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계획은 조용한 바닷가나 호젓한 산간에서 하는 것이 좋다. 한해를 설계하면서 여행하기 좋은 애나카파 아일랜드 국립공원.
정초에 가는 LA인근 호젓한 산간·해변
한해가 훌쩍 지나가고 2006년 새해가 시작됐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 계획을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조용한 바닷가나 호젓한 산간에서 설계해 본다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늘 높이 솔개가 곡선을 그리며 나는 곳이나 바람에 밀려난 차가운 산 안개가 물방울이 돼 얼굴에 부딪치는 곳을 찾아 복잡한 머리 속을 훌훌 털어 버리고 싶은 시기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LA 인근에는 조용히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호젓한 산간지역과 해변가들이 수두룩하다. 북쪽으로는 남가주의 알프스라고 할 수 있는 마운트 파이노스와 라이트우드 지역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끼고 도는 수많은 해변 산간이 있다. 동쪽 사막지역 역시 신년 겨울 개척자들의 발자취를 느끼면서 방문해 보기 좋은 곳이다.
희망찬 신년 계획을 세우기에 적합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LA인근 산간과 해변 지역들을 소개한다.
마음의 먼지 씻고 희망찬 ‘해맞이’
엔시날 캐년
(Encinal Canyon)
샌타모니카 마운틴 엔시날 캐년.
샌타모니카 마운틴 엔시날 캐년의 23번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말리부 해변.
LA 한인타운에서 매우 가까우면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산간지역이라면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립공원을 꼽을 수 있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과 레오 카리요 주립공원들은 이미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어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국립공원 서쪽 벤추라카운티 인근은 도로가 험해 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특히 벤추라카운티 사우전옥스(Thousand Oaks)에서 시작되어 꼬불꼬불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23번 도로와 23번 도로와 연결되는 엔시날 캐년 로드(Encinal Canyon Rd.)과 리틀 시카모어 캐년 상에는 신년계획을 위해 마음을 정리할 만한 휴식처들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사우전옥스 웨스트 레이크 블러버드에서 시작되는 23번 도로는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잔잔한 호수(Lake Eleanor)가 방문객을 맞는다. 수면을 가로지르는 물새들이 산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샌타모니카 마운틴을 넘어가는 도로는 매우 좁다. 힘겹게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옆 벼랑에서 떨어진 돌멩이들이 뒹굴고 있어 운전에 주의가 요망되는 곳이다.
도로변에 늘어선 나무들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가을 같은 남가주 겨울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곳곳에는 말과 소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새김질을 하고, 오래된 농가 옆에 방치된 곧 쓰러질 듯한 헛간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파른 능선 길을 회전하며 반시간여 오르면 펑퍼짐한 고갯마루 위에 올라선다. 벤추라 지역의 멋진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오고 언덕 너머에는 채널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탁 트인 태평양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하늘의 구름과 어우러진 바다를 바라보면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면서 신년의 소망을 기도하게 된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가 사우전옥스에서 웨스트레이크 블러버드 사우스로 갈아타고 산간지역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은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사우스를 타고 샌타모니카시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면 한인타운에 도착하게 된다.
말리부 포인트 듐
(Point Dume)
말리부 해안의 독특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 듐.
페퍼다인 대학 주변의 말리부 중심 지역은 일반에게 유명하지만 말리부 최북단인 포인트 듐을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치 바다를 송곳으로 찌르듯 태평양 바다로 튀어나온 모양의 포인트 듐 반도는 샌타모니카에서 북쪽으로 20마일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바다를 경계로 깎아오른 절벽 사이사이에 오솔길이 만들어져 있어 하이킹 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이 곳은 수백 종의 식물과 바다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2마일 길이의 반도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해양박물관이라고도 할 수있다. 썰물이 되면 바위와 모래사장위로 조개와 대합 등을 쉽게 볼 수 있고 게들이 옆걸음질을 하면서 불가사리 옆을 지나간다. 포인트 듐은 겨울철에 특히 밀물과 썰물의 차가 높아 바다생물을 관찰할 기회가 더욱 높아지며 늦은 오후를 기해 바닷물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다.
포인트 듐에서 남쪽으로 2마일 내려가면 유명한 해수욕장 패러다이스 코브를 만나게 되고 이곳에 말리부 피어와 바다 냄새를 안주로 한잔의 칵테일을 즐기면서 신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패러다이스 코브 레스토랑이 있다.
가는 길 1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상하다가 말리부 페퍼다인 대학을 지나서 주마 비치 바로 전인 웨스트워드(Westward) 비치에 유료 파킹(7달러)을 하고 남쪽으로 걸으면 절벽위로 올라가는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라이트우드
Wrightwood
알프스의 윈터 원더랜드를 연상시키는 라이트우드 지역.
남가주에서 가장 높고 깊은 산간 타운을 꼽으라고 하면 앤젤레스 국립삼림의 정상에 위치한 라이트우드 지역을 꼽을 수 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LA의 ‘백야드’(뒷마당)라고 부르는 샌개브리엘 산맥 깊숙이 자리잡은 라이트우드는 해발 6,000피트의 하이 컨트리다. 높고 깊은 산속에서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싶은 사람들이 가 볼만한 곳이다.
지금은 라카냐다에서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로 가면 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고원지대지만 도로가 관통하기 전까지는 3일이 소요됐던 오지다.
인구 3,000에 불과한, 타운내에 한 개의 신호등도 없는 작은 도시지만 10여개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타운 빌리지를 중심으로 모여 있으며 캐빈, 모텔, 콘도 등의 숙박업소들도 많이 모여 있다.
한때 세라노 인디언들의 터전이었던 이 곳은 남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블루리지(Blue Ridge)산맥과 멀리 마운틴 샌안토니오(볼디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금색의 모하비 사막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북가주로 이어지는 카혼 패스(Cajon Pass)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작은 마을인데도 역사와 전통이 다른 타운에 못지 않다. 한때 몰몬 정착자들이 이 곳에 모여 살았으며 스패니시 미션 개척자들의 영향을 받은 적도 있다.
지금도 100년이 넘은 건물들이 타운 곳곳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건물 자체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중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데 겨울에는 단연 스키가 최고의 스포츠로 인근 마운틴 하이는 빅베어에 버금가는 스키 리조트로 유명하다.
캠핑과 낚시 그리고 하이킹도 즐길 수 있는데 겨울철 눈 사이로 만들어진 트레일을 걷는 맛은 해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가는 길인 앤젤레스 포레스트에는 유명한 주말 휴양지인 칠라오(Chilao)가 있다. 첩첩산중 칠라오는 1860년에서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산적들의 산채였다고 한다.
멕시칸 산적두목 드블시오 바스케스가 이끄는 무법자들은 샌퍼난도 밸리에서 말과 가축을 강탈하고 스테이지 코치까지 터는 대담성을 보였다.
산적 중에 현재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 부근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던 호세 곤잘레스는 곰과 격투, 칼로 맹수를 죽였다는 위인. 그의 별명 매운 고추(Chilleeyo)가 칠라오로 불리게 된 유래이다.
비시터센터에는 동·식물, 원주민에 관한 전시장과 자연학습을 위한 네이처 트레일도 있고, 단체를 위한 해설 프로그램을 연중 실시한다.
앤젤레스 국립삼림 최고봉중 하나인 마운트 힐리어(Mt. Hillyer)로 오르는 트레일이 등산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만사니타 나무로 뒤덮인 경사면에 지그재그로 나있는 트레일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내려다보이는 칠라오 분지의 침엽수 숲은 일품이다. 겨울이면 눈이 쌓이는 곳으로 아이들과 썰매타기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LA에서 2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210번 프리웨이 이스트로 갈아탄다. 210번을 타고 첫번째 출구가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이다. 이 곳에서 내려 산길로 북상해 약 1시간 정도 올라가면 해발 5,000피트 표시판이 나오고 찰튼프렛 피크닉장, 칠라오 오버나이트 캠핑장을 지나면 비지터센터 입구인 어퍼 칠라오 로드(Upper Chiao Rd.)가 왼쪽으로 나온다. 문의 (626)574-5200.
칠라오에서 다시 10여분을 달리면 Wrightwood에 도착하게 된다. 겨울철 눈이 올 때는 스노체인을 준비해야 한다. 문의 (760)249-3339, www. wrightwoodcalifornia.com
팔로스버디스 아발로니 코브
(Abalone Cove)
해안을 끼고 산책로가 길게 마련되어 있는 아발로니 코브.
시원한 겨울바다를 끼고 도는 LA 제일의 조망 드라이브 코스 팔로스버디스에 있는 남가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가중 하나이다.
돌출된 경관과 자갈밭 해변 그리고 언덕 위에서 고래의 남행도 볼 수 있는 곳인데 요즘은 수영객들이 없어 평일이면 바닷가 전체를 차지하고 깊은 명상에 잠기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4개의 쉬운 하이킹 트레일이 있어 가족들과 조용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태평양의 절경을 감상하게 된다.
멀리 카타리나 섬을 배경으로 한 경치가 뛰어나다. 이 곳 역시 썰물에는 바다생태계를 공부하는 학습장으로 변한다.
아발로니 코브의 주차장은 평일에는 정오∼오후 4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오후 4시까지 오픈하고 주차료는 5달러이다.
문의 : (310)377-1222.
가는 길 LA에서 110번 프리웨이 남쪽방향으로 가다가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에서 내려 우회전, 서쪽으로 3마일 정도 가면 호손(Hawthorne) 블러버드가 나온다. 이 곳에서 좌회전해서 팔로스버디스 반도로 진입해 팔로스버디스 드라이브를 만나면 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팔로스버디스 드라이브는 반도를 따라 이어지는 15마일의 드라이빙 코스인데 곳곳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하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아발로니 코브에서 남단을 돌아 샌페드로시로 들어가면 ‘우정의 종각’을 만나게 되고 동쪽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LA 하버가 눈에 들어온다.
애나카파 아일랜드 하이킹
애나카파 아일랜드를 방문하면 각종 바다새들의 생태계를 학습할 수 있다.
신년에 관광도 할 겸 색다른 하이킹을 하고 싶으면 채널 아일랜드 국립공원의 하나인 애나카파(Anacapa)섬 순환 트레일 하이킹을 권한다. 애나카파는 국립공원 채널 아일랜드 중 가장 작은 섬이다. 내륙의 하이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경험하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도 갖고 올 수 있는 곳이다.
끝없이 넓고 넓은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고독한 무인도인데 한바퀴 도는데 한 시간 밖에 안 걸리고 엘리베이션 게인이라고 해봐야 고작 100피트밖에 안 된다. 그리고 전장이 2마일인 짧은 하이킹이지만 그곳이 주는 분위기는 백문이 불여일견, 가보지 않고는 도저히 느끼기 힘든 아름답고 독특한 경치이다. 섬 위에 올라가서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바다 경치가 일품이다.
선착장에 내려서 153단이나 되는 긴 계단을 올라가면 섬 표면에 닿는데 올라가서 공원 전시관에 진열되어 있는 전시물을 잠시 둘러보고 레인저가 안내하는 대로 팀을 따라 하이킹을 해도 좋고 독자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하이킹을 해도 된다.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하이킹이 아니므로 쉬엄쉬엄 바다 경치도 감상하면서 하루를 즐기고 오면 된다.
바다를 접한 천길 만길 낭떠러지 밑으로 보이는 해저 동굴이며 게으른 듯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바다사자와 물개들은 모두 오염 안된 자연 그대로이다.
섬 표면 전체가 아이스 플랜트라는 일종의 선인장으로 덮여 있다. 자연 그대로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문화 시설이 전혀 없고 쓰레기까지도 갖고 와야 할 정도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섬 가운데 캠핑장이 있어서 원하면 하룻밤을 자고 올 수도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캠핑장 예약은 돌아오는 배편 예약이 되어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받는다. (800)-365-CAMP.
애나카파까지 가는 배는 아침에 페리보트로 사람들을 섬에 내려놓고 갔다가 저녁에 와서 데려 온다. 페리보트 회사는 Island Packers(805-642-1393)가 있는데 벤추라와 옥스나드 항만에서 출항한다. 국립공원 사무실 전화(805-658-5700)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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