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아담스와 그 부인인 아비게일은 사이가 좋은 부부로 유명했다. 목사의 딸로서 당시만 하더라도 여자들의 정식교육은 전무했던 시절이라 집에서만 교육을 받은 아비게일은 그러나 하바드 대학을 나오고 목사가 되려다가 마음을 바꾸어 변호사가 된 존 아담스보다 못지 않은 식견과 지식의 소유자였던 모양이다. 남편이 북미 13개 주의 독립운동 초창기부터 그것에 참여하느라고 보스턴 부근의 집을 떠나 당시의 임시수도 필라델피아에 장기 체재한 적이 많았고 또 독립전쟁이 한창 진행 중에는 아담스가 네덜란드 정부의 차관을 얻기 위해 파리와 암스텔담에 대사로 파견된 기간 중에도 따로따로 떨어져 산 적이 많았는데 그 두 사람 사이에 교환된 편지 분량이 엄청나서 후세의 역사가들의 보고처럼 알려져 있다. ‘성공한 남자 뒤에는 여자가 있다’든지 ‘내조의 공’이란 표현이 아비게일에는 꼭 들어맞는 말이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탄 데이비드 맥컬로프의 존 아담스 전기를 읽는 중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전기에도 그 두 사람 사이에 왔다 갔다 한 편지들의 인용문들이 많이 들어있다.
두 사람 사이의 금실도 무척이나 모범적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도 도덕 면으로 자유분방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파리에서의 장기 체재에도 불구하고 아담스는 다른 여자에게 곁눈질을 하지 않은 도덕군자로 보인다. 그것은 같은 대사급으로서 역시 파리에 체재했던 벤자민 프랭클린과 대조가 된다. 피뢰침 등의 발명으로 유명해져서 닥터 프랭클린이라고 불리던 그 노 정객의 화려한 저택에는 부도덕하기로 악명을 떨치는 파리 사교계의 여성들이 많이 드나들었고 공공연히 프랭클린의 무릎에 앉아 아양을 떠는 여자들도 있었다는 것을 아담스는 못마땅하게 자기 부인한테 보내는 편지에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 중 아담스는 조지 워싱턴이나 토마스 제퍼슨보다는 역할이 덜했던 것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워싱턴을 혁명군 사령관으로 미는데 앞장선 것도 아담스이고, 또 영국에 대한 반란의 피를 끓게 한 독립선언문을 제퍼슨이 창작하는데 지적인, 정신적인 큰 도움을 준 사람도 그였다. 제1대 대통령과 3대 대통령 사이에 끼어서 그렇지 외국인법과 선동법 등의 비준만 빼놓고는 연방정부를 튼튼한 초석에 올려놓는데 그만큼 기여한 사람도 드물다.
제퍼슨과의 관계는 아담스가 워싱턴의 부통령이고 제퍼슨이 국무장관이던 시절부터 나빠지기 시작한다. 정당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초창기였지만 정책과 장기적 미국 장래에 대한 안목의 차이로 워싱턴의 작은 내각에 이견이 존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무, 재무, 법무, 전쟁장관들 넷 중에서 알렉산더 해밀턴 재무와 제퍼슨 국무장관은 특히 견해가 달랐다. 무리를 해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해밀턴은 강력한 연방정부를 주창했지만 제퍼슨은 수틀리면 연방정부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각 주 주권 우선주의자에 가까웠다. 또 외교적으로도 아담스는 영국과 가까운 편이었고 제퍼슨은 친불파였다. 신문들도 두 편으로 나뉘었는데 국부격인 워싱턴 대통령을 공격하기는 무엇해도 아담스 부통령은 친 제퍼슨계 신문들의 단골 공격메뉴였다. 특히 그 중 한 신문의 편집인은 제퍼슨 장관 밑에서 일하는 국무성 번역가였기에 그 신문에서 강력한 중앙정부를 주창하는 해밀턴의 편을 드는 아담스는 결국 왕정을 미국에 도입하고자 하는 반민주적 악한이라는 엉뚱한 공격이 수없이 실리게 되었다는 사실로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 관계가 워싱턴의 정계은퇴와 더불어 대통령 선거인단에서의 선거에서 아담스가 1위를 해서 대통령으로, 제퍼슨이 2위로 부통령이 된 다음에도 계속 불편했었을 것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유당의 이승만 대통령과 민주당의 장면 부통령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맥컬로프의 ‘존 아담스’ 전기는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역사책이지만 소설처럼 재미있고 또 미국 건국 역사에 대한 새 인식을 심어주는 책인데다가 존과 아비게일의 대단한 불변의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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