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의 가슴 속엔 항상 폭죽이 터지는 것일까? 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저리도 부산하고 바쁜 것일까? 비오는 날이면 뒤뜰의 지렁이라는 지렁이는 다 잡아다가 엄마의 샌들 속에 집어넣고 고양이를 뜨거운 욕조 안에다 집어넣는가 하면 백팩을 하늘로 집어던져 단풍나무에 걸리게도 하는 아이. 엄마 아빠는 제 형과는 판이하게 다른 둘째에게 완전히 두 손 다 들고 말았다. 거칠고(wild), 난폭하고(bully), 극성스러운(aggressive) 아이라는 레이블을 항상 붙이고 다니는 동네 개구쟁이 우리 아이, 어떻게 손봐야 하는 것인가? 해답이 나오면 비밀은 없어지는데 해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기질은 타고나는 법... 억압하면 곤란” 전문가 조언
아이들의 기질은 타고 난다. 바꾸려고 해봐야 진만 빠질 뿐 소용없다. 특히 6, 7세 이전의 아이들의 기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바른 부모가 되기 위한 10가지 기본’(The 10 Basic Princi-ples of Good Parenting)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로렌스 스타인버그 박사는 말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이나 학교 교육을 받은 아동과 같은 자제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예기다. 자제력은 교육의 부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페어런츠지 1월호는 한 엄마의 경험담을 싣고 있다.
순한 아들과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이 엄마는 아이 하나를 더 낳고 싶어졌다. 두 아이는 천사같이 착하고 순하며 말잘 듣는 ‘범생이’들이다.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며 정확한 시간에 침대에 들고 프리스쿨에서는 항상 깨끗하게 색칠해져 선생으로부터 “참 잘 했어요”(Good Work)라는 사인이 들어간 자신이 그린 종이를 가져오곤 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가 이런 칭찬을 받을 때마다 이 엄마는 자신이 바로 가르치고 바른 부모됨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하고 흐뭇해하곤 했다. 또 친구들이나 주위에서 아이 문제로 고민하는 부류들이 있으면 “기준과 제한 범위를 정해놓고 이를 고수하세요”라거나 “안된다고 말하세요. 나중에 아이에게 휘둘리는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이라면서 다소 건방진 충고까지 서슴없이 해댔다.
그러나 웬걸. 셋째가 태어나면서 사태는 완전히 역전됐고 전에 자신이 친구들에게 했던 충고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어정쩡한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셋째는 태어날 때부터 달랐다. 잠도 덜 잤고 먹기도 덜 먹었다. 자리에 눕히면 바늘에 찔린 듯이 울어 제쳤고 자라면서는 천재 아인슈타인과 서커스 광대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생후 8개월 때 이미 크립을 올라타고 넘어오기 시작했으며 돌 무렵에는 뒤뜰을 가로질러 내달리기 시작했다. 4세 무렵에는 센트럴 베큠 시스템에다가 화장지를 쑤셔 박기도 했고 타임아웃으로 자신의 방에 가두면 할머니로부터 받은 달러 지폐를 돌돌 말아서 문틈으로 들이밀어 래치(latch)를 들어 올려 열고 나오기도 했다. 안된다고 말하면서 범위를 정해주기도 하고, 야단도 치고, 소리도 지르고, TV시청을 제한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이야기책 읽어주는 것을 벌칙으로 중단하기도 하고, 프리스쿨 후에 벌칙으로 스낵을 주지 않아도 봤지만 모두 다 아무 소용없었다. 급기야는 주의력 결핍증(ADHD) 의심이 가기도 해서 전문의에게 정밀검사도 받아봤지만 결과는 건강하고, 총명하며, 호기심 많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는 프리스쿨과 동네에서 ‘난폭하고, 거칠며, 문제를 일으킨다’는 레이블을 떼 내지 못했다.
이 엄마는 아이에게 할 일을 많이 주는 것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엄마가 저녁 요리를 하면서 아이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하면 아이는 감자와 당근 껍질을 어설프게나마 잘 깠다.
요즘은 테이블 세팅도 돕고, 세척이 끝난 접시를 커보드에 가지런히 챙기기도 하며, 실외가구 페인트도 한다. 이외에 침대 정리도 하고, 고양이 박스도 청소하고, 개에게 먹이도 챙겨주는가 하면, 엄마 보석함을 열어 줄이 엉킨 목걸이를 풀어내기도 한다.
아이가 한 가지를 잘 할 때마다 칭찬해 주면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할 일을 찾아나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론 뜨거운 욕조에 고양이를 넣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고양이에게 잔인해서가 아니라 헤엄을 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함이고(고양이는 헤엄을 친다) 백팩을 단풍나무 위로 던지는 것은 백팩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나무 막대기로 백팩을 끄집어내릴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기 위함이라는 것을 이 엄마는 이제는 안다(물론 아이는 긴 장대로 자신이 단풍나무에 걸린 팩백을 구해냈다).
셋째는 첫째와 둘째에 비해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이 남다르며 실험정신이 강해 때론 남들을 귀찮게 굴고,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항상 엉뚱한 물건을 자신의 방에 들여다 놓기는 하지만 그것이 이 아이의 ‘세상탐험 방법’이라고 예일의대 아동연구 국장 앨런 카즈딘 박사는 조언해주고 있다.
부모 대처법
아동발달 전문가들이 말하는 다루기 힘든 세 가지 유형의 기질들과 부모들의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 - 활동적 놀이 시켜 집중력 분산
인내력 부족한 아이 - 명확한 규칙과 심하지 않은 벌
감정이 예민한 아이 - 급격한 환경 변화는 피하도록
■지나치게 감정적인 아이
다른 형제들은 덤덤하게 넘어갈 일도 이 아이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자연히 부모와의 대립도 잦다. 슬플 때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항변하거나 토라지고 기쁠 때는 집안이 떠나가도록 웃어젖힌다. 이벤트가 일어나기 전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새로운 베이비시터가 오는 날 부모가 잠시 시간을 내서 함께 곁에 있어준다. 둘이 화합을 잘 하면 그때 자리를 뜨는 식이다.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변화를 힘겨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
수퍼-하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 말썽꾸러기로 찍히기 쉽다. 매일 활동적인 놀이를 하게 함으로써 넘치는 에너지의 물꼬를 건전하게 터줘야 한다. 에너지 많은 애견을 정기적으로 산책시켜 주지 않으면 쓸데없이 고성으로 짖어대 이웃으로부터 불평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중이 많은 곳으로 나갈 때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가령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탈 때는 책과 게임할 것을 가져가 아이의 집중력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거나 가끔 아이와 함께 비행기 복도를 걷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이런 아이와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아이가 좀 더 커서 자제력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을 망가뜨리거나 위험하지 않는 이상 아이의 활동범위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내력이 부족한 아이
쉽게 칭얼대고 짜증내는, 휴즈가 짧거나 쿠션이 약한 아이에게 같이 소리 지르거나, 위협하거나, 짜증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이다. 명확한 규칙을 정하고 어기면 약한 벌을 내리는 식으로 인내력을 길러 나간다. 규칙을 어기면 하룻밤 TV를 보지 못하게 하거나 5분간 타임아웃을 주는 식이다. 이런 아이에게 1주일간 TV를 못 보게 하거나 한 시간 타임아웃은 너무 가혹하고 비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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