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대 중반 미 정계에 ‘아무것도 몰라요 당(Know Nothing Party)’으로 불리운 신당이 있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당원이 5만명에서 1백만명으로 폭증했는데 이들을 끌어 모은 구심점이 반이민 정서였다. 당시 무섭게 밀려들던 아일랜드계 가톨릭교도들에 대한 불안 섞인 혐오감이었다. 그들의 강한 액센트, 거친 성품, 심한 음주벽등을 야유하며 이들 때문에 정치부패가 심해진다는 주장이 여론에 먹혀들었다. ‘몰라요 당’이라는 별명은 중산층 백인 청교도의 비밀단체로 출발한 이들이 당에 관한 질문에 “I know nothing”으로 일관하면서 붙여졌다. 정강은 과격한 반이민 정책 일색이었다. 이민자체를 반대해 대폭 줄이고 시민권을 받으려면 21년을 기다리도록 했으며 공무원 취업을 전면 금지시켰다. 텃세와 차별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아메리카’를 내세우던 이들의 거품인기는 몇 년 못가 스러지고 ‘몰라요’ 무리들은 공화당에 흡수되었다.
‘몰라요 당’이 부활했나싶게 요즘 미 전국에 반이민 법안들이 범람하고 있다. 연방의회는 물론이고 각 주와 시의회에도 다투어 상정된다. 지난 한해 수백건의 불법이민 대처법안이 올려졌고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150년 전의 텃세와 차별이 아이리시에서 히스패닉과 아시안으로 그 대상만 바꾸어 행해지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한 시의회는 지난해 시조례 주거조항을 변경, 한집에 친척들이 동거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려 했다. 파킹, 쓰레기, 소음등의 문제를 내세웠지만 대가족 히스패닉계 가정이 타겟이었다. 뉴햄프셔의 쉐리프는 불법체류자를 미국영토 무단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커넥티컷주의 한 커뮤니티에서는 남미계 노동자들이 좋아하는 배구를 금지시키려 했다.
명백한 위헌인 이 징계적 조치들은 부결되거나 위법판결을 받았다. 발의한 의원들도 통과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극소수 통과된다 해도 곧 위헌소송을 당해 시행 자체는 쉽지않다.
이민은 연방 이슈다. 결국은 연방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다. 그러나 연방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불법이민이 계속 늘어나 주와 시, 각 지역사회의 당면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의 사회복지를 위한 예산을 배정해야하고 일자리와 범죄에 얽힌 주민들의 반감도 다스려야 한다. 그래서 교육과 의료등 베네핏 삭감도 추진하고 코스타메사나 LA에서처럼 지역경찰에게 불체자 체포권한도 주려 한다. 논쟁심한 이같은 규제안들은 연방의회의 해결을 독촉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연방의회가 추진 중인 이민법안들도 앞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넉달 전 발표된 부시의 개혁안은 친이민과 반이민 양쪽에 다같이 비난을 사며 유보상태다. 기존 불체자에게 시한적 비자를 주는 임시노동자 프로 때문이다. 한쪽에선 영주체류가 아니어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한쪽에선 실제적 사면이라고 펄펄 뛰며 반대한다.
상원과 하원의 의견조율 또한 산 넘어 산이다. 지난해 말 통과한 하원안은 이미 사상 최악의 반이민 법안으로 악명을 날리고 있다. ‘몰라요 당’ 보다 한술 더 뜬다. 160만명 어린이를 포함한 1천만 불체자를 형사처벌 대상인 중범죄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도와주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불고지죄로 처벌하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700마일의 높이 10피트 이중 장벽을 설치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빠르면 다음 주부터 상원심의에 들어가는데 결코 이대로는 통과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민사회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있는 매케인-케네디 법안의 전망도 순탄하지는 못하다. 실제적으로 불체자 사면의 길을 열어주는 드림법안이기 때문이다.
이민개혁안 쟁점의 핵심은 기존 불체자다. 그들이 이 나라 저임금 단순노동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살기는 싫지만 그들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 현 미국의 사회적 경제적 양면성이다. 이런 양면성 때문에 여론도 왔다갔다 한다. 불법이민 단속강화를 절대지지하는 유권자들도 베이비시터와 가드너와 청소부는 있어야 산다. 여론이 우왕좌왕하니 정치가가 갈팡질팡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강경보수 하원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공화당 의원들이 불체자 사면을 추진하는 사태가 그래서 발생한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지금의 혼란도 건국 때부터 미국이 알게 모르게 줄곧 경험해온 새이민 유입에 따른 변화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의 반이민 정서 역시 ‘몰라요 당’처럼 역사 속에 곧 묻혀버릴 텃세와 차별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다. 새 이민에 텃세하는 이민의 나라 - 이민법을 개정하는 의원들도, 이를 지켜보는 ‘합법 이민’인 우리들도 기억하며 경계해야할 모순의 명제다.
박 록
주 필
rokpar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