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지는 않지만 일제시대에 기독교 신앙운동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민족지도자 김교신 선생의 표현대로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음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으며 웃음일 수도 있고 밥일 수도 있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믿는 종교일 수도 있으며 철학이나 교육, 문화의 공유일 수도 있고 삶 전체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랑하는 이의 머리에 화관을 씌울 것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사랑하는 자녀의 화관을 만들고 있는가?
이번에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도의심이 높은 자녀로 기르는 방법에 대해 ‘페어런츠’ 3월호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양심적인 아이 만들기’ 지침
‘양심’엔 무지한 유아시기
부모 권위 확실히 해두고
사랑으로 부드러운 훈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최대한 많이 갖는것도 중요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각기 다른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통된 것은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도덕관을 가진 아이로 기르고 싶다는 바람이다. 인생을 살다가 비록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눈보라 휘몰아치는 궂은 세월을 만날지언정 언제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배우고, 잘못된 것에서 옳은 것을 배워주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심정.
그런데 놀랍게도 ‘엄마들이 알아야 할 12가지 간단한 비밀’(12 Simple Secrets Real Moms Know)의 저자 미셸 보바는 “아이들은 양심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개발시키는 것은 부모의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유아들은 바른 행동이 부모를 기쁘게 한다는 것을 알며 프리스쿨러들은 행동을 바르게 해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른과 같은 도의심이나 양심은 없다는 지적이다.
양심은 샛길로 접어들었을 때 미안한 마음이라는 처방으로 대처하는 내부의 강한 목소리인데 이는 어릴 때부터 기초를 단단히 쌓지 않으면 도의심의 기준이 엉성해지거나 달라져서 남들은 얼굴이 붉어지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정작 뻔뻔한 양심 불량자가 되기 싶다는 것이다.
부모가 정한 규칙을 잘 따르고 사회 규범을 잘 준수할 뿐만 아니라 남의 마음도 잘 살펴서 상처주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갓난아기 때부터 사랑과 관심을
“아기 때부터 필요를 적절하게 해결 받은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말이나 훈계를 훨씬 잘 받아 들인다”고 아이오와대학 발달심리학 교수 그래지나 코칸스카 박사는 말하고 있다. 장기연구 결과 생후 14개월까지 부모와의 연계가 강한 아이는 “남을 때려서는 안 돼” “장난감 주워 올리는 것 도와줄래?” “같이 나눠 써라”라는 등의 부모 말에 훨씬 순응적이라는 것.
이들이 4∼5세가 되면 양심발달이 많이 진행되어 부모가 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부모에게서 배웠던 행동규범을 그대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코칸스카 박사의 지론이다.
또 세인트루이스 미주리대학 성격교육박사 마빈 버코위츠는 “대접받고, 인정받고 자란 아이는 남들도 그와 같은 존경과 친절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우치게 된다”고 말한다.
■ 부모 권위 처음부터 지켜져야
유아시절 부모를 때렸다면 부모는 즉각 단호하게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라고 말해야 한다고 뉴욕스테이트대학 교육과 교수 토마스 리코나 박사는 말하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3세짜리가 “나 아빠 미워요”라고 말하거나 7세짜리가 말대꾸를 할 때도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고 말해 아주 어릴 때부터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동정심과 연민을 강조하라.
“동정심 없이 양심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척박한 땅에서 꽃을 피우겠다는 심사와 같다”고 리코나 박사는 지적하고 있다. 아기들도 울음소리에 같이 울고 부모가 웃으면 반사적으로 따라 웃는다. 이런 식으로 상대의 감정을 자신에게 주입해 보고 같은 장화를 신어보라고 예기한다. 프리스쿨러가 바비 인형으로 친구 머리를 때렸을 때 아이에게 친구가 울고 있는 것을 확인시키며 입장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느끼겠는가를 생각해 볼 시간을 주고 훈계한다.
■ 설교한 것은 실천한다.
정직과 인내와 친절을 외치면서 부모 자신은 뒤에서 이웃 험담을 하고 저울을 속이며 상도의를 해친다면 자녀의 양심 교육에 실패하기 쉽다. “속도제한을 무시하고 과속하고 싶지만 사고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피아노 레슨에 늦게 도착하는 것이 낫겠다”라며 상황에 맞춰 부모의 도덕관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훈계도 부드러워야 멋있다.
아이를 기르다 보면 아이가 아끼는 립스틱으로 벽에 제멋대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있고 친구의 스파이더맨 액션 피겨를 슬쩍 제 커비에 가져다 놓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솔직해서 “네가 입은 드레스 보기 흉해!”라고 말해버려 이웃집 아이가 대성통곡하는 때도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럴 때가 훈육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이때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타이를 필요가 있다고. 아이는 본능대로 그리고 싶어 그렸고, 가지고 싶어 가졌고, 보기 흉하니까 그렇게 말했을 뿐이므로. 이때 강조돼야 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주위사람, 특히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정리되면 다음은 문제 해결이다. 액션 피겨는 친구에게 돌려주며 사과하고, 말로 감정을 상하게 한 친구에게는 신발이 예쁘다거나 머리모양이 멋지다고 칭찬함으로써 전에 진 빗을 갚게 하면 문제 해결력 발달과 자존감 고취에 도움이 된다.
■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축구팀, 체스클럽, 체조클럽 등에 열심히 데리고 다니는 것도 인성개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양심 있는 아이 기르는 방법’(Right Vs Wrong: Raising a Child with a Conscience)의 저자 바브라 스틸웰은 “인성과 양심 개발에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자녀와 함께 보내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수퍼마켓에서 노인에게 차례를 양보하고 수백달러가 든 지갑을 내리고 간 고객에게 지갑을 돌려준 택시기사의 신문에 난 미담을 아침식사 시간에 예기하는 등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함께 체험하고 나누는 것 이상의 좋은 교육은 없다는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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