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토는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will absolutely corrupt)”라는 말과 함께 정치학도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좌우명이다. 이상의 원칙을 위반하고도 성공한 정부가 없었음을 천명한다. 이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될 수 있는 한 국민생활에 간섭하지 말아야한다.
한국 정부는 국민 생활에 필요 이상으로, 또는 헌법이 부여하는 권한 이외의 영역을 침범함으로써 ‘최소의정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례들 가운데 오늘은 최근에 국회를 통과한 ‘사립학교법’에 관해서 논하고자 한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핵심은 사립학교 이사의 4분의 1(개방형 이사)을 학교 운영위원회(학부모와 기타 이사가 아닌 인원으로 구성)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학교운영에 소요가 있을 경우 정부가 관선 이사를 파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법은 위헌이다.
첫째, 정부는 사립단체(Private organization)의 운영에 간섭할 수 없다. 미국의 판례 하나를 소개한다. 워싱턴 근교에 Burning Tree Country Club 이 있는데, 본 클럽은 여자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여권운동가들이 수년에 한번씩 본 클럽을 성차별(Gender discrimination)을 근거로 법원에 제소하지만, 판결은 한결같이 피고의 승리로 끝난다. 판결의 요지는 “정부는 개인, 또는 사립단체(Private person or organization)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정부가 보조하는 사립단체인 경우다.
이 예외적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Burning Tree 에서 술을 팔 수 있도록 정부가 주류판매 허가를 부여한 자체를 정부의 보조로 보아야하기 때문에 정부 불간섭 원칙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이 원고의 논지였다. 그러나 역시 패소했다. 단순히 술 판매 면허를 부여한 자체를 정부의 보조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였다.
정부가 사립단체에 합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보조, 즉,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사립대학의 ROTC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ROTC 프로그램과 정부의 지원금을 동시에 거부함으로써 학교는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정부가 사립학교에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이것을 이유로 정부가 사립 중.고등학교 운영에 많은 간섭을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위헌이다. 합헌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립하교가 정부지원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며, 따라서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한다.
둘째, 정부는 사유재산을 침해할 수 없다. 1215년 대헌장(Magna Carter)이후, 특히 세계 최초의 헌법인 미국 헌법이 1789년에 공포된 이후, 민주주의를 모방하는 나라 치고 사유재산의 신성불가침설을 부인하는 나라는 없다. 정부가 실재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나라들도 헌법상에는 이러한 근본 논리를 부인하지 못한다. 사유재산이란 개인재산뿐만 아니라 정부가 아닌 모든 기구나 단체의 재산을 말한다. 사립학교의 재산 역시 사유재산이다.
셋째, 법인은 정관(Charter/Articles of Incorporation)에 의해서만 운영된다. 정관은 나라의 헌법과 같은 서류다. 정관이 정부의 인가를 받음으로써 인간이 모체로부터 출생하는 것과 같이 법인이 법에 의해서 출생하게 되며, 일단 출생한 법인은 정관에 의해서만 운영된다. 이사 선출 방법도 정관에 마련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며, 이사의 숫자나 선출 방법을 사규로 정하도록 정관이 이사회에 광법위한 권한을 배려하는 경우도 있다. 법인 내부에 분쟁이 있을 경우 법원은 정관에 의해서만 판결한다. 법원은 정관을 다시 쓰지 않는다(Court does not rewrite the charter).
넷째, 법인은 설립목적과 이념에 충실해야한다. 본 법의 독소조항은 정부가 파견할 수 있는 관선이사 조항이다. 25%의 개방형 이사가 들어와서 학교 설립목적과 이념에 이완되는 방향으로 운영에 영향을 주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관선이사가 학교 이사회 전체를 장악한다면 학교 설립 목적과는 관계없이 정부가 주도하는 대로 학교가 운영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다섯째, 정부는 종교를 간섭할 수 없다(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한국의 사립학교의 대부분은 종교적 이념으로 설립되었고 교회가 운영한다. 정부는 교회를 간섭하지 못하고 교회는 정부를 간섭하지 못한다는 정(政) 교(敎) 분리원칙 하에서 보더라도 본 사학법은 위헌일 수밖에 없다.
정치의 원리는 경제논리와 비슷하다. 1776년에 Adam Smith가 발표한 국부론(Wealth of Nation)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보이지안는 손(Invisible hands)에 맡기라는 이론이다. 시장경제를 말함이다. 정부가 끼어 들어 통제경제를 실시한 공산국가들의 말로를 보더라도 시장경제 이론이 옳지 않았던가? 정치도 마찬가지다. 개인재산을 운영하는데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착상은 통제경제를 실현하다 망해버린 공산국가들의 전초를 밟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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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탁/변호사.애난데일,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