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양접시 단계서 바꿔치기 당한 것 같다…바뀐 걸로 어떻게 검증·논문 썼나
2. 인간 영양세포 써 배양 성공률 높여…PD수첩엔 왜 쥐 영양세포 줬나
3. 8개 줄기세포로 논문 써… 이병천 교수 11개로 작성했다
4. 노성일 올해엔 난자 제공한 적 없어…6개 줄기세포 난자 어디서 났나
5. 바꿔치기 작년 11월 18일에 알았다…첫 기자회견때 왜 안밝혔나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16일 ‘바꿔치기 논란’을 제기하면서 “줄기세포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그리고 이번 회견에서의 황 교수 해명과 주장을 면밀히 살피고 비교해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많다. 과학적으로도 의문이 가는 점도 적지 않다.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황 교수 주장을 토대로 할 때 생기는 여러가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
◇ 바뀐 줄 모르고 어떻게 검증했나
황 교수는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첫 배양접시(1계대) 단계에서 바꿔치기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수정란 줄기세포로 어떻게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임을 검증해서 논문을 썼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통상 배반포 단계의 배아에서 내부세포덩어리의 세포 수는 120개 정도밖에 안 되므로 이를 계속 키워 숫자를 늘려야 테라토마 검사(쥐에 줄기세포를 주사해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 DNA 지문분석, 면역적합성(HLA) 검사, 사진 촬영 등 검증을 할 수 있다.
이중 DNA 지문분석과 HLA 검사가 환자 체세포와 줄기세포가 일치하는지(복제된 줄기세포인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결국 누군가 이 검사 과정까지 철저히 조작했다는 뜻인데 황 교수가 이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황 교수팀은 김선종 피츠버그대 연구원이 DNA 지문분석을 위해 DNA를 추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겼다는 점을 들어 김 연구원을 바꿔치기의 주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에 따르면 김 연구원은 “이미 2개로 나뉘어진 (체)세포 시료를 서울대에서 받아 이것으로 DNA를 추출해 국과수에 검사를 맡겼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HLA 검사는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팀에서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김선종 연구원이 HLA 검사까지 조작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환자 관리는 서울대 의대에서 담당하고 있어 김 연구원이 이것까지 조작이 가능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PD수첩에 환자의 머리카락을 제공한 것도 안 교수였다.
김 연구원은 “황 교수가 줄기세포 사진과 테라토마 사진을 부풀려 찍도록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재차 확인했는데 이 역시 황 교수가 바뀐 것을 몰랐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된다.
◇ 바뀐 줄기세포 어떻게 키웠나
황 교수의 2005년 연구성과는 2004년과 달리 줄기세포 수립 성공률이 10배 정도 높아졌다는 것이고 황 교수는 당시 “인간 세포에서 유래한 바탕영양세포를 써서 줄기세포를 배양한 것이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사실은 수정란 줄기세포였기 때문에 실제로 인간 영양세포를 써서 배양효율이 높아졌는지 여부는 과학적으로 따져볼 문제가 됐다.
또 PD수첩의 DNA검사가 불일치 嘯核?나오자 강성근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하나의 쥐 세포로 만든 바탕영양세포의 DNA가 서로 다르게 나왔다”며 “DNA 검사는 오류투성이”라고 지적했었다.
즉 강 교수가 사실은 쥐의 영양세포로 키우던 줄기세포를 배양접시째 PD수첩팀에 넘겨준 것이다. 사람의 영양세포를 쓴 것이 중요한 연구성과인데도 사실상 쥐의 영양세포에서 줄기세포를 키웠다는 사실도 역시 의문을 남긴다.
◇ 줄기세포 숫자 왜 안 맞나
황 교수는 “6개 줄기세포를 오염으로 잃은 후 2개는 미즈메디병원에서 돌려받고 이후 6개를 더 만들어 논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논문 작성) 이후 3개를 더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줄기세포를 만든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논문의 11개보다 3개가 모자란 상태에서 논문을 작성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런데 논문과 숫자가 맞지 않자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16일 저녁 늦게 해명을 요구받고 “오염된 6개 줄기세포에서 DNA가 남은 것이 3개 있어서 총 11개의 줄기세포로 논문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오염된 줄기세포를 미즈메디병원으로 옮겨 복구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해 미즈메디병원이 보관 중이던 2,3번만 서울대로 돌려받았다”는 황 교수 발언과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김선종 연구원은 “4월까지 6개 줄기세포를 확립했다”고 말했다. 역시 논문을 제출한 3월 15일을 넘긴 상황이다.
◇ 1월 이후 난자 어디서 구했나
또 하나의 의문은 1월 9일 곰팡이 오염사고가 일어난 후 만들었다는 6개의 줄기세포를 어떤 난자로 만들었는가 하는 문제다.
노성일 이사장은 “2005년 1월 1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로는 보상금을 주고 난자를 채취해 제공한 적이 전혀 없다”며 “보상금 없이 순수하게 기증한 난자를 1월 3일 채취해 서울대에 제공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난자기증에 대한 보상은 불법이다.
또 그는 “지난해 11월말 또는 12월초의 어느날 밤 11시께 황 교수, 안 교수를 팔래스 호텔에서 만나 오염사고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월 이후 어떻게 합법적으로 그렇게 많은 난자를 구해 줄기세포를 한꺼번에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황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평균 17개의 난자를 써서 1개의 줄기세포주를 확립했고 9개의 줄기세포를 추가로 만들려면 약 150개의 난자가 필요한 셈이다.
더욱이 연구에 성공하려면 난자는 모두 채취한 직후의 싱싱한 난자여야 한다. 황 교수팀은 1월 이후의 난자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난자 획득에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면 다시한번 윤리 문제, 나아가 실정법 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
◇ 남은 줄기세포 몇 개인가
황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 냉동보관한 5개의 줄기세포를 해동, 배양 중이라고 밝혔다. 초기 상태에서 냉동했다는 것은 줄기세포를 배양해 각종 검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왜 배양을 계속해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이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원래 만든 11개의 줄기세포는 어떤 상태로 보관돼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황 교수는 자체 DNA 검사를 했다는 6개 외의 나머지는 배양 중인지 냉동상태인지 언급을 피한 채, 초기 냉동된 5개 배아줄기세포만 DNA 검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 바뀐 것 알고 왜 거짓말했나
황 교수의 발언에 따르면 자체적으로 검증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된 사실을 안 시점은 11월 18일이다. 이 때는 난자 문제를 다룬 PD수첩이 방영되기 직전이고,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PD수첩이 DNA 검사결과 불일치 사실을 통보(11월 17일)한 다음날이다.
하지만 27일 이후 진위논란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황 교수팀은 PD수첩의 DNA 검사과정이 오류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DNA 검사 결과를 흐리려고 노력했다. 또 최근 황 교수팀이 낸‘황우석 죽이기 1~4탄’이라는 보도자료에도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부분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다급한 심정이었다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거짓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의혹은 벗을 수가 없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입력시간 : 2005/12/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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