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안주하면 따라잡힌다 인텔도 생존위한 변신 선언
삼성·LG, 기능·화질 강조에 日, 뒤늦게 화면크기내세워…디지털TV 융합도 부각
라스베이거스=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셔틀버스를 내리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느껴진다. 링에 오르기 직전 권투선수들의 긴장감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2006 인터내셔널 CES(CES 2006).’ 겉으로는 각종 신제품의 프로모션 행사 등에 취해 웃고 즐기는 축제이지만 한 꺼풀만 걷어내면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한 전자업체들의 전쟁터다.
메인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센트럴 홀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들을 미래 디지털 세상으로 빠져들게 한다.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장식된 벽면을 따라 보이는 메이저 전자업체들의 부스는 올해 디지털 패션의 트렌드와 앞으로 첨단 전자ㆍIT제품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힌트를 준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CES를 보고 나서 LG의 방향이 맞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표준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진보(Advanced)한다=인텔은 CES 2006 첫날을 기해 창업 이래 37년 동안 사용하던 로고를 바꾼다고 선포했다. ‘인텔 인사이드’라는 브랜드도 ‘약진’이란 의미의 ‘인텔 립 어헤드’로 바꾸기로 했다. 겉모습만 바꾼 것이 아니다. 인텔은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에만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적극 개발하고 무선통신 부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왜 변신을 꾀할까. 무려 339억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브랜드를 바꾸는 모험을 택한 이유는 뭘까.
정답은 위기의식. 기술의 진보에 따라가지 못하고 성공에 안주했다가는 언젠가 후발업체에 덜미를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곳곳에서 전자ㆍIT 기술의 진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준다. 윈도 비스타를 출시한 마이크로소프트(MS) 전시장에는 PC운영에서 게임까지 MS 기술의 미래를 소비자가 직접 느껴볼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전시장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표준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연대간 경쟁도 치열했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 보이는 차세대 DVD 방식에 대한 경쟁은 숨쉴 틈도 주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블루레이 진영에 가담했지만 상대 진영인 도시바의 HD DVD도 상영할 수 있는 유니버설 제품을 조만간 선보인다. LG전자도 HD DVD 방식의 제품을 내놓았다. 어느 쪽의 기술표준이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보는 적도 아군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목표만 있을 뿐이다.
◇디스플레이 더 크게(Bigger)=“재보기 전에는 믿을 수가 없다.” 파나소닉의 103인치 PDP TV에 대한 삼성전자 관계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긴 고작 1인치를 더 크게 만들어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고 다니니 못마땅할 법도 하다.
CES 2006은 TV월드컵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디지털TV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웬만한 전자업체이면 대부분 디지털TV를 내놓았다. 디지털TV의 화두는 ‘더 크게, 더 선명하게’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중심에 세계 최대 102인치 PDP TV, 82인치 LCD TV, 상품화한 PDP TV 중 세계 최대 크기인 80인치 PDP TV 등을 원형 형태로 배치, 세계 최고기술과 제품력을 보유한 업체임을 강조했다. LG전자도 102인치 PDP TV와 71인치 PDP TV를 전시하는 한편 1시간 분량을 자동 녹화하는 ‘타임머신’ 기능을 장착한 42인치 PDP TV를 집중 홍보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화질과 기술로 승부한다면 일본업체들은 뒤늦게 사이즈 경쟁에 뛰어들었다. 파나소닉의 103인치 PDP를 비롯, 소니가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라비아 브랜드를 바탕으로 82인치 LCD TV를 선보였다.
전시회가 이틀째로 접어들던 지난 5일 103인치 PDP를 두고 또 말이 나왔다. 파나소닉도 1인치에 쑥스러웠던지 붙이지 않았던 ‘세계 최대 PDP TV’라는 문구가 뒤늦게 제품에 붙으며 경쟁업체들을 자극했다.
◇디지털 컨버전스(Convergence)시대 본격 개막=LG전자 부스를 방문한 존 데릭씨. 오디오복스에서 근무하는 그의 눈길을 끈 제품은 타임머신 기능을 내장한 DMB폰이다. 휴대폰으로 DMB를 보다가 전화를 받을 때는 녹화, 나중에 다시 본다는 기능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CES 2006의 또 다른 화두는 컨버전스의 상용화. 그동안 관념적으로 느껴졌던 IT 상용화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실제 소니와 인텔은 각각 셀칩 기반 플레이스테이션3(PS3)와 바이브 디지털홈 플랫폼을 발표, 홈네트워크 영역에서의 가전ㆍ컴퓨팅 컨버전스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디지털TV시장에서도 컨버전스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MP3플레이어를 연동한 TV와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DLP 프로젝션TV, 양방향 디지털 케이블TV를 이번 전시회에 첫선을 보였다. LG전자의 50인치 바이브TV는 무선랜으로 인텔의 viiv PC와 연결해 각종 정보와 음악ㆍ영화ㆍ사진 등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TV다.
소니도 LED 광원을 사용하고 컬러TV의 새로운 표준기술인 ‘xvYCC’를 사용한 82인치 LCD TV를 선보였다. 여기에 가전기기끼리 융합하거나 컨슈머 제품과 IT가 만나는 등 컨버전스 제품을 선보였다.
우리기술이 최고 홍보경쟁도 ‘불꽃’
국내외 전자업체들은 올해 CES에서 기술우위를 앞세워 치열한 홍보경쟁을 벌였다. 특히 해외 유명인사들은 국내 업체의 전시관을 앞다퉈 찾아 외국사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미국 프로풋볼리그 인기스타인 댄 마리노 선수, 필립 슈노버 서킷시티 회장 등이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 대거 방문했다며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모두 감탄하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게이츠 MS 회장 등이 자사 제품을 시연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LG전자 측은 CES 개막전 기조연설에서 게이츠 회장은 자사의 휴대용멀티미디어복합기(PMC)를 시연해 보였다며 폴 오텔리니 인텔 사장은 LG전자의 바이브 50인치 PDP TV를 소개했다고 강조했다.
한일 업체간 홍보전쟁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소니는 별도 전시관을 꾸미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삼성전자 전시관과 비슷한 규모의 대형 전시관을 설치했다. 파나소닉은 지금까지 세계 최대였던 삼성ㆍLG의 102인치 PDP TV보다 1인치가 더 큰 103인치짜리 PDP TV를 개발해 내놓는 등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차세대 DVD 표준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소니의 블루레이 진영과 도시바의 HD DVD 진영은 별도의 블루레이 전시관과 HD DVD 전시관을 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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