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밤무대 가수 생활을 오래 했다는 한 여성이 찾아왔다. 강렬한 조명 불빛을 오래 받아서 그런지 눈이 어두워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거의 눈 뜬 장님이나 다름없다고 할 만큼 눈이 어두워져서 눈앞이 뿌옇기만 할뿐 1미터 앞의 사물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마땅한 치료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물푸레나무 수액과 좋은 토종꿀, 좋은 소금을 섞어서 눈 안에 한 방울씩 넣는 점안약을 만들어서 한 방울씩 눈에 넣게 하였다. 그랬더니 뜻밖에 이 점안약은 좋은 효과가 있어서 2주쯤 뒤에는 가까이 있는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시력이 회복되었고 3개월 뒤에는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좋아졌다. 물푸레나무가 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그때 새삼스레 다시 깨달았다.
눈을 밝게 하는 나무
물푸레나무라는 이름은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 나무의 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물빛깔이 파랗게 바뀐다. 강원도에서는 이 나무를 수청목(水靑木)이라 부르고 한의학에서는 진백목(秦白木)이라 부른다.
이 나무는 가장 단단하고 질긴 나무 축에 든다. 예전에 도리깨를 이 나무로 만들었고 지금도 야구방망이와 스키를 만든다. 옛날에는 이 나무로 벼루를 만들기도 했는데, 가볍고 잘 깨어지지 않아서 선비들이 나들이 때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나 평안도, 함경도에서는 물푸레나무의 가지로 설피를 만들어 썼다. 물푸레나무 줄기를 꺾어서 껍질을 벗기고 다듬은 다음, 뜨거운 물에 넣으면서 휘어서 타원꼴로 만들어 피나무 껍질로 동여매고 신으면 눈 위를 걸어도 미끄러지거나 빠지지 않는다. 설피는 한국식 스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푸레나무는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북유럽의 최고신인 오딘은 부엉이로 변해서 숲 가운데 있는 큰 물푸레나무 꼭대기에서 세상을 살핀다는 전설이 있으며, 유럽과 시베리아의 샤먼들은 이 나무를 우주목(宇宙木)으로 섬겼다. 우리나라에도 이 나무를 정자목으로 섬기는 풍습이 남아 있다.
대개 나무는 껍질을 벗기면 말라 죽는다. 물과 영양을 빨아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껍질을 벗겨도 말라죽지 않는 나무도 몇 가지 있다. 껍질을 벗겨서 코르크를 만드는 굴피나무 같은 것들이 그렇다. 굴피나무는 껍질을 벗겨도 3-4년이 지나면 껍질이 새로 생겨난다. 물푸레나무 역시 굴피나무 처럼 껍질을 벗겨도 죽지 않고 껍질이 새로 생겨나는 나무다.
오래 전에 약으로 쓰기 위하여 산 속에 있는 작은 물푸레나무 한 그루의 껍질을 몽땅 벗긴 일이 있다. 뿌리 부분에서부터 가지 끝까지 하얗게 벗기고 나니 나무한테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몹시 미안하였고 마음이 언짢았다. 그러나 벗겨낸 껍질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귀한 약재가 된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돌아왔다. 두 달쯤 뒤에 약초를 구하러 산에 갔다가 껍질을 벗겨낸 물푸레나무 옆을 지나게 되었다.
나는 그 나무가 말라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물푸레나무는 잎이 새로 돋아나고 있었으며 껍질이 파랗게 새로 생겨나고 있었는데 그 푸른 빛깔이 너무나 선명하여 마치 진한 녹색 물감을 칠한 것 같았다. 물푸레나무가 이처럼 생명력이 강한 나무라는 것을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신경통 통풍에도 좋은 효과
물푸레나무는 눈병에 신약(神藥)이다. 눈 충혈, 결막염, 트라코마 등 일체의 눈병에는 물푸레나무 껍질을 달여 얇은 천으로 서너 번 걸러 낸 물로 눈을 자주 씻는다. 물푸레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어 수액을 받아 눈을 씻거나 한 방울씩 넣어도 같은 효과가 있다.
물푸레나무 수액은 눈을 맑게 하고 시력을 좋게 한다. 눈에 생긴 염증을 없애고 눈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늘 이용하면 시력이 좋아지고 온갖 눈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치료에는 물푸레나무 수액에다 품질이 좋은 천일염, 야생 꿀이나 5년 이상 묵은 토종꿀을 더하여 얇은 천으로 여러 번 잘 걸러서 눈에 넣는다. 하루 4-7번씩 꾸준히 점안하면 백내장이나 녹내장뿐만 아니라 각막염, 결막염, 트라코마, 아폴로 눈병, 눈충혈 등 온갖 눈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물푸레나무는 통풍 치료에도 신통한 효력이 있다. 통풍은 요산이 엄지발가락 끝 같은 곳에 모여서 생기는 병으로 통증이 격심하다. 통증이 심할 때 물푸레나무 가지를 잘게 썰어서 오래 끓여서 그 물로 찜질을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물푸레나무 달인 물을 마시면서 찜질을 함께 하면 효력이 더욱 빠르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치료를 하는 동안 고기, 술, 생선, 담배 등을 철저하게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일 주일쯤이면 부은 것이 내리고 통증이 없어진다. 그러나 통풍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통풍은 현대의학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병이지만 물푸레나무껍질을 잘 활용하면 뜻밖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물푸레나무 껍질을 달인 물은 장염, 이질, 설사에도 효과가 있고 기관지염이나 천식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물푸레나무 껍질 말린 것 35그램에 물 1.8리터를 붓고 2-3시간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맛은 약간 쓰지만 효과는 탁월하다.
여성의 냉, 대하증에도 물푸레나무를 쓴다. 물푸레나무 껍질을 벗겨서 겉껍질을 긁어내 버리고 파릇한 속껍질만을 모아서 그늘에 말렸다가 곱게 가루 내어 하루 세 번 한번에 1찻숟갈씩 더운 물에 타서 마신다. 갖가지 부인병과 여성 질환에 좋은 효과가 있으며 신장이 나빠 몸이 붓거나 소변이 잘 안 나오는데, 방광염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자란다. 물기 많은 땅이나 개울가에 더 흔하며 따뜻한 남쪽보다는 추운 북쪽지방에 더 흔하다. 중국, 일본, 시베리아, 유럽에도 있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전통 나무 항아리나 그릇을 만드는데 요긴하게 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 목기나 제기를 만드는데 물푸레나무를 많이 쓴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그릇은 결이 아름답고 단단하여 잘 깨어지거나 갈라지지 않으므로 인기가 있다.
물푸레나무를 영어로는 Fraxinus(프랙시누스)라고 한다. 미국물푸레나무는 미국이 원산지인 나무로 미국 동북부 지방에 흔하다. 오레곤이나 워싱턴 주 같은 서북부 지방의 계곡가에서도 더러 볼 수 있지만 메인 주, 미네소타 주, 뉴욕 주 같은 동북부 지방에서 곧고 크게 자란 물푸레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 나무를 약으로 쓰지는 않으며 고대의 인디언들도 물푸레나무를 약으로는 별로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에서는 몸에 문신을 새길 때 이 나무를 쓴다. 물푸레나무 삶은 물로 문신 새길 곳을 닦은 뒤에 자작나무 껍질 태운 그을음으로 무늬를 그리고 바늘이나 칼로 상처를 낸 다음 다시 그을음을 문질러서 입묵시킨다. 이때 상처에서 피가 나면 물푸레나무 삶은 물로 소독과 지혈을 겸했다. 물푸레나무 달인 물로 먹을 갈아 글씨를 쓰면 천 년을 지나도 색이 바래지지 않는다고 한다.물푸레나무를 태운 재는 염료로도 귀하게 썼다. 옛날 산 속의 수도승들은 물푸레나무 태운 재를 물에 풀어 옷을 염색했다. 물푸레나무 잿물로 들인 옷은 파르스름한 잿빛인 데다 잘 바래지지 않아서 승려복으로서는 최상품이었다.
<물푸레나무를 약으로 이용하는 방법>
설사
황백 500그램, 금은화 300그램, 오이풀 뿌리 30그램, 할미꽃 뿌리 30그램, 물푸레 나무껍질 120그램을 부드럽게 가루 내어 고루 섞고 물엿으로 반죽하여 한 알이 0.3그램이 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한 번에 3그램씩 하루 3번 밥 먹고 나서 2시간 뒤에 따뜻한 물과 함께 20-40일 동안 먹는다. 급만성 대장염, 설사, 세균성 이질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2-3일 복용하면 설사와 복통이 멎고 30일쯤 복용하면 만성적인 환자도 효험을 본다. 유효율은 90퍼센트 이상이다.위의 방법이 번거롭고 힘이 들면 물푸레나무 껍질 10-15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2번에 나누어 먹는다. 대장균과 이질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으며 만성 대장염에 효과가 있고 설사 치료에 효험이 좋다.
만성 장염
할미꽃 2그램, 물푸레나무껍질 황백 감초 창출 각 1그램을 함께 가루 내어 전분이나 물엿, 꿀에 개어 알약을 만들어 하루 3번 밥 먹기 한 시간 전에 7알씩 먹는다. 75퍼센트 이상 좋은 효과가 있다. 물푸레나무껍질 1킬로그램에 물 7리터를 붓고 3분지 1이 되게 3-4시간 달여서 1차액을 얻는다. 찌꺼기에 다시 물 3리터를 붓고 3분지 1이 될 때까지 달여 2차 액을 얻는다. 두 가지 추출액을 합쳐 300밀리리터 되게 졸여 병에 넣어 두고 쓴다.
이렇게 달인 것 1밀리리터는 물푸레나무껍질 3.3그램에 해당된다. 이것을 한 번에 5밀리터씩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밥 먹기 한 시간 전에 먹는다. 3-5일 안에 80퍼센트쯤이 좋아지거나 낫는다. 만성 대장염은 70퍼센트 이상, 급성 대장염은 95퍼센트 이상 효과가 있다. 물푸레나무껍질 할미꽃 뿌리 오이풀 뿌리 황백 고삼 각 210그램 애기똥풀 1그램, 감초 사과풀
꽃 각 3그램 앵속각 1그램을 물로 달여 어른은 60-70밀리리터씩 어린이는 한 번에 30밀리리터씩 하루 3번 먹는다.
당뇨병
물푸레나무껍질 30-4-그램을 물 1.8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2-4시간 달여서 물의 양이 절반이 되게 줄여서 하루 3-5번에 나누어 물이나 차 대신 마신다.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당뇨병의 혈당치를 뚜렷하게 낮추는 작용이 있다.
이질
할미꽃 뿌리 30그램, 황련 황백 물푸레나무껍질 각 9그램을 물로 달여 하루 3번에 나누어 밥 먹기 전에 먹는다. 7-10일 동안 먹는다.
결막염
물 100밀리리터에 진피(물푸레나무 껍질) 금은화 각 1그램, 황백 결명자 각 0.5그램씩 넣고 졸여서 엑기스를 만든다. 다음에 정제한 돼지쓸개즙 1그램을 생리식염수 1리터에 녹인다. 이 두 가지 용액을 같은 양으로 섞어서 멸균하여 하루 한 번씩 아픈 눈에 1-2방울씩 넣는다. 급성은 4-5일 만성은 15-20일 춘계 카타르는 30일이 걸린다.
물푸레나무껍질 40그램을 물 3리터에 달여서 1.5리터가 되게 졸여서 걸러서 쓴다. 이것으로 눈을 씻고 3-4번 이상 눈에 떨어뜨려 넣는다. 결막염으로 인해 나타나는 눈이 흐린 것, 눈물이 나오는 것, 눈곱, 부종, 충혈, 통증, 눈이 깔깔한 느낌 등이 빨리 없어지는 장점이 있으나 단점은
약을 넣은 뒤에 일시적으로 눈이 빠지는 듯이 통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각막혼탁오적골 망초 석결명 각 12그램을 볶아서 계관자(맨드라미씨) 구기자 황련 물푸레 나무껍질 각 10그램을 달인 물에 여러 번 담갔다가 말린 다음 부드럽게 가루 낸다. 여기에 용뇌 주사 각 3.75그램을 섞어서 안약을 만든다. 이 안약을 하루 2번 이상 눈에 넣는다. 대개 30일 치료하면
낫는다. 70퍼센트 이상이 시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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