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월드시리즈는 그 어느때 보다도 점치기 힘든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양팀 모두 든든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짠물 야구를 펼치고 있어 누가 이긴다고 저울질하기가 매우 힘들다. 다만 홈필드 어드벤티지, 타격의 중량감에서 앞서고 있는 화이트삭스에 조금 무게추가 실리고 있다고나 할까. 플레이오프 전적에서도 화이트 삭스가 7승1패로 7승3패의 휴스턴보다 다소 앞서고 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각기 다른 리그에서 다른 성격의 팀들을 물리치고 올라왔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우열을 점치는 것이 무의미하다. 비록 화이트 삭스가 강호 보스턴과 에인절스를 가볍게 일축하고 결승전에 올랐다고 하나 상대적으로 투수력이 약화된 팀들이었다. 특히 에인절스는 에이스 콜론이 부상, 화이트삭스는 ALCS 경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반면 애스트로즈는 존 스몰츠나 20승 투수 카펜터 등이 버티고 있는 애틀란타, 세인트루이스등을 꺾고 올라온 팀이다. 화이트 삭스가 휴스턴을 보스턴이나 에인절스와 같은 팀으로 취급하다간 큰코 다친다.
양팀의 강점은 화이트삭스의 경우 아지 기엔 감독, 휴스턴은 로켓맨, 앤디 페팃, 로이 오스월트로 이어지는 3총사 선발 투수를 꼽을 수 있다. 아지 기엔 감독은 화이트삭스가 에인절스를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물론 A.J. 프레진스키가 스마트한 플레이로 2차전을 건진 것이 승부의 변수가 됐긴 했으나 4연속 경기에서 4명의 투수들을 완투시킨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감독만의 배포였다. 더욱이 3차전 적진에서 선발 갈랜드를 완투시킨 것은 승부 감각의 탁월성을 말해준다. 배짱 없는 감독은 배짱없는 클로저 만큼이나 명장의 역을 해낼 수 없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탁월한 감독이었만 2002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잘 던지던 선발 러스 오티즈를 빼고 과투로 파죽이 된 로드리게즈를 구원등판, 결국 눈 앞에 있는 우승을 놓치고 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기엔 감독은 에인절스에 비해 별로 나을 것도 없는 화이트삭스를 강팀으로 돋보이게 하는 절묘한 용인술을 발휘했다. 고비마다 약간의 운이 따라준 덕도 있지만, 이번 월드시리즈는 기엔 감독의 작전이 볼만할 구경거리가 될 예상이다.
휴스턴의 경우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충분이 이길만한 투수력을 갖추고 있다. NLCS 경기가 보여주었듯, ‘창’ vs ‘방패’의 대결에서는 단연코 방패가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88년 사상 최초의 ‘40(도루)-40(홈런) 클럽’을 기록한 괴물타자 컨세이코의 위력을 잠재우고 다저스의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은 헐샤이저라고 하는 단 한명의 투수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맹타, 강타자들로 포진되었다해도 위력있는 투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카디널즈가 6차전에서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등에 엎고도 맥없이 당한 것은 오스월트라고 하는 발군의 투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리즈는 오스월트를 앞세운 휴스턴의 투수력이 화이트삭스 타자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심거리다. 아지 기엔 감독은 휴스턴 투수들의 허점을 노려야한다. 제아무리 잘던지는 3총사(페팃, 클레멘스, 오스퉐트)라고 하더라도 한 시리즈에서 한 명은 허점을 노출하기 마련이다. 3투수를 모두 이기는 것은 아무리 강타자들이 모여있는 화이트삭스라고 해도 무리다. 포기할 경기는 포기하고 허점을 적극 공략하는 것은 감독만의 재량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하다. 경기는 그라운드에서 그때 마다 일어나는 돌발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순간의 전쟁터다. 어떤 돌발변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는 그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전적, 경험상으로 홈필드 이점을 안고 있는 화이트삭스가 객관적인 전력에선 다소 앞서지만 7경기만에 끝나는 단기전이라는 것을 감안, 투수력에서 앞서는 애스트로즈의 우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환갑이 훨씬 지난 클레맨스가 1차전에서 승리하면 승부는 매우 점치기 어려워진다. 화이트 삭스는 오스월트, 페팃보다는 첫 경기에 선발 출장한 클레멘스를 적극공략, 1승을 먼저 챙기는 것이 시리즈를 쉽게 풀어나가는 지름길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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