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조화유 <소설가 / 영어교재저술가>
대한항공(KAL) 조종사들이 또 파업을 단행했다가 정부의 개입으로 일단 중단했다. 미국 조종사들보다도 상대적 대우가 더 좋은 KAL 조종사들이 자기들을 먹여 살리는 승객들을 볼모로 잡고 일부러 연말 피크 씨즌을 골라 파업을 단행했다. 지난 여름 휴가철에는 아시아나 조종사들이 파업을 단행해서 25일간이나 끌다가 역시 정부의 개입으로 끝냈다.
우리 나라에서 이와 같이 조종사 파업이 잦은 이유는 큰 항공사가 단 두 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현재 크고 작은 항공사가 76개나 있다. 이중 연매출이 10억불이 넘는 항공사가 10개, 그 이하 매출을 올리는 항공사는 66개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10대 항공사가 54%를 차지하고, 23%는 저가 항공사(low fare airlines), 나머지 23%는 소규모 지방 항공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10대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 54%를 10으로 나무면 큰 항공사 하나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평균 5.4%밖에 안 된다. 가장 큰 United, American, Delta 같은 항공사들도 시장 점유율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어느 한 항공사의 조종사나 정비사 등이 파업을 해도 한국에서와 같은 항공 대란은 없다.
한국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선들의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한국의 두 항공사 KAL과 Asiana가 차지하고 나머지 20% 미만이 외국 항공사들이 나눠먹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KAL과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가 툭 하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는 지금 또 하나의 큰 항공사가 꼭 필요하다. 한국의 여객과 물량 증가를 감안하면 제3의 항공사는 벌써 생겼어야 한다. 새로 만들 항공사는 가급적 저가(低價) 항공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미국에서는 저가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이 23%나 된다. 이들 저가 항공사들은 엄청나게 싼 티켓을 팔고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큰 항공사 10개 중 4개가 파산 신청을 하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이 부실하게 된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회사가 노조들의 압력에 굴복, 임금과 각종 혜택을 계속 올려주었다는 것과 국제 유가의 폭등이다. 이들 대 항공사들은 부실을 떨어버리기 위해 항공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고 이때 저가 항공사들이 생겨났다. 지금 Southwest와 Jetblue 같은 저가 항공사들은 승객들에게 파격적인 싼 티켓을 팔면서도 많은 영업 이익을 올리고 있다. 저가 항공사들의 성공 비결은 쓸데없는 비용을 없앤 것, 그리고 관련 노조들이 직장이 있어야 자기들이 산다는 정신으로 너무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저가 항공사들은 지금까지 노조 파업이 거의 없었다.
이번의 KAL 조종사들의 파업은 ‘귀족들의 파업’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KAL 기장급 조종사의 평균 연봉과 보너스를 합치면 연간 소득액이 연 1억2천만원(약 11만6천불)에 육박하고 부기장급은 9천만원(약9만7천불)에 가깝다 한다. 현재 미국 민간항공사 기장급 조종사들의 평균 연간 소득은 경력에 따라 11만8천불에서 14만5천불 사이다. 그런데 미국의 PPP(국민1인당 구매력)은 4만불을 약간 웃돌고 한국의 PPP는 1만9천불을 약간 웃돈다. 평균적으로 말해서 미국 국민이 한국 국민보다 배(倍)나 더 잘산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조종사들이나 한국 조종사들의 버는 돈의 액수가 비슷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한국 조종사들이 미국 조종사들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연간 소득이 10만불을 넘는 봉급생활자가 전체 봉급생활자의 4.2%밖에 안 된다. 미국 봉급생활자 100명 중 겨우 4명이 한국 조종사들과 같은 연간 소득을 올린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한국 조종사들은 미국에서도 대단한 부자에 속한다. 그런데도 돈을 더 달라니 욕심이 지나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이 연간 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는데 그것을 조종사들에게도 좀 나눠달라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주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남으면 모든 회사 근로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야지 왜 하필 가장 잘사는 조종사들만 달라는 건가? 그리고 항공사 이익이 그만큼 많다는 것은 항공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항공사 이익의 일부를 승객들에게도 돌려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항공요금을 내려줘야 한다. 두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항공요금을 인하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제3의 항공사가 나타나면 경쟁에 의해서 요금은 저절로 내려갈 것이고, 써비스도 개선되고 파업도 줄어들 것이다.
조화유 <소설가 / 영어교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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