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떻게 돼 가는 건가. 이라크, 시리아, 이란, 팔레스타인, 이집트…. 아랍·이슬람권으로 분류되는 나라들. 그 지역에서 흘러나오는 보도를 보면서 혼자 던져보는 질문이다.
본래 이론은 이랬다. 세계화와 민주주의 확산은 평화를 가져온다. 이 ‘팍스 데모크레티카’에 대한 확신과 함께 치러진 민주선거다. 그러나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다. 과격 원리주의 세력의 확산만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가 이란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분명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그가 집권한 후 이란은 더욱 위험한 나라가 됐다.
일당독재가 무너졌다.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다. 그 선거는 그러나 이스라엘 박멸을 외치는 극렬 테러단체 하마스의 집권을 가져왔다.
이집트도 그렇다. 당장 민주적 총선이 실시된다고 치자. 어떤 결과가 나올까. 현 무바라크 체제는 끝장이다. 그 대체세력은. 민주주의 세력. 천만의 말씀이다. 극렬 회교 원리주의 집단이 될 공산이 100%라고 한다.
시리아로, 사우디아라비아로 눈을 돌려도 답은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화 평화 이론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위험은 인간이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미래의 위험은 인간이 로봇이 되는 것이다.” “민주화의 확산이 광기의 확산, 과격주의, 더 나아가 테러리즘의 확산만 가져오고 있다.” 한편에서 에리히 프롬이 재음미되고 있는 가운데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한 말이다.
이는 역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중동의 민주화 사태, 그 상황에 대한 우려이자, 한탄이다. 해서 제기되는 새삼스런 질문은 ‘민주주의는 평화를 보장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패러독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 단초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마호메트 풍자만화를 둘러싼 폭동과 관련해 한 관측통이 내린 분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그에 따르면 극렬 이슬람이스트 세력의 파워 원천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폭탄을 몸에 지고 뛰어드는 테러리스트다. 또 다른 하나는 조금만 건드려도 폭동을 일으킬 수 있는 성난 젊은이들이다.
여기에 한 가지 설명이 곁들여진다. ‘인터넷 정치이론’이다. 이 이론의 주창자 찰스 맥린의 설명은 이렇다. “인터넷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며. 또 실시간대로 자극을 가함으로써 분노지수를 한껏 높일 수 있다. 인터넷은 일종의 분노 격발장치다.”
이런 식으로 한번 불을 붙이면 격노한 사람들은 특정 안티사이트 중심으로만 몰린다. 그렇게 되면 이성적 판단은 배제된다. 오직 증오와 분노만이 사회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패러독스, 역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중동 민주화 밑바닥에는 다름 아닌 증오의 정치가 도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든 것은 남의 탓이다. 아랍 세계가 맞은 문제란 문제는 모두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방제국주의 탓으로 돌려지면서 분노만 확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그 피해망상증의 의도적 확대 재생산에는 극단 원리주의 세력은 물론이고 부패한 현 아랍의 집권층도 한몫 거들고 있다. 독재체제가 가져온 실정을 슬그머니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기 성찰의 소리는 오늘날 이슬람권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아랍·이슬람권 이야기다. 그게 그런데 어쩐지 그 곳에서의 현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댓글이라고 했나. 욕설과 증오의 언어뿐인 인터넷 댓글이 여론을 이끌고 있고, 그 댓글의 홍수에 허우적거리는 사회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어서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글도 그렇다.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그런데 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니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아프리카의 정글만도 못하다는 거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자극적 표현을 사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닌 것 같다. 함정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극단적 표현을 통해 양극화를 사실에 있어 조장하는 것이다. 왜. 그 길만이 한 가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가 아닐까.
못 가진 사람이 80%다. 이 다수로 하여금 분노케 하라. 이들이 분노에 몸을 떨 때 한국의 역사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계산이다. 그게 가능한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끝 모를 증오의 정치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2007년이란 대결전을 앞두고.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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