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 스쿨 통해 본 재정보조 프로그램
LA지역 명문 사립학교들의 연학비가 드디어 2만5,000달러선을 넘어섰다. 여자학교 말보로 스쿨의 경우 연학비가 오는 2006∼2007학년도부터 2만5,250달러가 된다. LA지역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 중 하나인 것이다. 그래도 한인을 포함한 많은 학부모들은 말보로 스쿨에 자녀들을 보내려고 안달이다. 매년 80∼85명의 신입생들을 받아들이는데 각 자리마다 3∼4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많은 학부모들은 이같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사립학교를 일반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명문 사립학교도 아이비리그와 마찬가지로 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대부분의 명문 사립학교들은 학교 운영예산의 약 10%를 재정보조 프로그램에 책정,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학교들은 학비 전액을 보조해 주기도 한다. 일부 학교는 비교적 수입이 많은 가정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남가주 명문 여자학교 말보로 스쿨을 통해 미 사립학교의 재정 보조 프로그램을 알아본다.
한인 P씨의 사례
양질의 교육, 환경도 좋아
두딸의 학비 4만여달러 중
70~80%보조받아 1만달러
교통·생활비등 절약, 충당
한인타운 인근에 거주하는 P씨는 자영업으로 버는 연 수입이 4만∼5만달러 정도. 그런데도 지난해 첫 딸을 말보로 스쿨에서 졸업시킨 데 이어 올해에도 둘째 딸의 졸업을 앞두고 있다.
P씨는 말보로 스쿨에 재정보조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지원을 했다. 그는 재정보조 없이는 자녀들을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큰딸이 처음 입학한 후 등록금이 6,000달러 이상 인상되는 동안에도 학교에서 두 딸의 학비의 70∼80%씩 보조해 주었다”며 “지난해의 경우 막내딸의 학비가 2만달러를 넘었는데 5,000달러만 냈다”고 말했다.
P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냈다. 당시에는 수입이 더 좋아서 재정 보조 없이 자녀들을 타운 인근의 명문 사립초등학교 세인트 제임스에 보낼 수 있었다. 그 때도 “남들은 공짜로 학교에 가는데 7,000달러를 들이면서 보낼 필요가 있나”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P씨는 좋은 동네로 이사 가서 공립학교에 보낼까 생각해 봤으나 직장이 모두 한인타운에 있는 데다 아이들이 학교를 무척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말보로에서 보조를 받지만 재정적인 희생이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P씨가 두 자녀를 말보로 스쿨에 보내는데 드는 비용은 연 1만달러로 전체 수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P씨는 생활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모기지와 자동차 페이먼트였다며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가지 않고 또 비싼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기로 했다. P씨는 또 좋은 사립학교에 보내면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자녀 교육비를 사립학교 학비 정도로만 지출했다. 옷값도 학교 유니폼 덕분에 별로 들지 않았고 학교도 가까우니까 교통도 쉬웠다고 한다.
라카냐다, 팔로스버디스 등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지금도 P씨가 왜 비싼 학비를 주고 자녀들을 사립학교로 보내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P씨는 그러나 자녀들이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지금처럼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을 위해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재정보조 희망생
학업성적 좋아야
한인 P씨는 말보로 스쿨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을 7∼8명 정도 알고 있는데 그중 재정보조를 받는 학생이 2∼3명 더 있다고 한다. 말보로 스쿨은 P씨의 자녀들을 비롯해 전교 학생의 14%에 평균 1만6,000달러씩 보조하고 있다. 말보로 스쿨의 입학 디렉터 지넷 우 칫지안에 따르면, 말보로를 비롯한 많은 명문 사립학교들은 우선 학업이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고 있다. 그와 함께 LA사회를 반영하는 다양한 인종·사회·지리·경제적 배경의 학생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입을 모은다.
심사및 입학사정
명문 사립학교
브렌트 우드 신청해도 불이익 없어
하버드-웨스트레익크 우수학생 최우선 선발
말보로 신청자끼리 경쟁심해
■ 재정보조 프로그램
말보로 스쿨의 경우 재학생들이 90가지의 다른 우편번호(ZIP code) 지역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를 위해 말보로, 세인트 제임스, 하버드-웨스트레이크 등 대부분의 명문 사립학교들이 학교 운영예산의 약 10%를 재정 보조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보조가 필요한 학생들을 심사·입학하는 절차는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브렌트우드 스쿨의 경우에는 입학사정과 재정보조 신청을 따로 심사하기 때문에 재정보조를 신청하더라도 입학사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돈 윈터 재정보조위원장은 독립 기관에서 학생들의 재정 필요를 판단, 입학사정과 별도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한편 하버드-웨스트레익크는 입학사정 때 첫 단계에서 모든 학생들을 재정보조 신청여부와 관계없이 심사,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합격시킨다. 학교측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학생의 재정상태가 합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마지막 단계에 남은 일부 학생들은 재정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말보로 스쿨은 재정보조를 신청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따로 심사, 입학 경쟁이 일반 학생들보다 더 심하다. 가정에 재정 능력이 없고 또 학교에서 보조해줄 수 없으면 입학을 허가하지 않는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보조가 필요한 학생들은 우선 학업 실력을 토대로 추려지고 다음으로 다양성 등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조건에 따라 합격여부가 결정된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은 재정보조를 신청할 때 ‘SSS 부모 재정 성명서’라는 서류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SSS는 전국 독립학교협회 웹사이트(nais.org)에서 온라인으로 작성할 수 있다. 말보로 스쿨의 경우 SSS와 함께 연방 세금보고와 W-2 서류, 1099 서류 등을 추가로 요구한다.
한편 사립학교는 대학과 달리 학교가 아닌 재단이나 기관에서 수여하는 장학금 프로그램이 별로 많지 않은 편인데 웹사이트(nais.org/admission/schproviderlist.cfm)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말보로 스쿨은 그외 등록금을 8회까지 나눠 지불할 수 있는 할부 프로그램과 10년에 걸쳐 상환하는 융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말보로를 비롯해 대부분의 학교들은 재정보조를 갱신하기 위해 매년 신청서와 세금서류를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 입학할 때 재정보조를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은 재정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졸업할 때까지 보조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처음 지원할 때부터 재정보조를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립학교 관계자들은 학비 때문에 사립학교 진학 꿈을 접을 필요는 없다며 더 많은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기 원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먼저 사립학교가 자녀에게 맞는지를 고려하고 지원을 해서 재정보조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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