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지수가 2001년 6월 이후 최초로 11,000을 넘어서면서 상승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러한 강세는 무엇보다도 연방은행의 이자율 인상이 곧 멈출 것이란 전망이 뒷받침했는데 이러한 낙관론은 과거 84년과 95년의 이자율 인상 중단 후 미 주식시장이 오랜 기간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경험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시각은 투자 결정에 있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선 역사적 기록에 의존한 미래 예측은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두 번의 사건이 어떤 특정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하면 우발적 사건을 일반화하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
연방은행이 이자율을 올리다가 멈춘 84년과 95년이후 주식은 오래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여러번이다. 가깝게는 2001년 이자율 인상이 중단되고 그 후 급격한 하락이 있었음에도 경제는 불황에 접어들었고 주식시장도 하락했다. 따라서 84년과 95년의 경우만 예를 들어 연방은행의 이자율 인상행진 중단이 주식시장의 활황을 가져온다는 공식화는 너무 자기 편의적 해석이라고 하겠다.
두번째로 과거가 미래에 되풀이되리라고 믿는 시각이 위험한 이유는 사회현상의 시대적 특수성 때문이다. 모든 여건이 인위적으로 통제가 될 수 있는 자연과학의 실험에서는 다른 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한가지 변수만 변화시켜 보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할 수 있다. 이렇게 통제된 상황에서의 실험은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게 해 앞으로의 변화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초가 된다.
그러나 사회현상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데 있어 다른 변수를 통제하지 못하는 엄연한 한계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이자율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어떤 경우는 경기가 좋아지는가 하면 나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이자율 외의 변수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 이자율 인상이 멈추면 주식시장이 거의 대부분 성장했다는 경험이 있어도 이번은 다른 변수 때문에 확연히 다를 수 있다.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는 세번째 이유로 사람들의 기대에 따른 행동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의 경험상 이자율 인상이 멈추면 주식시장이 올랐다고 기대한다고 하면 이미 이자율 인상이 멈추기 전에 주식투자가 늘어나면서 실제로 이자율 인상이 멈출 때쯤이면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그 이후 떨어질 수도 있다. 사람은 기대가 있으면 언제나 적응을 하기 때문에 똑같은 환경에서도 과거 경험이 그대로 재현되지 못하는 돌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한 과거경험 대비의 한계성 때문에 어느 누구도 지금 나타난 변화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제예측이 맞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사회현상의 하나인 경제를 예측하는 데는 아주 확정적으로 이럴 것이다라고 하는 예언적 예측보다는 최대한 많은 변수를 고려해 여러 경우를 가정해 보는 다면적 추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에서 위험의 분산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다면적 추론에 근거한 전략이다. 정확하게 어느 한 경우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를 다 검토해 조금씩 대비를 하는 전략이 분산투자인데 크게 대박이 터지는 가능성은 적은 반면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위험도 예방이 된다.
반면에 분산투자의 원리에 반하는 투자행위가 어느 한 두개의 전망을 믿고 전력을 기울이는 결정이다. 올해 초 이자율 상승의 조기 중단설로 주식시장의 활황을 예고한 결정은 자료 부족과 사회 현상의 외적 변수를 고려하면 너무나 단순화한 무모함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올해도 좋은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여러 여건을 보면 불안요인을 안고 있기는 해도 올해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두 가지의 단편적 경험으로 무분별한 낙관론을 가지면 예상치 않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성장한 우리 경제에는 바로 이러한 무모함을 피할 성숙함이 필요하다. 새해 요동치는 주식시장은 성숙한 절제가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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