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애가 참을 줄을 모르니
좀 기다리래두”
어느 누구도 육아라는 현실 앞에서는 당당할 수도, 자신만만할 수도 또 완벽할 수도 없다. 인내심 없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이성이나 이론, 학설, 이런 것들이 얼마나 덧없던가? 아이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건 인간의 생존 본능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아기는 먹는 것, 기저귀 가는 것, 춥고 더운 것이 즉각 해결돼야만 생존할 수 있으니까. 인내력, 그건 그러니까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의 성장환경에 따라 인내력이 강해질 수도 있고 덜 개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인내심, 어떻게 개발시켜야 할까?
조르는 대로 다 해주면
자칫 사회성 없는 아이 돼
명확한 시간관념 가르쳐
평소 ‘기다리기’연습하고
한번 한 약속은 지켜줘야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우는 낱말은 엄마, 아빠이지만 두살 무렵으로 들어서면 제일 많이 사용하는 말이 “안 돼”(No)라는 것은 많은 부모들이 체험하고 있다. 그 다음 이들이 프리스쿨에 들어서는 4∼5세 무렵에는 “지금 당장”(Right Now)이라는 말을 무척 많이 사용한다. 자신들이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다리고 뜸들이고 할 인내심이 없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때마다 아이의 요구를 즉각 접수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아량이 부족해지기 쉽고, 충동을 잘 참지 못하며, 공격적이 되기 쉽다고 가족심리학자 수잔 플레처박사는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 시기에 인내심을 배우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친구사귀기도 힘들어 진다.”고 조언하고 있다.
자신의 순서와 ‘자신의 시간’을 조신하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 있는 아이로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집에서 연습시킨다.
대중 앞에서 칭얼대거나 짜증내지 않게 하려면 먼저 집에서 이에 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플레처박사는 둘째 아기가 태어났을 때 첫 아이의 요구를 즉각 해결해 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 아이가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 할 때마다 “이것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말해야만 했다. 이에 큰 아이는 금방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요구가 중요함이 부모에게 전달되는 것을 알고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명확한 시간대를 정해준다.
6세 이전까지는 시간 개념이 없다. 그들의 시간은 무한정이며 마냥 느리기만 하다. 4~5세 아이에게 “5분만 기다려. 금방 해줄게.”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소용이 없다. 대신 “빨래 개켜놓고 우유 가져 다 줄게.”라고 말해야 한다고 플레쳐박사는 조언하고 있다. 또 “우리, 쇼핑 몰에서 네가 ‘스쿠비-두 쇼’(Scooby-Doo shows) 두 번 보는 시간만큼 머물 거야.”라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시간 개념으로 얘기해주라는 것이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보여준다.
바쁜데 아이가 즉각 무엇을 원할 때 부모들은 아이의 조바심을 야단치기 쉽다. 그러나 이를 성장발달의 이슈로 받아들여야지 훈련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아이의 좌절이나 조바심, 애탐을 이해하면서 “기다리기 힘들지? 잘 참아줘서 고맙다.”라고 아이의 마음을 부모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안도감을 아이가 가질 수 있다.
■일단 아이에게 한 말은 지킨다.
설거지 끝내고 장난감 꺼내 준다고 말했으면 꼭 그렇게 해야지 기다리고 있는 아이를 무시하고 또 다른 업무로 옮겨가면 아이는 부모를 불신하게 된다고 뉴욕의 카제노바 칼리지의 아동교육학과장 스테파니 리즈박사는 말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놓는다.
엄마가 다른 사람과 대화 중이라면 슬쩍 와서 팔을 잡는 식이다. 그러면 엄마는 알아차렸다는 신호로 아이의 손위에 엄마의 손을 얹어준다. 그리고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본다.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 패턴을 유지한다.
아이를 계속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뺑뺑이 돌리면 인내심이 결핍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아이가 스스로를 재미있게 할 줄 모르게 된다는 것. 아이에게 지루한 시간이나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줄 알게 하려면 스포츠나 클래스 등 기획된 활동을 줄이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사교 현장에서 인내심을 기르도록 독려한다.
놀이터에서 놀 때 아이가 그네를 타고 싶어하는데 이미 다른 아이가 타고 있을 경우가 좋은 상황이다. 이때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정해주기 보다는 아이의 재량에 맡겨보라고 앞의 플레처박사는 말한다. 만약 아이가 어찌 할 줄 모르면 “앞의 아이가 5번 그네를 타고 난 다음 네가 타고, 네가 5번 타고 난 다음에는 또 그 아이의 차례“라고 규칙을 정해보라는 것.
■조용히 기다릴 때 할 수 있는 게임이나 놀이를 준비한다.
긴 줄서기 등을 할 때 I Spy 같은 게임이 좋은 놀이이다.
기다릴 땐 이렇게...
아이가 조용해져요
부모가 전화를 할 때, 혹은 다른 일로 바쁠 때 아이가 조용히 놀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구디 배스킷
반짝이 마커, 레고, 스티커 등 아이가 조용히 놀 수 있는 물품을 배스킷에 준비해 뒀다가 사용을 허락한다.
2. 그림 그리기
엄마가 한번 곡선을 그리면 연이어 아이가 그리는 식으로 서로 번갈아 가면서 선을 이어가며 그려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3. 종이컵으로 피라미드 만들기
무너지지 않고 몇 개나 균형 있게 쌓아 올릴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인내심을 가르칠 재미있는 몇 가지 방법
◆가드닝
씨 뿌리고,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려면 적어도 몇 주,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
◆보드 게임
프리스쿨이나 플레이데이트의 필수덕목인 차례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요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함을 함께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퍼즐
실패와 재도전의 연속이다. 인내심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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