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퇴행성 관절염’이다. 미국내 약 2,000만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인 환자들도 많다. 우리종합병원의 김현 류마티스(관절) 내과 전문의는 “노인인구가 늘면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미국인의 1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류마티스 관절염은 약 1%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관절염은 그 종류가 100가지가 넘지만 흔한 퇴행성 관절염을 제외하면 대부분 질환은 드물게 발생한다. 퇴행성 관절염에 걸리면 완치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고 ‘잘 낫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에서 관리를 잘 하면 증상과 통증을 완화할 수는 있다. 김현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퇴행성 관절염의 증상과 치료법,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해 알아보았다.
걷기·수영 등 적절한 운동땐
살 빠지고 근력 강화에 도움
관절염 진행속도 느리게 해
진통제는 꼭 전문가 처방을
퇴행성 관절염이란
퇴행성 관절염(Osteoarthritis)은 골관절염으로도 불린다. 가장 흔한 관절염이다. 50대 이상 노인에게서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노인병 중 하나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의 노화로 인해 뼈 사이의 스폰지 역할을 하는 연골(물렁뼈)이 닳아서 없어지면서 생기는 관절염으로 환자들은 관절 통증과 뻣뻣함을 주로 호소한다. 연골이 닳아 없어지게 되면 관절통이 생기며 관절이 변형된다. 주로 체중이 전달되는 관절인 고관절과 무릎 관절에 흔하게 발생하며 손가락 마디, 엉덩이, 허리, 발가락, 척추 등 신체 여러 부위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관절염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질환이 관절통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 따라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과의 차이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염증성 관절염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대칭적인 관절의 종창과 뻣뻣함을 일으키며 주로 작은 관절인 손과 발의 관절에 생긴다. 주로 아침에 관절부위가 아프고 뻣뻣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퇴행성 관절염은 뻣뻣한 증상이 오래가지 않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증상이 오래간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은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주로 몸을 많이 움직이고 난 오후나 저녁시간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관절통이 있으면 관절염인가
관절에 통증이 있으면 일단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의사들이 말하는 관절염은 붓거나 열감을 동반하는 경우만을 뜻한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관절통은 휴식을 취하거나 물리치료 등을 받으면 증상이 좋아지지만 관절염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만 하므로 관절통이 있으면 먼저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퇴행성 관절염은 왜 생길까
먼저 나이. 하지만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나타나는 질환은 아니라는 것이 김 전문의의 설명이다. 흔한 노인성 질환으로 불리지만 나이가 많아도 퇴행성 변화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50세 이전의 젊은 사람에게서도 경미한 정도의 증상이 나타날 수는 있다. 유전과도 관계 있다.
퇴행성 관절염의 흔한 증상인 손가락 끝마디가 튀어나오고 굽어지는 증상을 전문의학 용어로 ‘헤버덴 결절’(Heberden’s nodes)이라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헤버덴 결절’을 가진 환자의 여자 형제나 어머니를 보면 역시 손가락이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50세 이전에 나타나면 관절에 외상을 입었던 경우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는 더 젊은 나이에 심한 퇴행성 관절염이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의 경우 시합도중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을 때 충분한 기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관절 연골이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는 비만. 비만인 경우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퇴행성 관절염에 잘 걸리고 병의 진행 속도도 빠르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기 훨씬 전인 20대나 30대 때 비만이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었을 때 퇴행성 관절염 발병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또한 체중을 줄이는 경우 퇴행성 관절염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도 여러 연구결과 입증된 바 있다. 김 전문의는 “퇴행성 관절염의 예방에서 비만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한 예로 체중을 5kg 정도만 감량해도 관절염이 생길 비율은 반으로 줄어든다고 보고 된 바 있다”고 말했다.
증상
가장 흔히 호소하는 증상으로는 무릎 통증과 손가락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무릎은 처음에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한쪽만 시큰거리고 아프다가 병이 진행되면 평지를 걸을 때도 통증을 느끼게 되고 한쪽 무릎이 아파서 반대쪽에 체중을 싣게 되는 경우 바로 반대쪽에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병이 더 진행되면 걷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아프고 무릎 안쪽의 연골이 닳아 관절이 좁아지면서 다리가 안으로 휘어지기도 한다.
손가락은 주로 맨 끝마디에 변형이 나타나게 되는데 염증성 변화가 심한 경우에는 마디가 붉어지면서 열이 날 수도 있고 움직일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변형은 주로 관절이 양쪽에서 뿔처럼 튀어나오는 형태로 나타나며 만져보면 매우 딱딱해서 뼈가 자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개는 몇 년에 걸쳐 서서히 튀어나오다가 그 진행이 멈추며 드물게는 손가락이 옆으로 틀어지는 변형으로까지 진행 될 수 있다.
이외에도 허리뼈에 퇴행성 관절염이 오는 경우 디스크 증상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사타구니의 고관절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앉아서 오랜 시간 TV를 보거나 좁은 곳에서 오랫동안 부동 자세로 있다가 몸을 움직이려 할 때 몸이 굳어버리는 현상이 흔히 나타나기도 한다. 관절통 때문에 아파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되면 관절 주변의 근육이 급속도로 쪼그라들게 된다. 그리고 근력이 떨어지고 점점 더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뼈주사·인공관절 수술 요법도
치료
김 전문의는 “아직까지 처방약이나 주사 등을 통해 한번 닳은 연골을 재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남아 있는 연골과 관절 기능을 되도록 오래 보전하며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고, 통증과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치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건강 수칙을 지키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운동은 체중감소에 도움이 되며 하지 근력을 강화해 주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느리게 해주며 통증을 완화시켜 준다. 하지 근력 강화에는 자전거 타기, 평지 걷기, 수영 등 운동이 좋다.
일반적으로 퇴행성 관절염에는 진통효과가 있는 타이레놀 계통의 약과 소염진통제 등이 처방된다. 소염진통제는 종류가 다양하며 환자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일명 ‘뼈주사’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제제 주사는 신속한 염증 조절효과를 가져와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는 심한 염증 환자에게 적용되지만 이 또한 많이 맞을 경우 관절의 손상이 촉진될 수 있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맞는다.
김 전문의는 “치료약이 더 이상 듣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 졌을 경우로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힘들고 연골이 심하게 마모돼 약, 주사, 물리치료 등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인공 관절 수술을 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과 고관절 보호를 위한 생활수칙
-뛰거나 등산하는 것은 피하고 수영 등 운동방법을 택한다.
-계단은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다.
-일할 때는 서서 하지 말고 되도록 앉아서 한다.
장시간 서 있지 않도록 한다.
-푹신한 낮은 소파에 앉지 말고 되도록 딱딱한 높은 의자에 앉도록 한다.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지 않는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에는 먼저 엉덩이를 의자 끝 부분으로 옮긴 후 의자 팔걸이에 두 손을 지탱하면서 일어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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