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O.S.T 주인공 5집 발표
2004년 여름 한창 영화 ‘키다리 아저씨’를 찍고 있던 공정식 감독은 우연히 듣게 된 한 노래에 마음을 빼앗겼다.
공 감독은 허스키한 음색이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배경으로 잔잔히 흐르는 이노래를 ‘키다리 아저씨’의 메인 테마곡으로 정했고, 영화 팬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긴 이 곡은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급속히 퍼지며 인기를 누렸다.
’키다리 아저씨’의 남녀 주인공 연정훈과 하지원이 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하며 레코드점 앞에서 함께 들었던 노래. 바로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다.
임현정. 다른 여가수 김현정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친숙하지 않지만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은 물론, 이미 99년 캔커피 CF 음악으로 쓰였던 ‘첫사랑’을 들은 뒤엔 ‘아! 그 노래’ 하며 감탄사를 내뱉을 것이다.
◇ 나는 가수라기보단 송라이터!
임현정은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을 부른 가수일 뿐 아니라 10년전 1집을 발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노래를 직접 만든 작곡가이자 편곡가, 작사가, 음반 프로듀서다.
떠오르는 멜로디만을 적는 것은 송라이팅(작곡)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그저 감정의 배출일 뿐이에요. 어떤 악기를 쓸지, 연주는 몇 인조로 편성할지… 떠오른 멜로디를 채우는 역량이 없는 사람은 송라이터라고 할 수 없어요.
고3 때 4년제 대학 입시에 실패한 직후 독서실에 앉아 있다 ‘음악을 해야겠다’고 불현듯 결심했다는 그는 2년제 대학 입시까지 남은 1달여 동안 화성, 시창, 청음 등 음악 레슨을 매일 6시간 받았고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턱’ 하니 합격했다.
음악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4년제 대학 떨어진 뒤 음악을 하겠다고 불쑥 말씀드리니 부모님이 ‘네가 이젠 미쳤구나’ 하시더라고요(웃음). 워낙 음악을 좋아했는데요. 화성, 시창, 청음 레슨을 받으면서 ‘이런 건 안 배워도 원래 다 알던 건데’ 싶었어요. 대학에 들어가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고 여기까지왔네요.
그럼에도 자기는 타고난 가수는 아니라고 말한다.
음악을 좋아해 노래를 만들게 됐고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에 부르는 거예요.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내 노래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저이기 때문이지요.
◇ 유기농 식품 같은 음악 하고 싶었어요
임현정은 타고난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소탈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도 가요계에선 유명하다.
서울예대를 휴학했을 때는 고교 동창이라는 인연으로 당시 역시 무명이었던 패닉의 이적과 이름도 없는 밴드를 꾸려 가수 전인권이 운영하는 클럽에서 비틀스의 노래를 연주했다.
’함께 밴드를 만들 정도면 이적과 친했나보다’라고 물으니 아니요. 제가 원래 잘 모르는 사람한테도 용건만 있으면 불쑥 연락해요. 이적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에 재능이 많았고 그게 생각나 같이 밴드하자고 했죠라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답한다.
이달 발표한 5집 ‘올 댓 러브(All that Love)’는 지금까지 발표했던 음반보다는보다 어쿠스틱하고 한층 사뿐하다. 카랑카랑한 일렉트릭 음이 노래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한다.
몸이 안 좋아져서 한동안 쉬며 해로운 음식은 피하고 유기농 식품을 먹었어요. 그러다 보니 몸이 정말 좋아지더라고요. 생각도 밝아졌고요. 음악도 유기농 식품처럼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동안 제 음악엔 록 요소가 많았는데 그 방식으로만 영감을 표현하는 것도 좀 지겨워졌고요.
타이틀곡 ‘사랑의 향기는 설렘을 타고 온다’는 유람선 여행처럼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귀를 간지럽히는 연가다. 안재욱과 함께 부른 듀엣 버전을 12번 트랙에 한번 더 실었다.
4집 수록곡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도 밝은 톤으로 리마스터링해 다시 담았다.
그 동안 음반 홍보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제 노래 중 몇 곡이 알게 모르게 인기를 끌었을 때도….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에요. 5집은 사랑에 대한 제 솔직한 생각을 담은 앨범이에요. 이 느낌을 이제는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신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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