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좋았고, 유난히도 운전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도 하던 일을 과감히 버리고 지금과 같이 화물트럭을 몰고 전 북미 대륙을 여행하는 직업을 갖기까지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일을 하다 보니 여러대의 트럭을 소유하게 되고 회사를 차려 수입도 제법 많아지면서, 사무실을 비우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무리를 하여 대륙으로 나서곤 한다.
이미 50만마일을 넘게 운전을 했지만, 아무리 지나갔던 길이라도 나에게는 그 느낌이 매번 다르고, 길에서 인생의 참 맛을 음미하고 있어, 운전대를 놓게 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르는 길은 오르는 길 나름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려가는 길 나름으로 공통점이 있다.
오르는 길인 경우, 차선이 하나 더 생긴다. 오르막이 심할 경우에는 중간에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과열된 엔진을 식힐 수 있게 물을 준비해 놓은 곳도 많다.
간간이 과열로 인하여 연기를 뿜으며 서있는 차들도 눈에 띄고, 운전자의 경력에 따라 필요 없이 어깨며, 발, 전신에 힘을 주는 초보자가 있는 가하면 힘은 차가 들지 나는 힘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경험자는 여유롭게 오르막길을 간다. 경험 있는 운전자는 오르막길이 언젠가 끝나고 내리막길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초보자는 한도 끝도 없이 오르막길일 것 같은 착각을 한다. 문제는 내리막길이다. 봉우리에 다다르면, 지시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브레이크를 점검하는 곳이 있다. 내리막길에서 차가 멈추지 않으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니까 제동장치부터 확인을 하게 한다.
내리막길을 가본 운전자는 내리막길의 운전이 얼마나 힘든 줄 안다. 오르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내리막길을 가야 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
내리막길은 정말 힘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기 때문에 빨리 끝나기를 학수고대하게 된다. 같은 거리라도 무척이나 오래 걸린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영원히 내리막길만 계속될 것 같은 생각에 진땀을 흘리게 된다.
경력자는 우선 어디서부터가 내리막길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때부터 미리 속도조정을 시작한다.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변하는 지점을 봉우리라고 한다.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바뀌는 곳을 골짜기라고 한다. 봉우리는 바람도 불고, 원하던 원하지 않던 반드시 내려가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고, 머무는 것이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골짜기는 아늑하고, 샘물도 졸졸졸 흐르고, 바람도 잔잔하다. 골짜기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일 뿐, 결코 낮은 곳이 아니다. 골짜기보다 낮은 봉우리는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도 다시 오르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 긴장을 줄뿐이다. 골짜기는 오를 수 있는 힘을 재충전하는 곳이지, 영원히 머무는 곳이 아니다. 운전이 어려운 곳에서는 큰 사고가 없다. 문제는 평평 대로이다. 북미 대륙의 중부에는 완벽한 평지가 많다. 하루 종일을 가도 360도 완전한 지평선이다.
높낮이도 없고, 좌우로도 일직선인 길을 달리노라면 길 양편에 크지 않은 십자가가 심심찮게 눈이 들어온다. 주변에는 꽃도 있고, 하트 모양으로 돌도 놓여 있어서 누가 사고로 이 곳에서 죽었구나 라고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아니 이런, 정말로 운전하기 쉬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고가 나서 죽기까지 했단 말인가”라고 생각되는, 그 곳이 진짜로 조심해야 하는 곳인 것을 알아채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험난한 산길에서는 운전하면서 방심하지 않는다. 사고가 났다고 십자가를 꽂아 놓지 않는다. 그 곳에서는 작은 사고는 있었을망정 죽음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인생의 길은 운전하는 것과 너무도 흡사하여 매일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다. 봉우리에서 우쭐하던 시절도 후회스럽지만, 내리막길에서 기가 죽어 있던 시절의 비겁함도 잘한 인생의 운전은 아니었다는 것을 반성하면서 오늘도 대륙을 달려간다.
신영 트럭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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