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눈 속에서 벌어지는 그로브의 ‘탑 햇츠’ 퍼포먼스.
수준 높은 공짜공연 의외로 많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남가주 곳곳에서 각종 연주회, 공연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막상 티켓을 사려다가도 나이 제한, 늦은 공연시간, 혹은 비싼 가격 등의 이유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이 가장 흥분하고 좋아하는 시즌에 막상 편안히 즐길만한 공연은 찾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번 12월, LA 뮤직센터와 패사디나 심포니, 그리고 그로브에서 각각 마련한 세 개의 공연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규모나 내용면에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누구나 부모와 함께 부담 없이 할러데이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로브의 ‘탑 햇츠’는 크리스마스 전통을 살려 재즈와 탭, 그리고 아메리칸 캉캉을 접목한 화려한 안무를 선보인다.
△샤핑센터 그로브의 ‘탑 햇츠’(Top Hats)
공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짧은 기분이 들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애써 찾아야 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나름대로 전통적인 미국의 연말 느낌을 주는 눈요기 거리다.
뉴욕 래디오시티 크리스마스 스펙태큘러의 로켓츠(Rockettes)에 버금가는 서부 무용단을 만들고자, 그로브 및 인근 3가 지역의 개발 및 소유자 릭 커루소(Caruso Family Foundation)가 직접 오디션부터 계획하고 참여하여 만들어낸 작품.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 4시 두 차례에 이어, 저녁 7시와 8시 그로브 타운 스퀘어에 눈이 내리기 15분전부터 10명의 무용수가 트롤리를 타고 등장하여 극장 앞에서 공연하는데, 탑 햇츠와 크리스마스 캐롤, 춤추는 분수, 그리고 쏟아지는 눈발의 조화가 마치 맨해턴 거리처럼 크리스마스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안무 및 연출을 맡은 댄 모히카는 ‘미녀와 야수’의 런던, 도쿄 등 세계 7개 도시 공연을 비롯하여 2003년 LA 오베이션상 후보에 오른 ‘온더 타운 포 리프라이즈’(On the Town for Reprise!), 영화 ‘엘비스는 빌딩을 떠났다’(Elvis Has Left the Building) 등의 안무에 참여한 바 있다. 이번 탑 햇츠의 데뷔를 위해 아메리칸 캉캉으로 불리는 로켓츠의 유명한 킥(kick) 동작을 비롯하여 화려한 안무를 준비했다.
음악담당의 대릴 아치볼드는 롱비치 심포니, 유타 쉐스피어리언 페스티벌 등과 작업한 경력을 살려 밝고 경쾌한 음악을 선보이며, 의상 디자이너 머리나 라다는 디즈니랜드의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팍의 퍼레이드, 뮤지컬 ‘애비뉴 Q’ 등에서 의상 담당을 했던 대로 이번 탑 햇츠를 위해 붉은 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탑 햇츠의 무용수들은 전 래이커걸, 로켓츠 멤버에서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클라호마’ ‘그리스’, 영화 ‘프로듀서스’ ‘렌트’ 등에 출연한 경력을 가진 베테런들로, 앞으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1940~50년대 스타일의 탭, 재즈, 아메리칸 캉캉 등의 퍼포먼스를 전문으로 하는 무용단을 키워갈 예정이다.
문의 (323)900-8080, thegrovela.com
△LA 뮤직센터 교육 프로그램
다민족이 모여 사는 로스앤젤레스의 특징을 살려, 매달 정해진 토요일마다 전세계의 음악과 무용을 선보이는 월드 시티 프로그램. 지난 3일, 동유럽 아카펠라 그룹 ‘제나 포크 코러스’와 러시아 전통 무용팀 ‘마센코프 포크 페스티벌’의 공연에 이어, 1월에는 필리핀 포크 앙상블(Eth-Noh-Tec and Likha Philipino Folk Ensemble), 2월에는 서부 아프리카 전통음악 및 퍼포먼스 그룹 푸타 토로(Futa Toro)와 LA의 로컬 랩 그룹 왓츠 프로피츠(Watts Prophets)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공연 당일 오전 10시부터 다운타운 그랜드 애비뉴와 2가에 위치한 계단에서 무료 티켓을 배부하고, 공연은 뮤직센터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야외극장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12시30분.
또한 공연 전후로 관련 음악을 주제로 한 웍샵도 열린다.
문의 (213)250-ARTS, www.musiccenter. org/education
△패사디나 심포니
10일, 토요일 열리는 이 공연은 패사디나 심포니가 가족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마련한 ‘뮤지컬 서커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1시간반 동안 다양한 놀거리와 음악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동물들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작은 놀이터(petting zoo)가 먼저 열리고, 이어서 9시부터 10시까지 패사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의 골드룸에서 관악 오중주 캘리코 윈즈(Calico Winds Quintet)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다섯명 멤버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캘리코 윈즈는 틀에 박히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오중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에서부터 말러, 프랭크 재파 등 다양한 음악세계를 선보일 예정. 또한 연주에 앞서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등의 악기를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각각 소리를 느껴볼 수 있게 해준다.
무료 입장이기 때문에 자리가 지정되지 않아서 늦게 가면 서서 보게 될 수도 있다.
문의 (626)793-7172, www.pasadenasymphony. org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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