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후광’ 선입견에 고통… 앨범 참여등 지원얻기도
’피는 못 속인다.’ 가업(家業)을 물려받아 연예계에 진출하는 2세 가수의 등장이 끊이질 않는다.
가수 태진아의 아들 이루(본명 조성현), 나미의 아들 정철(최정철), 해바라기이주호의 아들 이상(이상수), 방송인 임성훈의 아들인 힙합그룹 사이드 비(SIDE-B)의 테이크(T-ache. 임희택), 탤런트 박근형의 아들인 R&B그룹 멜로 브리즈(Melo’Breeze)의 박상훈에 이어 탤런트 정운용의 아들 후(吼. 정태수)도 출사표를 던졌다.
’000의 2세’라는 꼬리표는 데뷔 초반 화제를 끌기엔 긍정적인 효과지만 정작 당사자에겐 그리 달갑지 않다. 부모와 비교하는 대중의 기대심리에 대한 부담감과 거침없는 평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 대부분의 2세들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며 음반 판매량과 인기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력으로 평가받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빛과 그림자를 알아봤다.
◇부모 후광 입는다?
이루는 작년 데뷔 초기 태진아의 아들이란 사실을 감추려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바로 공개됐고 이루는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네’ ‘노래 실력이 뻔하네’ 등 네티즌의 악플에 시달려 한동안 인터넷을 외면했다.
이루 소속사(JA엔터테인먼트)의 조유명 이사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생각에 태진아의 아들이란 사실을 숨기려 했다며 네티즌은 아버지와 비교하며 인신공격을 해 이루는 인터넷을 기피할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또 부자를 함께 출연시키려는 방송사들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후 소속사(에그온엔터테인먼트)의 김재훈 이사도 굳이 감출 필요는 없지만 본인의 힘으로 데뷔해 활동하는데도 아버지의 든든한 ‘빽’ 때문에 편하게 데뷔한다는 대중의 편견이 있다며 잘되면 ‘부모를 잘 만났네’, 못되면 ‘실력이 없으니 그럴줄 알았네’라는 식의 선입견으로 인해 심적인 고통을 받는다고 했다.
정철도 2003년 데뷔 시절 어머니가 ‘왕년의 스타’ 나미란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 O.S.T 곡인 ‘마이 러브(My Love)’가 히트하며 모자지간이 공개됐다. 그 역시 방송사의 제의로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엄마 덕분에 출연했냐. 엄마가 나미면 다냐’, 가창력이 뛰어남에도 ‘노래가 약하다’란 악평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작년 10월 단독 콘서트를 끝낸 후 ‘어머니보다 실력이 낫다’고 평가받았고 지금은 일본에서도 활동하는 등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받고 있다.
멜로 브리즈 소속사(SS엔터테인먼트)의 오혁종 대표는 사실 연예인 2세라고 큰 반향이 있는건 아니다. 누구의 아들이란게 초반 관심을 끌 순 있지만 가수의 음반판매량, 인기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는 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부모 사랑은 인지상정
그러나 자식이 잘됐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음으로 양으로 지원군을 자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은 아버지의 히트곡인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리메이크해 데뷔했다. 이상은 아들이 가수로 데뷔하는데 눈길을 주지 않던 엄격한 아버지셨지만 타이틀곡에 피처링을 해주셨다. 녹음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나오시는 아버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봤다고 했다. 태진아도 아들 이루와 함께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연출해 부자간의 애틋한 정을 과시했다.
부자지간에 영역이 달라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사례도 있다.
후의 아버지 정운용은 아들의 데뷔곡 ‘기적’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후는 뮤직비디오 시나리오 단계에서 아버지를 염두에 뒀고 출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했다.
고려대학교 재료공학과에 재학중인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고 고등학교 때 힙합그룹 홀(HOLE)로 활동, 청소년 페스티벌에도 나갔다. 혼자 힘으로 소속사를 찾았고 지방까지 유명 작곡가들을 찾아다녔다. 음악에 대한 꿈과 데뷔 음반을 독립적으로 준비해 ‘아버지를 통해 홍보한다’는 네티즌의 악플에 당당할 수 있다고 했다.
두장의 싱글을 내고 3월 초 1집을 발표하는 멜로 브리즈 박상훈의 아버지 박근형도 아들의 1집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 박근형은 멜로 브리즈가 열한번이나 매진을 기록하며 콘서트를 펼쳤지만 단 한차례 공연장을 찾아올 정도로 묵묵히아들을 지켜봤다.
박상훈은 정규 음반을 준비하는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도울 일이 있느냐’고하셔서 지나가는 말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주시면 감사하죠’라고 했다. 아버지는그걸 기억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2004년 첫번째 싱글을 낼때까지 아버지에게 가수 활동 자체를 숨겼던 그는 지금도 아버지는 내가 가수라기보다 작곡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다. 데모 음반을 접한 지금의 제작자가 음반 발매 제의를 했고 우리 힘으로 만들고 있다며 화면 속의 아버지는 내게 훌륭한 배우일 뿐이다. 누구누구의 아들이란 이유로 네티즌의 평가가 호되더라도 음악적으로 보여줄게 많다. 음악으로 승부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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