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한 트로트 신·구세대 음악 팬들에 어필
’신세대 트로트 가수 1호’ 장윤정은 한달 평균 20-30개의 행사를 뛴다. 몸값은 평균 800만-1천만원대로 서울과 지방 행사의 격차가 적다. ‘어머나’, ‘짠짜라’ 등의 히트곡으로 온라인 음악사이트 및 모바일ㆍ음반판매ㆍ행사ㆍCF 등으로 벌어들인 총 수익은 어림잡아 수십억원대.
실제 장윤정은 부모를 위해 강원도 원주의 공기 맑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 본인도 소문처럼 돈방석에 앉은 건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와줄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장윤정을 통해 ‘경쟁력있는 시장’이라고 판단, 올해 많은 신세대 가수들이 트로트 붐에 뛰어들었다. 여성듀오 뚜띠, 솔로 이재은, 여성 4인조 LPG, 여성 3인조 아이리스, 남성 2인조 바나나 등 정통이 아닌 퓨전 트로트를 앞세운 팀들이 속속 등장했다.
요즘은 세미트로트를 인정하지만 2년전 장윤정이 트로트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선배들은 정통 트로트가 아니다며 밀어내는 분위기였다.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못하는, 서러운 미운 오리 새끼였던 것.
트로트를 저급하게 보는 주위 시선도 힘들게 만든 요인. 젊은 사람이 트로트를 부르자 ‘가창력이 부족하거나, 행사와 밤업소로 돈을 벌려는 이벤트 상품’이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트로트와 여러 장르를 접목한 퓨전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은 그리 신선하지도 신기하지도 않다. 왜 트로트를 해요라는 질문도 쏙 들어갔다.
◆ 수익 경쟁력 및 음악적 발전 이뤄
가요계에는 음반 시장이 불황일수록 히트樗?가진 트로트 가수가 여느 신세대 스타보다 ‘알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가수의 주요 수입원은 음반과 행사. 음반 시장 불황에 행사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히트한 장윤정은 가요계 ‘모범사례’가 됐다.
LPG의 매니저 강찬이 이사는 전국 각지에 장윤정 같은 가수들을 필요로 하는 무대는 많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고 판단했다. 아직 LPG는 출연료가 장윤정에 비해 훨씬 적지만 대학축제는 1주일 평균 4-5개씩 소화한다. 여전히 틈새 시장은 수용력이 있다. 수익적으로 효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세대 가수의 퓨전트로트 붐 원인을 금전적인 수익에서만 찾기엔 부족함이 있다.
장윤정의 ‘어머나’, LPG의 ‘캉캉’, 뚜띠의 ‘짝짝짝’ 등 최근 히트곡 넘버들을 작곡한 윤명선 씨는 일본에서 인기있는 시부야팝도 올드팝송 장르인 스윙ㆍ차차차ㆍ 룸바 등 모두 있던 장르를 현대적인 사운드로 리노베이션한 것이다며 이런 맥락에서 요즘 주류를 이룬 트로트도 팝의 르네상스 시절을 살아 음악적 깊이가 있는 기성 세대의 문화적인 아쉬움을 채울 만한 퀄리티로 발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의 노래는 사실 트로트가 아니라 가요다. 가요 속으로 트로트가 자연스레 녹아들어가고 있다. 트로트의 활성화가 아닌, 가요 시장의 다양화이며 음악적인 발전이 이뤄진다면 이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 신세대·기성세대 무대 경계 무너져
트로트 가수 매니저들은 늘 홍보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출연 가능한 프로그램도 ‘전국 노래자랑’, ‘가요콘서트’, ‘’전국 TOP10 가요쇼’ 등 3-4개가 전부. 그러나 퓨전트로트로 개성을 자랑하는 젊은 가수들의 유입은 그 경계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10대 위주 가요 프로그램인 ‘생방송 인기가요’, ‘뮤직뱅크’ 및 각종 케이블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장윤정ㆍLPGㆍ이재은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또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각종 케이블 채널에서 수시로 흘러나온다.
윤명선 씨는 이들은 기성 세대와 신세대가 서는 무대를 넘나들며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장윤정은 지금껏 트로트는 음악 팬들의 편식으로 비주류로 인식됐다. 트로트를 듣지 않던 젊은이들이 듣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불었다며 이제 신세대 가요 프로그램에서 우리를 소개할 때 ‘이번엔 특별한 무대’라는 멘트는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에겐 아이돌 스타처럼 원정 응원을 해주는 팬클럽도 생겼고 장윤정의 경우 일본 음악계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 반짝 스타 안되려면 뚝배기 정신 필요
출발이 좋은 만큼 퓨전트로트는 안정된 시장 형성이 급선무다. 현재 활동중인 가수들은 트렌드에 편승한 이벤트 팀으로 끝나지 않겠다는 각오. 2인조ㆍ3인조 트로트그룹, 여러 장르를 믹스한 음악처럼 지속적으로 기획력을 발휘해야 아류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두터운 가수층을 형성할 수 있다.
LPG의 한 20대 팬은 요즘 퓨전트로트는 가사와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온다. 캉캉춤을 추는 LPG 등 다양한 팀들로 이제 보는 재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같은 영역에서 함께 활동하는 선후배 가수들의 동료 의식도 수반되야 한다. 트로트는 시장이 작았던 만큼 ‘누군가 뜨면 내 밥그릇을 빼았는다’는 라이벌 의식이 강했던 게 사실.
장윤정은 반짝 스타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른들을 좋아하고 끓을 때까지 인내하는 뚝배기 정신이다고 강조한 뒤 속속 등장하는 팀들이 서로를 라이벌로 느끼지 말고 무대를 함께 꾸미는 조력자가 되야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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