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귀여운 사기꾼’…
강행군 이 악물고 연기, 그래도 견디는건 운동 덕분
약속 장소인 서울 강남의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김옥빈은 전용차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토막잠을 잔 것인데 피로가 쌓인 탓인지 매니저가 열심히 흔들어 깨웠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옥빈아 이제 일어나야지. 취재하러 오셨다.”
“음…. 몇시야?”
“(오후)8시 다됐어.”
“그럼 7시에 깨워.”
여기까지 지켜보다가 마음이 안쓰러워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스튜디오로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10여분이 지난 뒤 김옥빈이 매니저들의 부축을 받으며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역시 표정은 비몽사몽 그 자체였다. 매니저가 “이틀 동안 1시간밖에 못자고 촬영했어요”라고 귀띔했다.
어떻게 인터뷰를 시작해야 하나 난감해하고 있을 때 김옥빈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역시 잠에서 깬 뒤 화장실에 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지. 돌아온 뒤 그녀는 한결 상쾌해 보였다. KBS 2TV 미니시리즈 ‘안녕하세요 하느님’(극본 강은경ㆍ연출 지영수)의 여주인공 김옥빈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 안녕하세요 하느님? 힘들어 죽겠어요 하느님!
“1주일 동안 2시간밖에 못 잤어요.”
김옥빈은 힘든 촬영에 대한 고충을 털어 놓으며 말문을 열었다. 촬영을 늦게 시작한 탓에 12월 중순 크랭크인 이후 1개월 여동안 하루도 못 쉬고 강행군을 해 완전히 녹초가 됐다고 했다. 그 기간 동안 편안하게 발 뻗고 잔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라니 힘들 법도 했다.
“미니시리즈 촬영은 처음이거든요.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기 너무 힘들어요. 대본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요. 꿈에서도 대본이 보일 정도인 걸요. 촬영을 마치고 3~4시간 여유가 있어도 쉴 수 없어요. 씻고 메이크업하고 옷 입고 나면 대본 외울 시간도 빠듯해요.”
화면을 통해서도 그녀의 지친 모습이 느껴지는 듯했다. 실제 김옥빈은 얼굴이 주먹만할 정도로 작고 선이 고운 미인이었다. 그러나 화면에서는 얼굴도 다소 부어 보이고 때때로 턱선이 사라지는 현상을 맞을 때도 있다. 화면을 통해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는 경우였다.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있어요. 원래 이번 달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안녕하세요 하느님’에 출연하게 돼 계획을 미뤘어요. 덕분에 화면에서 실제보다 밉게 나온다고들 하시네요. 저는 드라마 볼 시간도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김옥빈에게 또 한가지 고충은 나이 들어 보이기다. 실제 20세인 그녀가 극중 27세를 연기하기가 쉽지 만은 않다. 목소리 톤 낮추기, 성숙해 보이기 위해 은은한 표정 유지하기 등 보이지 않는 노력이 많이 따라야 한다.
“원래 옥구슬이 굴러가듯 낭랑한 목소리였어요. 그런데 극중 나이를 위해 낮추다 보니 지금은 허스키한 저음이 됐어요. 이를 악물고 낮춰서 그런지 쇳소리도 나요. 주위에선 잘 했다고 칭찬하시는데 좋아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순수 천연의 건강 미인
김옥빈은 건강한 자연 미인으로 정평이 높다. 인터넷 연예게시판 등을 통해 장식되는 김옥빈의 과거 모습들은 지금의 미모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녀의 현재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래봬도 인터넷 ‘얼짱’ 출신이에요. 덕분에 제 과거 사진들이 인터넷에 광범하게 유포돼 있죠. 너무 많이 유포되는 경향마저 있어 홈페이지를 폐쇄하기까지 했어요. 그 정도이니 고치고 싶어도 고칠 수가 없어요. 사실 고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지만요.”
김옥빈은 자신의 건강미를 자유로운 체중 조절에 빗대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이니 만큼 체중을 늘렸다 줄이는 게 자유자재라는 이야기다.
“2~3kg은 하루 동안이라도 늘렸다 줄일 수 있어요. 1주일 정도 시간이 주어지면 7~8kg도 거뜬하죠. 한 마디로 ‘고무줄 체중’이죠. 덕분에 부담 없이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속절 없이 체중이 줄기만 하네요. 별로 달갑진 않아요.”
김옥빈은 합계 공인 5단의 무술 유단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 합기도 등을 배워 태권도 2단에 합기도 3단의 실력을 지녔다. 그래서인지 각선미도 다소 건강한 편이다. 지난 17일 방송분에서 모처럼 짧은 치마를 입고 시원하게 다리를 드러낸 장면에선 조금 손해를 보기도 했다.
“그래요. 나, 다리 못생겼어요. 그래서 치마 기피증도 있어요. 감독님은 왜 괜히 치마는 입혀가지고….”
김옥빈은 투덜투덜하면서도 바지를 걷어 올리며 다리를 살짝 드러내 보였다. 웬걸? 날씬하고 예쁘기만 했다. 화면에서 보던 다리랑은 영 딴판이었다. 이쯤 되면 김옥빈은 화면이 많이 미울 듯 싶다.
오후 10시가 조금 지나서 인터뷰가 끝났다. 다음 날 촬영은 오전 7시에 시작이라고 했다. “모처럼 깊은 잠을 즐길 수 있겠다”고 했더니, 김옥빈은 “지금 제일 걱정인 것은 대본을 읽지 못하고 잠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사진=박철중기자(장소 제공 부비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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