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에 `심적 부담’ 느낀듯… 유서로 결백 주장ㆍ수사불만 표출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인강희도(40) 경위가 21일 오전 10시 55분께 강원 원주시 호저면 내호리 상촌부락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 사실이 보고된 지 4시간만에 고인이 근무하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차장 부속실 책상에서 자필 유서를 발견했다.
강 경위는 자신의 상사인 최 차장과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 사이의 돈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통보를 받은 소환일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순경 출신으로 1990년 경찰에 입문, 지난해 12월 경위로 특별승진한 강 경위는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작년 말 시위농민 사망사건으로 물러난 이후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 차장의 수행비서로 일해왔다.
그는 2001년부터 경기경찰청, 서울경찰청 경무부, 경찰청 혁신기획단 등에서 최차장을 상사로 두고 일해왔으며 이후 최 차장이 서울경찰청 차장, 경찰청 경비국장,전남경찰청장을 거쳐 경찰청 차장이 될 때까지 줄곧 함께 한 `심복’으로 알려져 있다.
◇ 발견 상황 = 발견 당시 강 경위는 평상복장 차림이었고 주변에서 술병과 담배꽁초, 배터리가 분리된 휴대전화 등이 놓여 있었다.
강 경위의 부인은 20일 강 경위가 귀가하지 않자 소방서에 신고했고 경찰은 휴대전화 추적과 수색 작업을 통해 21일 오전 강 경위의 차량을 발견한 데 이어 차량에서 200여m 떨어진 야산에서 숨진 강 경위를 발견했다.
강 경위의 시신은 원주의료원에 안치됐으며 숨진 채 발견된 곳은 자신의 고향집 인근 선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유서 내용 = 경찰청 관계자는 자살 사실이 보고된 지 4시간만에 고인이 근무하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차장 부속실 책상에서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강 경위는 A4 인쇄용지 5장 분량의 연필로 쓴 유서에서 모 검사의 이름을 지칭하며 주식에 투자한 것은 그 동안 차장님께 용돈 받아 모은 것으로 한 것이고 차명계좌는 우리 각시 몰래 장인어른 계좌를 사용했던 것이라며 남자가 비상금은 있어야지요라고 밝혔다.
그는 윤상림은 잘 몰라요. 전화는 가끔 오긴 하더구먼. 통화 안되면 하루 2∼3통씩 올 때도 있고 말이예요라며 브로커 윤씨와 친분관계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강 경위는 동갑인 부인과 2명의 딸(10ㆍ12세)에게 통장에 많이 못 남겨서 미안하다.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쓴 후 뉴스 없는 세상으로 가자! 검새(검사) 없는 세상으로 가자!라며 브로커 윤씨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에 불만을나타냈다.
◇ 전날 행적 = 강 경위는 자취를 감출 당시 최 차장과 브로커 윤씨 사이의 관계를 수사해오던 검찰로부터 20일 출석해 조사에 응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으나실제로 응하지는 않았다.
그는 20일 경찰청 청사에 들렀으나 출근해 근무하지는 않았으며 경기 일산의 자택으로 귀가하지도 않고 자취를 감췄다.
최 차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소식을 듣고 강 경위의 원주 고향 집에 급히 내려왔다며 강 경위와 마지막으로 마주친 것은 어제(20일) 아침 경찰청에서였으나목례만 나눴다고 말했다.
◇ 자살배경 = 검찰 관계자는 강 경위는 조사를 앞두고 심적 부담에서 자살한것 같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을 통해 변사사건을 지휘하면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 경위가 최 차장을 대신해 송금 심부름을 하는 등 윤씨와의 돈거래에 연루된 정황이 계좌추적을 통해 포착돼 소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최 차장을 지금 소환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당장 소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돈거래 경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 차장의혐의를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강 경위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유서 곳곳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검찰 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 자신과 경찰 수뇌부로 좁혀오는 의혹의 눈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최광식 차장은 작년 3월 강 경위가 `펀드 투자를 해달라’며 장인 명의 차명계좌로 내 친구 P씨에게 돈을 부쳤던 일과 작년 7월 P씨가 내 부탁으로 윤씨의 차명계좌에 돈을 부쳤던 것은 서로 무관한 일인데도 검찰이 둘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보고강 경위를 추궁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돈 심부름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이재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