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조용한 해결을 막았다 하는가.
샌프란시스코한인체육회(회장 윌리엄 김), 보다 구체적으로는 김 회장의 공금집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좀 부드럽게 말해서, 보다 중립적으로 표현해서 논란이지 엄밀히 보면 이건 논란이 아니다. 의혹규명 작업이다.
이런 문제가 터지면 으레 떠올려지는 말이 화합이다. 말그대로 화합을 위해 조용조용 해결하자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개는 뭔가 숨길 게 있는 사람(들)이 밑도끝도 없이 화합을 내세우거나 본질과 상관없는 이유를 들이대며 의혹을 덮으려하거나 의혹규명 작업을 방해하곤 한다.
이번 체육회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체육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막기 위해서라느니, 다른 단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한다느니, 내년 여름 미주체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내분이 있어서야 되겠느냐느니 하는 갖가지 말들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마치 체육회 내부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혹은 알아서 조용히 마무리할텐데, 공연히 기자가 이 문제를 보도하는 바람에 일을 그르친 것처럼 호도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쌈짓돈이라면 몰라도 엄연히 교민들을 상대로 거둔 후원금을 처리하는 것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됐고, 그것도 새해 첫 정기이사회에서 정식의제로 채택이 됐는데도 언론이 가만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이만저만 궤변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안은 한국일보가 아니라도 혹 체육회 기관지가 있다면 그 기관지라도 비중있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조용한 해결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고 남았다.
게다가 기자 때문에 조용한 해결이 안된 것처럼 말하는 것 또한 터무니없는 소리다.
기자 역시 기왕이면 체육회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그래서 1월19일 정기이사회가 열리기 한달여 전에 벌써 김 회장에게 일각의 의혹제기 사실을 전해주며 내부적 해결을 위한 말미를 충분히-기자의 직무유기라고 할 만큼 오랜동안-주었다. 또한 2월에는 몇분의 요청으로 1주일동안 보도유예를 해가면서까지 조용한 해결을 위해 협조했다. 어찌보면 김 회장이 다른 의혹사건에 비해 엄청난 특혜를 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해결을 못한 데 대한 자책은커녕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는 등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사태 관련 관련일지를 공개한다.
-12월17일 SF한인회관(문 회장의 의혹제기 소식 처음 접함) : 기자가 문규만 농구협회장으로부터 의혹제기 소식을 <처음, 직접(그 이전에도 간접적으로 소문을 들었다)> 들은 것은 지난해 12월17일 저녁 샌프란시스코한인회관에서였다. 기자는 당시 한인회총회를 취재하던 중이이었고 문 회장은 총회 참석자였다.
-12월18일 오후(월넛크릭 스타벅스커피샵) : 이날 오후 우연히 김 회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마침 문 회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고 해서 그날 오후 서너시쯤 월넛크릭(그는 월넛크릭 인근 교회에 다니고 기자는 월넛크릭에 살기 때문에)의 한 스타벅스커피샵에서 만나 초보적 취재 겸 내부적으로 해결하라는 귀띔 겸 그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공금집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문 회장이 공연히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그런다는 식으로 넘겼다.
-12월24일 밤(베니시아 권욱순 나라사랑어머니회 북가주지회장 자택) : 성탄이브 맞이 조촐한 파티에 참석한 기자는 그곳에서 또 김 회장을 만난 김에 공금문제를 거론했다. 애당초 이 문제를 거론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김 회장이 차기 한인회장 선거에 K 여성단체 회장을 추대하겠다면서 “000, 000 다 얘기가 됐는데 정 (부)국장도 도와달라”고 해 “벌써 선거는 무슨…체육회 내부 공금문제나 잘 해결하라”고 대꾸한 것이다. 이 대화를 나눌 당시 전동국 이스트베이한미상의 회장도 곁에 있었다.
-12월31일 낮(전화 통화) : 김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와 받아보니 “지금 LA에서 (북가주로 오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이라면서 “어제(12월30일) 밤에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김남권 (재미대한체육)회장이랑 만났고 김정길 회장으로부터 미주체전을 전폭적으로 측면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등 말을 했다. 그러던 차에 기자는 “이 해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공금문제 빨리 해결하라. 해가 바뀌면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앞으로 거론되면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거듭 말했다.
-1월15일 저녁(산타클라라 메리엇호텔) : 소설가 신예선 문단데뷔 40주년 기념 축하연 자리에서 기자는 이 모임에 참석한 권욱순 회장(권 회장은 체육회 여성분과위원장이자 윌리엄 김 회장의 이웃으로 평소 김 회장과 왕래가 잦으므로)에게 체육회 공금문제를 거론하며 “윌리엄 (김 회장) 그 사람 무슨 망신을 당하려고 그렇게 버티냐”며 “혼 좀 내서 빨리 해결하라고 하시라”고 했다. 권 회장은 내용을 잘 모르는 듯 “나도 좀 듣기는 했는데 김 회장이 그런 얘기는 안해주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했다.
▶1/19 이사회 이후에도 조용한 해결을 위한 시간은 남아 있었다.
보도와 소문을 통해 알려졌듯이 결국 조용한 해결은 1월19일 이사회 당일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사회에서는 갑론을박 끝에 이 문제가 정식안건으로 채택됐다. 김 회장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1주일 이내(1월26일까지) 서면답변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1월27일 발표된 서면답변은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더 큰 의혹을 낳았다. 이에 대해서는 본보 등을 통해 이미 보도된 바와 같다.
이때문에 몇몇 이사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가 구성됐고, 비대위는 2월5일 서면답변을 신뢰할 수 없다며 돈의 입출금을 믿을 수 있는 뱅크스테이트먼트 등 증빙서류를 15일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김 회장을 압박했다. 기자는 그 과정에서 나타난 몇가지 의혹을 기사화했다.
2월8일(한시적 보도유예) : 후속보도 과정에서 몇몇 분들로부터 체육회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도록 좀더 시간을 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의/권유를 받은 건 사실이다(물론 김 회장으로부터는 왜 나를 죽이느냐 등 항의를 받았다).
기자는 한편으로는, 앞서 설명한 대로, 이사회 이전에 이미 한달이상 시간을 줬는데도 안된 과정 등을 설명하며 덮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이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월8일부터 15일까지 1주일동안 공금사태 관련보도를 중단했다. 그러면서도 기자는 김 회장의 창구역할을 했던 분에게 “자칫 하면 윌리엄 (김 회장)이 마치 내가 기사를 영영 안쓰기로 한 것처럼 말하고 다닐 지 모르니까 15일까지 한시적인 것이라고 분명히 전해주라”는 말까지 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분 역시 그런 마음이 들어 이것(기사 안쓰는 것)은 한시적인 것이니까 그 안에 잘 해결하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15일까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모 단체 K이사장이 익명으로 낸 체전후원금 1,000달러가 결산보고서에 나와있지 않다는 증언까지 확보됐다. 또한 선수단 보험이 엉터리여서 체전당시 부상당한 선수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기자는 더이상의 보도유예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본보 17일자에 위 두가지 사안이 포함된 기사를 실었다. 기사가 나간 바로 그날부터 김 회장은 본보와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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