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정서에 꼭 맞는 늦가을 관광지로 애스펜 나무의 추경을 즐길 수 있는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의 파인 마운틴.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을 방문하면 흘러가는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다 보면 문득 자기만의 사색을 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중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와 물소리만을 들으면서 마치 잠을 자듯이 깊은 명상에 빠지며 세상사의 고뇌와 피로를 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가을은 바로 그런 욕구가 고개를 드는 계절이다. 이럴 때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찾아 몸보다는 마음이 쉴 수 있는, 마치 심산유곡의 조용한 암자 분위기를 풍기는 곳을 찾고 싶지만 사실 이곳 남가주에서는 이런 지역이 많지 않다.
남가주에서 1~3시간 거리인 컨카운티와 벤추라카운티 그리고 LA카운티가 만나는 지역에 있는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은 남가주에서 쉽지 않게 가을 풍경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하늘 높이 솔개가 곡선을 그리며 날고 바람에 밀려난 차가운 산 안개가 물방울이 돼 얼굴에 부딪치는 곳으로 복잡한 머리 속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좋은 가을 여행지다.
특히 남가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지역인 마운트 파이노스(Mt. Pinos) 인근 ‘파인 마운틴 빌리지’(Pine Mountain Village), 가을 옷으로 한창 치장된 세스페 크릭(Sespe Creek), 명상의 도시 오하이 밸리 등을 방문하면 애스펜 트리들이 노란색의 가을 옷을 입고 쌀쌀한 바람에 잎새를 팔랑거리면서 겨울이 오기 전에 꼭 한번 찾아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단체로 투숙할 수 있는 캐빈도 많고 골프장 및 작은 호수들도 많아 한인 정서에 꼭 맞는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자.
로스파드레스 국유림
단풍숲, 통나무집 ‘고즈넉한 낭만’
시간 더디가는 산골 마을
추마시 인디언 역사 현장
카운티·주립공원도 많아
LA 카운티를 대표하는 산악 레크리에이션 지역은 앤젤레스 국유림이며 오렌지와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는 클리블랜드 국유림을 들 수 있다.
또 샌타바바라와 벤추라 지역이라면 단연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다.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은 중가주 카멜 밸리(Carmel Valley)부터 시작되어 LA 카운티까지 이어지는 200만에이커의 방대한 지역을 커버하고 있지만 남가주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레크리에이션 포인트는 샌타바바라 산악지역과 오하이 밸리 그리고 샌루이스 오비스포 인근의 산악지역에 집결되어 있다.
앤젤레스 국유림에 비해 몰려드는 인파도 거의 없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낙서나 쓰레기도 찾아보기 힘든 이 곳은 추마시 인디언들의 역사가 곳곳에 스며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의 특징은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에 아름드리 떡갈나무가 긴 팔을 늘어뜨리고 완만한 구릉들 중간 중간에 들어서 있는 모습으로 판에 박힌 듯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여유’를 그리고 있다.
차창 가득히 담기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도시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시골 마을, 울창한 숲 속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아담한 호텔과 모텔…. 경치가 단조롭게 스쳐 지나가는 프리웨이 여행이 아니라 팔을 뻗으면 자연을 한아름 안을 수 있는 여행을 제공하는 곳이다.
일단 LA에서 가까운 지역을 살펴보면 오하이 밸리 북쪽으로 이어지는 휠러 스프링스(Wheeler Springs)가 가을 산행으로 매우 유명하다. 오하이 밸리에서 33번 하이웨이 노스를 타고 진입하고는 이곳은 1년 내내 카약으로 잘 알려진 세스페 크릭(Sespe Creek)에서 멋진 추경을 만날 수 있다.
계속 33번 노스를 타고 북상하면 레이스 픽(Reyes Peak), 오테가 힐(Otega Hill), 체리 크릭(Cherry Creek), 파인 마운틴(Pine Mountain) 등 완만한 높이의 산봉우리들을 만나게 되고 오제나(Ozena) 레인저 스테이션에서 나오는 락우드 밸리 로드(Lockwood Valley Rd.)로 진입해 가을 경치를 보면서 23마일 정도 운전을 하면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타운 중 하나인 프레이저 팍(Frazier Park)에 도착하게 된다.
중간중간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고 하이킹에 돌입할 수 있으며 수많은 카운티, 주립공원이 있기 때문에 캠핑이나 피크닉도 즐길 수 있다.
세스페 크릭 지역은 캘리포니아 콘도르(Condor) 등 쉽게 보기 힘든 야생동물들의 보호지역이기도 하다.
락우드 밸리 로드를 타지 않고 계속 33번 노스를 북상하면 컨, 샌루이스 오비스포, 샌타바바라, 벤추라카운티가 모두 만나는 4코너에 도착하고 이 곳에서 나오는 166번 하이웨이 웨스트를 타고 중가주 해변도시 피스모비치로 달리면 남가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쿠야마(Cuyama) 밸리의 목가적인 풍경이 듬뿍 포함된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LA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벤추라에서 나오는 33번 노스로 갈아타고 오하이로 들어서면서 국유림을 구경하게 된다.
파인 마운틴 빌리지에 있는 펀 레이크.
단체나 가족 단위로 렌트할 수 있는 캐빈들이 파인 마운틴 곳곳에 있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수준급 호텔이 모여 있는 파인 마운틴 빌리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세스페 크릭.
파인 마운틴 빌리지
공기맑은 남가주 알프스
오를수록 풍광 더 뛰어나
미니 골프장·선술집까지
태평양 연안 샌타마리아에서 시작되어 5번 골든 스테이트 프리웨이까지 동서로 길게 뻗은 시에라 마드레 산맥 최고봉으로 해발 8,831피트의 우뚝 솟은 마운트 파이노스.
이 봉우리 밑으로 조성된 동화에서 나오는 작은 마을이 바로 파인 마운틴 클럽(Pine Mountain Club)이고 타운의 중심부를 파인 마운틴 빌리지라고 부른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지역으로 선정되어 매일 하늘의 별들을 관측하는 천문학도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맑은 공기를 몸 속 깊이 담으면서 하늘의 정기를 듬뿍 받게 되는 곳이다. 남가주의 알프스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은 12월부터 눈이 오면 겨울시즌 강설량이 6피트에 달하는 눈 고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눈이 마을 뒤덮기 전인 지금 이 곳을 방문하면 산골마을의 아름다운 노란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파인 마운틴 지역은 5번 프리웨이 노스 고먼 패스(Gorman Pass) 지역에 있는 프레이저 팍(Frazier Park) 지역을 지나서 나온다.
5번 도로 옆 고먼 패스부터 노란 단풍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프레이저 팍 출구로 내려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서부터 단풍의 향연은 점점 깊어간다.
길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붉은 색과 황색으로 물들어 있다. 곳곳에는 말과 소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새김질을 하고 오래된 농가 옆에 방치된, 곧 쓰러질 듯한 헛간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끝없이 이어진 올록볼록 언덕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캐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노란 애스펜 나무 옆에 서있는 캐빈의 풍광은 그림엽서 속의 모습과 똑같다.
프리웨이에서 내려 10마일 정도 지점부터는 도로가 완전히 산길로 접어들면서 꼬불꼬불 헤엄을 쳐된다. 다시 5~6마일쯤 더 산 속으로 들어가면 드디어 파인 마운틴 빌리지에 도착한다.고먼 패스에서 목격한 민둥산에 비하면 마운트 파이노스 지역은 울창한 참나무 숲의 깊은 산악지역인데 빌리지 들어서면 지형이 또다시 완만한 언덕으로 변하면서 애스펜 나무가 도로 옆을 장악하고 있는 산 속의 드림랜드로 눈에 들어온다.
“남가주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으로 사방의 경치에 매료되게 된다. 빌리지에는 중형 사이즈의 호텔과 운치 있는 레스토랑이 있으며 외경을 즐기면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선술집도 있다.
빌리지를 마주보고 있는 9홀의 작은 골프장에는 골퍼는 없고 가을하늘 높이 원을 그리는 매 한 마리만 눈에 들어온다.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멋진 티샷을 날리고 싶은데 골프채가 없다. 홀과 홀 사이로 수백 그루의 애스펜 나무가 노란 옷을 입고 있는데 일부 작은 나무들에는 잎은 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곧 다가올 겨울을 미리 예고하고 있다.
파인 마운틴 빌리지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골프장 동서쪽에 있는 펀스 레이크(Fern’s Lake). 둘레가 400야드도 안 되는 미니 호수지만 가을을 모든 경치를 한꺼번에 담고 있는 그림 같은 휴식처다.
듬성듬성 호수 위에 떠있는 바위에 올라 낚싯대를 던지거나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깊은 명상에 잠긴다. 잔잔한 수면 위로 수백마리의 청동오리가 유유자적 호수를 돌고 있다. 사람들이 호숫가로 다가서면 뭔가 먹거리가 있는가 하고 “퀘엑 퀘엑” 소리를 지르면서 몰려온다.
흔들리는 갈대 옆으로 피크닉 테이블이 있으며 호수 옆에 있는 캐빈들도 얼룩덜룩한 색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호수 옆으로 이어진 골프장을 따라 하이킹을 하면서 만추의 가을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빠지게 된다.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로 가다가 발렌시아와 캐스테익 레이크와 프렌치맨스 플랫 그리고 피라미드 레이크를 지나면 테혼 패스가 나온다. 헝그리 밸리를 지나고 나서 고갯길을 내려서자마자 프레지어 팍 출구가 나오면 내린다. 내려서 좌회전, 서쪽으로 가면 프레이저 팍 마을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쿠디 밸리 로드를 타고 서쪽 방향으로 계속 간다. 프리웨이에서 13마일 정도 가면 출라비스타 피크닉장으로 향하는 마운트 파이노스 로드가 나온다. 이 길을 지나서 다시 5마일 정도 가면 파인 마운틴 빌리지가 나온다.
문의: (661)245-3731, www.shopoutdoors.com
백두현 기자 doopae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