본팀의 리더 스즈키 이치로가 한국팀에 2연패 당한 분을 삭이지 못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가 16일 샌디에고에서 진행된 훈련에 참석하지 못했다.
일본 취재진에 따르면 ‘자포자기’ 상태였던 이치로는 15일 한국전 패배 후 일본팀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샌디에고 대신 LA로 와 밤새 술을 마셨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음으로 세상 모르고 자던 이치로는 훈련은커녕 샌디에고로 이동하지도 못했고 나중에 자동차로 샌디에고로 이동중 휴대전화를 통해 멕시코의 2-1 승리 소식을 전해 듣고 일본의 4강 진출을 알았다는 전언이다.
17일 초췌한 모습으로 훈련에 참가한 이치로는 한국과의 3번째 대결에 대해 “같은 상대에게 3번 내리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 한국에 대한 전의를 숨기지 않았다.
<샌디에고 -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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