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Avian Influenza)은 과연 남가주에 사는 우리도 우려해야 할 질병인가.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계속되는 독감시즌을 코앞에 두고 올해는 2년여 전 ‘사스’ 공포가 조성됐던 것처럼 조류독감에 대한 걱정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불과 몇 주전까지 조류독감은 남의 나라 불 보듯 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아직 미국에서 조류독감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LA 공항도 검역을 강화하는 등 조류독감 예방 관심은 뜨겁다. 이영직 내과 전문의와 신창은 내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조류독감에 대해 알아보았다.
일반-조류 독감 바이러스 동시 감염땐
변종 생겨 인체에 치명적… 사망률 50%
익힌 음식은 전염안돼 지나친 우려 말길
●조류독감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닭,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가 걸리는 독감이다. 조류독감에도 H7N2, H9N2 등 15가지 바이러스가 있지만 그 중 ‘H5N1’으로 알려진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직 내과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인간과 접촉하면 변종이 생길 수 있어 인간에게 걸리는 경우 조류독감에 대한 면역이 없어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에 아시아에서 유행했던 독감과는 달리 사망률이 40~50%로 높은 것도 공포의 대상이다.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류는 100% 사망률을 보이며 현재까지 150만마리의 닭이 조류독감 때문에 폐기됐다. 신창은 내과의는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 통계로는 117명 중 60명이 사망했으며 살아남는 경우도 있으므로 너무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사람이 흔히 걸리는 독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는 경우다. 두 바이러스가 섞이게 되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걸리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 등 사육조류 및 야생 철새 등의 침, 콧물 분비물, 배설물 등을 통해 호흡기로 감염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 환자가 18명 발생해 그 중 6명이 사망하면서 ‘H5N1’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비롯, 네덜란드, 캐나다에서도 조류독감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대부분의 경우 조류독감에 감염된 가금류를 통한 감염으로 아직까지 사람 사이의 전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드물게 나타났으며 베트남에서 가족간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케이스도 한 사람 이상 감염되지 않았다. WHO에서도 아직까지 사람 사이에서는 쉽게 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증상은 어떤가
독감증세와 비슷하다. 구토, 기침, 발열, 인후염, 근육통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폐렴이나 호흡기 질환,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등 합병증 위험이 있다.
미국은 안전한가
얼마 전에는 그리스, 중국에서 조류독감 환자가 발생했으며 지난 19일에는 태국에서 병든 닭을 폐기 처분하던 농부가 감염돼 사망한 가운데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에 대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20~30년을 주기로 인류를 위협하는 독감 바이러스도 태풍, 지진처럼 재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항에만 끊임없이 항공기가 아시아에서 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올해나 내년에 발병할 경우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돼 연방질병통제소(CDC)나 보건 관계자들은 아주 긴장하고 있다.
특히 조류독감이 지난 1918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해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유사성이 지니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가 가능하다. H5N1 바이러스가 유전적 구성이 변이돼 사람 사이에서 유행될 경우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한 변이는 안 일어날 수도, 일어날 수도 있고 미국에서 조류독감 환자가 다음 주에 생길지 몇 년 후 생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영직 내과의는 “조류독감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 일반적인 독감예방을 하면서 조류독감에 유의해야 한다”며 “올해 갑자기 왔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변이가 돼 퍼지는 것이므로 미국에서는 집단적으로 퍼지기는 쉽지 않을 것”라며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백신 및 치료법
현재 조류독감에 대한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은 그 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을 만들게 되는데 해마다 독감 바이러스도 변이하기 때문에 매년 독감 백신도 달라진다. 때문에 매년 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로서는 스위스의 로치사가 제조에 성공한 ‘타미플루’가 유일한 치료약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문의는 “타미플루의 증상완화 효과도 제한적이며 최근 한 보고에 따르면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완전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는 점도 문제.
지난 8월 미 정부는 프랑스에서 실험중인 조류독감 백신을 사들였다. 아직까지 연방식품의약국에서는 테스트 중이며 정부에서는 조류독감 환자가 발생할 경우 백신을 사용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타미플루’도 미국내 240만개가 비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90만개가 추가 주문된 상태다.
조류독감 백신.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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