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다루었다. 공간적으로만이 아니다. 시간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것 같다. 프랑스 파리에서 일고 있는 폭력 소요사태를 다룬 한국 신문의 보도 말이다.
스타워즈 영화가 시작될 때 나오는 자막 같다고 할까. ‘머나먼 옛날, 은하계 저 곳 별나라에서…’식으로.
저 먼 곳 프랑스 파리라는 곳에서 폭동이란 게 났다. 무슬림들의 폭동인 모양이다. 인종 차별이, 또 빈곤이 있다고 한다. 그게 폭동의 이유 같다. 보도를 요약하면 대충 이 렇다.
아주 평면적 터치다. 그 기사는 이렇게도 말하는 것 같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해 간단히 요약했습니다.”
파리가 불탄다. 이것이 한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일까.
유럽의 쇠망이 이야기된다. 꽤 오래된 담론이다. 정치적 접근이 이루어진다. 경제적 접근도 이루어졌다. 연 평균 2% 성장도 어렵다. 인구는 줄고 시스템은 삐걱거리다. 유럽의 오늘날 상황이다. 그리고 내려진 결론은 한결같다. 유럽은 쇠망의 징후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가 그런데 빠졌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나.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역사를 볼 때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문화적, 다시 말해 영적(靈的), 신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유행성 방법론으로도 보인다. 가톨릭 역사가 폴 존슨이 이 관점에서 유럽을 진단했다. 아서 월드런, 조지 위젤 등 다른 전문가들도 같은 렌즈를 통해 유럽의 오늘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은 병을 앓고 있다’-. 그 중 하나다. 병은 육체의 병이 아니다. 영적인 병이다. 그래서인지 한 전문가에 따르면 그 병은 ‘형이상학적 권태증’이라고 불린다.
말이 어렵다. 그렇지만 풀이하면 이렇다. 한마디로 만사에 열정이 없다. 삶 자체도 지겹다. 그러니 인생도정에서의 모험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이 병의 보다 근본적 원인은 한 세기 전의 무신론적 인도주의에서 찾아 진다.
“…그들은 성서의 하나님과의 관계를 해방으로 인식했다. 이교적 신들이 주는 공포로부터의 해방이다. 이 신들은 아주 변덕스럽다. 때로는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위험한 게임을 할 정도로. 희랍 신화에 나오는 신들 같이… 성서의 하나님은 다르다.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하나님에게의 접근은 기도와 예배로 가능하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그들은 역사를 창조해 나갔다. 그들에게 인생이란 그저 우연히 왔다가 가는 게 아니었다.…”
이 성서의 하나님을 의도적으로 배격한다. 인간해방을 반대로 본다. 인간해방은 성서의 하나님과 공존할 수 없다는 식이다. 무신론적 인도주의의 입장이다.
그 병의 근인적 원인은 오늘날 유럽을 휩쓸고 있는 또 다른 질병에서 찾을 수 있다. 일종의 집단적 병증세로, ‘그리스도혐오증세’라고 불린다.
기독교란 말이 들어간 건 애써 배격된다. EU(유럽통합)의 헌법 전문은 7만 단어로 이루어졌다. 이 중 기독교란 단어는 단 한 마디도 들어있지 않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의도적으로 뺀 결과다.
유럽문화는 기독교 전통의 문화다. 그런데 기독교가 배격되면서 유럽은 일종의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동시에 질병을 앓게 됐다는 진단이다. 결론은 유럽의 위기는 다름 아닌 영적 위기라는 것이다.
낮은 출산율, 그에 따른 인구감소가 바로 영적 위기의 가장 뚜렷한 징후다. 또 있다. 이슬람 테러에 대해 굴종에 가까운 평화주의다. 이 역시 영적 위기의 또 다른 현상으로 밖에 해석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럽이야기다. 그런데 뭔가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된다. 한국을 휩쓸고 있는 멘탈리티라고 할까. 한국적 현상이라고 할까, 그것과의 유사성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톱 수준으로 낮다. 그리고 또 하나 세계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자살률 1위다. 그리고 한국의 정체성이 마구 훼손되는 가운데 평화애호주의만 구가된다. 인권이란 말은 꺼내기만 해도 경애하는 수령에 대한 불경죄가 될 정도다.
파리가 불타고 있다. 한국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일까.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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