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체험은 삶의 중요한 자본이라고 볼 때 비록 안개 속 같은 모호한 시절이기는 하지만 유아시절의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더구나 아동발달 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리스쿨 시절인 3~4세 때 형성된 습관과 태도와 방향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하니. 요즘은 프리스쿨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어 9월 신입생 모집을 위한 오픈 하우스가 한창이다. 집에서 잘 지내고 있는 아이를 꼭 프리스쿨에 넣어야 하는지, 넣는다면 어떤 스쿨을 택해야 하는지 망설여지는 부모들을 위해 프리스쿨 안내 지침을 소개한다.
3∼4세 꼬마들 글자·숫자 익히랴 뛰놀 시간 부족
반짝 효과 있겠지만 창조적 학습태도엔 도움안돼
전문가들 “오감을 통해 배우도록 아이답게 놔둬야”
10년 전만 해도 프리스쿨에서는 그림 그리고 토끼에게 먹이 주고 블럭을 쌓거나 모래장난을 하는 시간이 많았다. 물론 동그랗게 둘러앉아 선생님이 읽어주는 재미난 그림책을 보고 듣곤 했지만 집중력이 약하다고, 또 책에는 관심 없고 혼자 그 시간에 딴 장난한다고 ‘퇴학’당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글자는 배울 생각을 거의 안 했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3~4세 꼬마가 9시에 등교하면 교실에서는 종이와 연필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클래스메이트가 둥그렇게 둘러앉는 서클타임에는 선생님과 함께 영어와 스패니시 알파벳이나 글자를 읽고 달과 날짜를 카운트 다운한다. 상오 9시부터 정오까지 일주일에 3일만 등교하는 꼬마에게 하루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5분.
이렇게 2년을 지내고 나면 아이는 dog, cat, tree 등의 간단한 단어는 읽을 줄 알게 되고 숫자의 개념도 파악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심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 맨해턴 시티칼리지의 심리학교수인 윌리엄 크레인 박사는 “일부 프리스쿨들은 너무 공부에만 중점을 둬 아이들을 로봇으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 연령의 아이들은 오감을 통해 다른 아이들과 놀면서 또 주위의 모든 사물들을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며 성취가 도덕이 되어버린 사회지만 아이들은 아이답게 놓아두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템플대학의 신생아 실험실의 국장이자 ‘아인슈타인은 플래시 카드를 사용한 적이 없다’(Einstein Never Used Flash Cards)의 저자이기도 한 캐서린 허시-패스크 박사는 필라델피아 중산층 교외지역에서 자란 120명의 유아들을 관찰, 조사한 결과 공부 위주의 프리스쿨에 다닌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프리스쿨에 다닌 아이들보다 킨더가튼에서는 확실히 공부를 더 잘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1~2년 반짝하는 단기효과만 있을 뿐 그렇지 않은 학교에 다닌 아이들도 금방 뒤쳐진 공부를 따라잡곤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공부 위주의 프리스쿨에 다닌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라 능동적으로 배우려는 학습 태도가 결여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아이만 뒤처질라” 부모들 ‘프리스쿨 압박감’
그렇다면 왜 프리스쿨들은 연필도 제대로 잡기 힘든 어린 유아들을 데리고 공부를 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그 첫 번째 원인은 엄마 아빠인 학부모들에게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자와 숫자 가르쳐 주는 프리스쿨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2세짜리도 이름 첫 글자는 쓸 줄 알아야 만족해 하는 부모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부시 행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낙오자 없는 교육’(No Child Left Behind Law)에 의해서 미 전국 어린이들은 3학년이면 전국 표준시험을 치르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읽기와 쓰기를 매스터 하려면 프리스쿨 때부터 글자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미 전국이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교육학자들은 프리스쿨 압박감(Pre-school Pressure)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사회의 이런 분위기에 대해 “이 연령의 아이들도 선생이 가르치는 대로 옳은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상자 밖의 창조적인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선 그들의 관심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놔둬야 창조력, 분석력, 문제 해결력이 더 잘 발달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예일 차일드 스터디 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해에 미 전국에서 3~4세 유아 5,100명이 퇴학당하고 있는데 이는 정규학교 아동의 3배에 해당된다. 공부에 너무 중점을 두다보니 학습태도가 돼있지 않다는 웃지 못할 이유 때문일 거라고 일부에서는 짐작하고 있다.
■프리스쿨은 꼭 보내야 하는가?
오늘날 부모들은 아이들을 프리스쿨에 보내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만 뒤쳐질까봐 염려가 돼서 프리스쿨에 보내는 경향도 많다. 이와 관련 일리노이대학 아동조기교육학자 미셀린 오스크로스키 박사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물론 프리스쿨은 사회성과 장차 해야 하는 공부의 밑거름을 쌓는데 중요한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부모가 친구와 플레이데이트를 주선해 주고 도서관의 스토리 타임에 데리고 다니고 게임과 퍼즐 등을 함께 즐기면서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면 또 좋은 차일드 프로그램에 속해 있다면 굳이 프리스쿨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리스쿨 어떤 곳에 보내야 하나?
◆무엇을 배우는지 알아야 한다.
부모가 클래스의 직접 참석해 본다. 한꺼번에 앉혀 놓고 주입식으로 가르치는지 아니면 아이의 개발정도에 맞는 맞춤교육을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교사와 대화 시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는지(아이의 어휘발달과 사고력 발달에 중요하다) 아니면 간단한 장난감 블럭 같은 것으로 스스로 게임을 창조할 수 있는지(숫자와 부피 개념을 익힐 수 있다) 등을 체크한다.
◆너무 조직적인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개인활동과 그룹활동이 적당히 섞여져 있어야 한다. 산만한 것보다는 조직적인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융통성이 없어서는 안 된다. 책읽기 시간을 아이들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지, 또 읽고 싶은 책도 아이들이 고를 수 있는지, 책 읽는 동안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지 등의 분위기를 파악해 본다.
◆주입식 교육은 피한다.
둥글게 앉혀놓고 받아먹는 아이는 받아 먹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배제되는 식의 유아교육은 곤란하다. 아이들은 모두 발달의 정도가 다르므로 각자의 관심과 능력에 맞는 놀이와 학습이 필요하다.
◆자격증을 확인한다.
교사와 스태프들이 육아교육과 트레이닝 과정을 밟았는지 여부이다. 아무래도 정규 코스를 밟았으면 아동발달이나 심리 등에 관해 훨씬 많이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미 전국유아교육협회로부터 인가 받은 것인지 등도 확인하다.
<정석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