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운전을 가르치는 가주호산나운전학교의 전기석 교장은 마켓 등을 갈 때에도 부모가 항상 동승해 자녀가 안전운전을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천규 기자>
부모·자녀 대화로 풀어라
고등학생 자녀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자동차라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스윗 식스틴’이라며 16세 생일을 고대하는 이유도 16세부터 독립과 자유를 상징하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학부모들은 16∼17세 운전자들이 24세 이상 성인들보다 사고률이 4.5배나 높다는 정부 통계를 듣고 우려가 앞서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자동차를 운전하게 해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의 요구는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면 모두 겪는 고민거리이다. LA고등학교의 지경희 카운슬러는 자동차 운전 문제로 부모와 자녀들이 갈등을 빚는 것을 많이 본다며 이와 같은 이슈는 자녀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공부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라크레센타에 거주하는 한인 학부모들의 경험담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의 자동차 운전에 대해 알아본다.
한인부모들 입장
찬 성
철저한 운전교육
독립심 키워주고
픽업안해 편해
반 대
독립심 배우지만
외출은 더 잦아져
교통사고 위험도
크레센타밸리 고교 11학년 딸을 둔 전마선씨는 할리웃 장로 병원의 재활병동에서 일하면서 무분별한 청소년 운전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접한다.
그는 “병원에서 12∼18세의 청소년들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머리 부상을 당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며 “3년 전에도 학교 앞에서 한 학생이 사고로 뇌부상을 입었는데 이제는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나 평생 정상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딸이 16세가 되면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운전하고 싶어서 안달이었을 때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아이들이 독립심을 배운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외출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며 “딸이 운전을 배우는 것은 말리지 않았으나 고등학교 때는 절대 차를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딸은 신나는 마음으로 운전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운전학교 클래스에서 교통사고에 대한 비디오를 보고 나서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더욱이 친구의 차를 타고 있다가 사고를 겪어서 그런지 이제는 운전하겠다는 말을 안 꺼낸다고 한다. 전씨는 “청소년기는 운전을 하기에는 아직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연령”이라며 “더 자란 후에 해야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라 이씨는 플린트리지 프렙 스쿨에 재학하는 12학년 딸 모니카에게 자동차도 사 준 케이스. 물론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모니카가 후진을 하다가 차를 긁는 등 집에서 사고를 낸 적도 2번 있었다. 지금도 모니카가 운전을 잘 하지만 쌩쌩 과속을 낼 때가 많고 혼자 있을 때는 음악을 크게 틀고 다니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운전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는데 대신 모니카는 철저하게 운전교육을 받았다. 모니카가 귀찮아 할 때도 가르치고 면허를 딴 후에도 법규대로 운전을 혼자 못하게 하고 1년간 부모가 항상 동승했다.
이씨는 “이제는 모니카가 아버지보다도 운전을 잘한다”며 “샌디에고 등에 가족이 놀러 갈 때도 모니카에게 운전을 시킨다”고 한다. 친구들과 놀러갈 때 운전을 하지 말라고 하면 남자아이들의 운전이 더 위험하다며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한다.
이씨는 학교 성적(GPA)을 4.0이상으로 받으면 차를 사주겠다고 약속, 모니카가 높은 성적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과외, 학교 등에 스스로 운전하고 다니니까 부모로써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고 말한다. 또 자기가 혼자 알아서 하는 독립심을 심어줘 대학에 보낼 때도 더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이를 믿는 마음이 없으면 운전을 시키는 것이 매우 힘들다”며 “그러나 그렇게 믿어야지 자녀도 부모의 믿음에 상응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비키 송씨는 크레센타밸리고교 11학년인 아들 브라이언에게 차를 주지는 않고 종종 주말에 특별히 허락을 받아 몇 시간 운전하게 한다.
브라이언도 많은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16살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를 땄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동차를 안 사준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송씨는 브라이언이 면허를 받은 후 자동차를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자기가 심부름 등 무엇이든지 다 해주겠다고 꾀를 부리기도 했지만 처음에 자동차를 안 갖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설득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 갈 때 차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송씨는 주말에 친구네 집에 가거나 학교 행사 등에 갈 때에는 운전을 하게 하지만 매일 등하교 할 때에는 데려다 준다.
송씨는 “운전은 나이보다 경험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지금 운전을 하나, 나중에 하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라며 운전 경험이 오래되면 보험 혜택도 있으므로 운전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쁠 때 브라이언이 스스로 운전하면 그런 면에서 편한 점이 있다”며 “걱정은 되지만 자기 차가 따로 없는 것이 크게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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