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진실이 우선 vs 시사중심 국익 고려를
황우석 교수 사건의 보도를 놓고 KBS와 MBC가 정면으로 대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 교수 사건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제기하는 의문점들을 집중 보도한 KBS ‘생방송 시사중심’의 전용길 PD는 1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제작진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재까지는 황 교수가 100% 사기꾼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상당한 사실들이 그가 말한 것이 맞으며, 거의 대부분의 조작의 책임은 미즈메디측에 있는 것으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PD는 황 교수가 만약 줄기세포 가짜 사실을 모르고 철저히 속은 것이 드러난다면,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국제적 양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측의 물음에 국제적 양해는 이제부터 우리가 얼마나 다시 냉정한 태도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덤비느냐에 달려있는데, 우리는 지금 그럴 준비가 돼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MBC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만일 그 많은 언론들 중 어느 하나라도 중심을 잡고, 큰 틀과 작은 것,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 등을 구분을 해가며 국민들에게 차분히 정리해 주었다면 이런 혼란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MBC가 ‘맹목적인 팩트주의’에 함몰돼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맹목적 팩트주의’에 대해서는 사안 또는 이슈의 큰 틀을 보지 않고, 또한 보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본질적인 것과 본질적이지 않은 것 등을 구분하지 않고, 심지어는 그 팩트가 차지하는 정확한 의미와 비중 등을 가리지 않고, 단지 ‘팩트라는 이유만으로’ 쉴새 없이 보도하고 양산해내는, 그리하여 결국은 전체 사안을 호도하고 애매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어이 없는 허위 사실까지도 서슴없이 무책임하게 보도하게 되는 기계적인 팩트 맹신주의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전 PD의 이 같은 발언은 황 교수 사건과 관련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같은 회사의 ‘추적 60분’ 팀의 시각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추적 60분’ 문형렬 PD는 지난 11일 한국아이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황우석 사태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조사위의 기자회견장에서 정명희 조사위원장과 ‘핵치환 기술’의 독창성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는 문 PD는 조사위 보고서가 황 교수팀 기술의 ‘독창성’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위원장은 이를 부인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하며 황 교수 사건과 관련한 논란에 물꼬를 튼 MBC ‘PD수첩’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KBS 측과는 정반대의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PD수첩’은 그동안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지난해 11월22일), ‘특집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지난해 12월15일),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1월3일), ‘황우석 신화, 어떻게 만들어졌나!’(1월10일), ‘생명공학, 위기를 넘어’(1월17일) 등을 잇따라 방송하며 황 교수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을 파헤친 바 있다.
현재는 ‘PD수첩’을 떠나 시사교양국 프로그램 제작을 맡고 있는 한학수 PD는 최근 KBS PD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진실보다 국익이 앞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기자가 아니고 PD도 아니고 저널리즘이 아니다’고 공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 PD의 이 같은 발언은 황 교수 사건 초반에 젊은 기자들이 ‘국익’을 거론하는 데 대한 비판이었지만, KBS ‘생방송 시사중심’ 팀의 시각과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은다.
전 PD는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특허가 미국 쪽으로 넘어가면 그 뒤에는 황 교수보다 더 뛰어난 과학자가 나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면서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황 교수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아이닷컴 채석원 기자 jow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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