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드 카우걸’(Mad Cowgirl).
다큐 ‘욕에 관한 연구’ (F★CK).
푸른 피 흐르는 영혼만 오라…‘거부의 축제’
■ SF 인디 페스트
1998년 창설된 독립영화제
영화제 기간 : 2월2∼14일.
상영관 :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극장과 락시 시네마, 우먼스 빌딩.
출품영화 : 장편 53편, 단편 46편, 애니메이션 16편.
웹사이트 : www.sfindie.com
새롭지 않은 것은 모두 가치 없는 것
자유, 도전, 실험성만이 존재의 이유
부어라 마셔라 밤샘파티도‘공식일정’
올핸 유명배우 출연으로 인기 더해
광우병 소재‘매드 카우걸’매진사례
그곳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 태생적으로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는 무리다. 무언가 새롭고 달라야 직성이 풀린다. 영혼이 없으면 융화조차 힘든 세계다. 그저 인디 정신이 내세우는 자유와 도전의식, 실험성이 숨쉬고 있을 뿐이다.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8회 샌프란시스코 독립영화제(SF IndieFest 2006·이하 SF 인디페스트)에 다녀왔다. 영화제라고 모두 ‘레드 카펫’이 깔리는 건 아니다. 독립영화제의 경우 참가자들이 관객 동원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판이다. 심지어 관객상을 타려고 감독이 일인다표를 던지기도 한다.
그래도 올해는 꽤 이름난 배우 3명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가해 영화제 프로그래머 브루스 플레처의 기대가 만만치 않았다. 영화 ‘스타트랙’(1979~94)에서 체콥역을 맡았던 월터 키닉, 독립영화계의 지존 제임스 듀발, 영화 ‘터미네이터 2’의 아역배우 출신 에드워드 퍼롱 등. 독립영화계에서 스타(?) 출연은 관객동원으로 이어진다. ‘광기’ 하나로 승부하는 영화보다는 부담이 덜한 것.
SF 타블로이드 신문 ‘이그제미너‘가 수상을 예상한 영화는 ‘매드 카우걸’(Mad Cowgirl). 광우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이 영화가 상영되기 30분 전인 오후 9시. 관객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웨스트 LA의 뉴아트 극장(Nuart Theatre)에서 심야 상영하는 ‘로키 호러 픽처쇼’의 관객층과 흡사했다. 순식간에 300석이 꽉 찼다.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야 겨우 객석을 채운다는 독립영화계에선 그야말로 ‘대박’이다.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영화제의 밤
영화제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부어라 마셔라 밤새도록 이어지는 파티가 없으면 영화제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SF 인디페스트의 핫 이벤트는 ‘빅 르바스키’(Big Lebowski·코헨 형제가 만든 백수 건달 영화 제목) 파티다. 장소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공간 ‘아트 SF’. 문화는 언더그라운드인데 위치는‘업’그라운드인 곳, 엘리베이터 없는 창고건물 5층. 사방을 메운 팝아트 작품들과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흉내내는 인디 밴드가 무덤 속 앤디 워홀의 영혼을 깨우고 있었다.
파티가 없는 날이면 락시 시네마 인근의 선술집 ‘500 클럽’이 영화제의 아지트다. 대낮부터 새벽까지 영화제 관계자들로 넘쳐나는데, 운이 좋으면 제프 로스 집행위원장이 공짜로 돌리는 술을 마실 수 있다. ‘아일리시 카 범’(Irish Car Bombs)인데, 기네스 맥주잔에 베일리 양주잔을 빠뜨린 폭탄주이다. 보기엔 ‘사약’같지만 맛은 달짝지근하다고 한다.
제프 위원장은 이명세 감독 예찬론자다. 그의 집에 영화포스터가 딱 한 장 붙어 있는데, 바로 한국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Nowhere to Hide)라고 한다. 이런 영화가 바로 SF 인디 페스트가 추구하는 영화라나…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건물과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이상적으로 어우러진 이 도시가 좋다.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가 명곡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락시 시네마.
SF 인디 페스트(SF Indie Fest)
SF 인디페스트는 상영관 덕을 보는 영화제다.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카스트로 극장’(Castro Theatre·1922년 개관)과 최장수 아트하우스 ‘락시 시네마’(Roxie Cinema·1913년 건축)에서 영화가 상영된다는 자체가 독립영화인들에게는 영광이다.
올해 초청된 영화들 중 13편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저예산 독립영화들로, 독립영화 감독들의 할리웃 고시 ‘선댄스 영화제’에 낙방한 영화들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0만달러를 훨씬 밑도는 저예산을 갖고 비디오 카메라나 수퍼-16으로 찍은 영화가 점령했던 1990년대 초 선댄스 영화제를 기억하는가. SF 인디 페스트가 바로 그때 그 시절의 영화제”라고 소개했다.
올해 개막작은 가이 피어슨 주연의 호주영화 ‘프로포지션’(The Proposition)이었고, 일본 감독 다카시 미케의 영화 ‘그레잇 요카이 워’(The Great Yogai War)가 폐막작이다. 화제작으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블러드 티 앤 레드 스트링’(Blood Tea and Red String)과 단편영화 모음 ‘패스트, 퍼니 앤 쇼트’, 다큐멘터리 ‘대니엘슨: 패밀리 무비’와 ‘욕(F★CK)에 관한 연구’, 그리고 극영화 ‘매드 카우걸’(Mad Cowgirl)이 선정됐다.
<샌프란시스코-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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